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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라이커' 김진규, 위기에 빛나는 스페셜 공격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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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라이커' 김진규, 위기에 빛나는 스페셜 공격옵션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04 2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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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조국·윤일록·에벨톤 삼각편대 위력 저하…공격 본능에 완벽한 수비로 가시마 파상공세 봉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위기의 순간에는 언제나 수트라이커가 있다.'

다시 한번 김진규(30·FC 서울)의 강력한 슛이 빛났다. '무조건 공격해(무공해) 축구'를 다시 들고 나온 서울이었지만 공격 삼각편대의 위력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런 와중에서 해결사는 바로 '수트라이커' 김진규였다.

김진규는 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H조 2차전에서 후반 20분 몰리나의 프리킥 크로스가 김민혁의 머리를 스쳐 지나간 것을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연결시키며 선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김진규의 천금같은 결승골과 이웅희와 호흡을 맞춘 수비력, 골키퍼 김용대의 선방까지 더해져 1-0 승리를 따낸 서울은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1차전에서 0-1 패배를 만회하며 귀중한 승점 3을 챙겼다. 골득실에서 밀려 아직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호주)에 뒤진 조 3위이긴 하지만 순위 역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FC 서울 김진규가 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시마 앤틀러스와 2015 AFC 챔피언스리그 H조 2차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밀리는 상황서 터진 김진규의 귀중한 한 방

서울로서는 가시마전 승리가 절실했다. 가시마 역시 웨스턴 시드니에 1-3으로 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느 팀 하나가 2연패를 당한다면 앞으로 조별리그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비기는 것도 용납이 되지 않는 경기였다.

그런만큼 공격이 절실했지만 오히려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펼친 쪽은 가시마였다. 최전방 공격수 다카하시 히로유키와 외국인 선수 카이오의 날카로운 공격에 고전했다.

이에 비해 '무공해 축구'를 들고 나온 서울의 공격력은 떨어져 있었다. 정조국은 몸이 무거운데다 볼 컨트롤도 제대로 되지 않아 종종 공을 뺏겼다. 정조국에게 공이 가면 오히려 공격이 끊어지는 양상이었다. 윤일록 역시 위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였고 에벨톤 역시 존재감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줄기 빛은 수트라이커 김진규였다. 지난 시즌에도 서울 공격의 한 축이었다. 그는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도 2골을 넣으며 공격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다. 2013년에도 6골을 넣었다. 당시 골 기록은 K리그 클래식 전체 수비수 가운데 가장 많았다.

하지만 그에게 붙은 '수트라이커'라는 별명은 바꿔서 말하면 서울에 믿을만한 골잡이가 없다는 뜻도 된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서 골 가뭄을 해결해줄 선수가 없으니 김진규의 득점력에 기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수비수와 스트라이커의 합성어 별명이 붙었기 때문이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FC 서울 김진규(왼쪽)가 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시마 앤틀러스와 2015 AFC 챔피언스리그 H조 2차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은 뒤 최용수 감독의 칭찬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최용수 감독은 '수트라이커'라는 말에 대해 언급을 회피했다. 최 감독 역시 수트라이커의 의미가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최 감독은 공격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수비수까지 공격에 가담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세트 플레이 득점은 기대된다. 결과적으로 골 욕심을 가지는 선수가 좋은 공격 옵션이 될 것"이라는 대답으로 대신했다.

◆ 이웅희와 철벽 방어, 가시마전 승리의 주역

믿을만한 공격진이 없는 서울로서는 김진규의 해결 능력에도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에스쿠데로까지 중국 슈퍼리그 장수 세인티로 보냈기 때문에 골을 넣을 수 있는 스트라이커는 정조국과 김현성 등 국내 선수 뿐이다.

20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유망한 공격자원이었던 정조국은 프랑스 리게 앙까지 진출했을 정도로 촉망받았지만 성장하지 못했다. 김현성 역시 출전 기회를 자주 잡지 못해 성장이 더디다. 에벨톤이나 몰리나는 정통 공격수가 아니다.

김진규는 한 방 뿐 아니라 이웅희와 함께 중앙 수비 호흡을 맞추며 가시마의 파상 공세도 완벽하게 막아냈다. 서울은 외국인 수비수 오스마르의 부상 결장으로 이웅희를 대신 내보냈고 미드필드 장악을 바탕으로 한 가시마의 공격을 잘 막아냈다. 여러 차례 실점 위기가 있었지만 김진규와 이웅희가 안정적인 수비력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FC 서울 김진규가 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시마 앤틀러스와 2015 AFC 챔피언스리그 H조 2차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은 뒤 두 팔을 들어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김진규눈 "사실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경기에서 많이 부진했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뛸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다행히 최용수 감독이 나를 믿고 기용해줬다"며 "일단 오늘 경기에서 실점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부터 했다. 또 운이 좋아 내 앞으로 공이 떨어져 골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은 김진규의 활약 속에 승점 3을 챙겼다. 하지만 언제까지 김진규의 득점력을 또 기다릴 수는 없다. 현재 에스쿠데로의 이적으로 아시아 선수 쿼터가 하나 남아 있다.

서울 관계자는 "아직까지 아시아 쿼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이 되지 않았다. 공격 자원을 보강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아시아에서 과연 팀의 골 가뭄을 일거에 해결해줄 수 있는 골잡이를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를 봤을 때 서울은 앞으로도 여전히 김진규의 수비와 골 감각에 더 기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서울로서는 공격수가 골을 터뜨리지 못해 아쉬웠지만 김진규의 한 방은 값졌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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