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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4년 90억' 윤석민 유턴,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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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4년 90억' 윤석민 유턴, 어떻게 볼 것인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06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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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 거부권 포함이 오히려 발목…아무런 준비없이 떠난 결과 '참혹'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결국 아무런 소득없이 돌아왔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해 빅리거가 되겠다는 윤석민의 청운 꿈은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났다.

KIA 구단은 6일(한국시간) 오전 미국에서 윤석민과 만나 계약금 40억원과 연봉 12억5000만원 등 4년간 총 90억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KIA와 계약을 맺은 윤석민은 6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이로써 윤석민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MLB에 진출한지 1년만에 다시 원소속팀인 KIA에 복귀하게 됐다.

하지만 윤석민의 MLB 도전은 분명 실패다. 시범경기에서 구원투수로 나서 1승을 거뒀지만 '지한파'로 알려진 벅 쇼월터 감독으로부터 전혀 관심을 받지 못했다.

쇼월터 감독은 마이너리그에서 수련한 뒤 지난해 9월 로스터 확대 때 MLB로 부르려는 계획이었지만 윤석민은 트리플A 팀인 노포크 타이즈에서도 제대로 활약해주지 못하며 관심 밖으로 밀려났고 끝내 주목을 받지 못한채 1년의 미국 생활을 끝냈다.

◆ 독이 된 마이너리그 거부권…준비없이 냉혹한 현실서 밀려

윤석민은 볼티모어로 갔을 때 분명 준비가 되지 않았다. MLB 진출을 위해 몸을 제대로 만들지도 못했다. 미국 진출을 위해 팀을 찾다가 시간을 소진했고 비자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볼티모어와 계약을 맺었다. 비자를 받으러 캐나다에 다녀오느라 지난해 스프링캠프도 일찍 시작하지 못했다.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하지만 윤석민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계약서 조항에 삽입했다. 윤석민은 2년차 때부터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냈다. 이 조항을 넣기 위해 연봉을 낮추기도 했다.

윤석민으로서는 데뷔 시즌에 마이너리그에서 뛰며 적응하면 2년차에 빅리그로 올라가 볼티모어의 선발진으로 활약할 것이라는 계산이 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데뷔 시즌에 마이너리그에서도 제대로 활약을 해주지 못하면서 쇼월터 감독의 실망만 샀다. 2년차에 행사할 수 있는 마이너리그 거부권 때문에 볼티모어는 아예 지명할당(방출대기) 조치까지 내렸다.

쇼월터 감독은 윤석민의 한국 복귀에 대해 "윤석민이 한국에서 잘 되길 바란다. 그와 우리를 위해서 좋은 일"이라는 말만 남겼다. MLB닷컴도 쇼월터 감독이 윤석민의 한국행에 대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미 쇼월터 감독의 마음은 윤석민을 떠났던 것이다.

유망주라도 기대 밖 성적이나 성장 가능성이 발견되지 않으면 거침없이 내치는 것이 MLB의 논리다. 약육강식의 논리만 적용되는 냉혹한 현실에서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지 않겠다는 윤석민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무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었다면 볼티모어로서도 윤석민을 빅리그와 마이너리그를 드나들게 하면서 기회를 줬겠지만 이런 선택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윤석민은 자신의 발목을 스스로 잡고 말았다. 쇼월터 감독도 기대를 금방 접지 않고 기회를 더 줬을 수도 있다.

이는 향후 MLB로 진출할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전망이다. 무조건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을 넣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윤석민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또 아무런 준비 없이 도전한 대가가 얼마나 참혹한지도 보여줬다. 윤석민은 원치 않겠지만 향후 빅리그에 도전할 선수들에게 좋은 반면교사가 됐다.

◆ FA 몸값 올리는 우회 통로 악용 우려

하지만 윤석민의 계약 조건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윤석민의 4년 90억원은 올해 두산과 FA 계약을 맺은 장원준(30)이 맺은 4년 84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역대 FA 투수 최고액 뿐 아니라 최정(28·SK)이 세운 4년 86억원이라는 역대 FA 최고액까지 넘어섰다. 최정과 장원준의 계약 조건 역시 너무 몸값이 높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것까지 넘겼다.

윤석민이 FA 역대 최고액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췄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충분히 활약해준데다가 볼티모어와 계약을 맺는 등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4년 90억원이 높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금액이 높지 않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이번 FA 시장에서 인플레 현상이 일어난 것에 대한 착시현상일 수도 있다.

윤석민이 MLB에 진출하면서 볼티모어와 계약 맺었을 당시 조건이 3년 총액 575만 달러(63억원)였다. 물론 선발 등판 횟수에 따라 보너스가 붙어 합칠 경우 1300만 달러(143억원)까지 오른다고는 하지만 1년 평균 보장 금액은 20억원 정도다.

그런데 KIA와 맺은 4년 90억원은 1년 평균 22억 5000만원이다. 볼티모어로부터 받을 수 있는 금맥보다 더 많은 액수를 수령하는 것이다. 특히 볼티모어와 계약을 맺은 금액은 MLB 최고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이끌어낸 것이다. MLB 팀으로부터 선수 몸값 폭등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보라스가 만들어낸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에이전트 도움 없이 KIA가 알아서 채워준 것이다.

결국 MLB 진출이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우회 통로로 악용될 수 있는 소지가 높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해외 진출을 통해 자신의 몸값을 크게 올린 경우도 있었다. 현재 KBO리그 연봉 1위인 김태균(33)이 받는 15억원 역시 2010년과 2011년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 다녀온 이후에 나온 것이었다. 김태균이 일본으로 떠나기 직전 시즌인 2009년에 받았던 연봉은 4억 2000만원으로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향후 FA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일본이나 MLB 진출을 선택할 경우 실패하더라도 KBO리그로 돌아와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여서 윤석민의 복귀가 씁쓸하게 다가온다. KIA가 윤석민이 MLB 스프링캠프에 초청받지 못했던 지난달부터 윤석민을 잡기 위해 물밑 협상을 벌였다는 것도 해외에서 실패하더라도 KBO리그에서 대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지않은 사례가 될 수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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