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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이별 준비' 캡틴 포웰의 아름다운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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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이별 준비' 캡틴 포웰의 아름다운 유산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10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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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 플레이오프 잔혹사 깨기 안간힘…신인 정효근 도맡아 훈련, 아낌없는 조언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떠날 때 아름답게 떠나야 한다고 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인천 전자랜드와 작별해야 할지 모르는 '외국인 캡틴' 리카르도 포웰(32)은 마지막을 아름답게 준비하고 있다. 팀을 떠나야 할 시간은 다가오고 있지만 그가 해야 할 일은 아직도 많다.

포웰은 지난 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2014~2015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팀내 최다인 18득점을 기록하며 87-72 대승을 이끌었다.

포웰은 전자랜드를 거쳐간 외국인 선수 가운데 단연 최고라고 꼽을만하다. 2008~2009 시즌 처음 전자랜드와 인연을 맺은 포웰은 2012~2013 시즌에 다시 돌아와 세 시즌 연속 뛰고 있다. 전자랜드에서만 네 시즌을 활약했다.

처음 전자랜드에 들어왔을 당시 포웰은 너무 다혈질이었다. 또 개인기 위주의 공격으로 전자랜드의 기대치를 채워주지 못해 최희암 감독의 근심을 샀다. 정규리그에서 평균 25.24득점을 올려줬고 6강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도 평균 28.40득점을 기록했음에도 재계약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포웰은 2012~2013 시즌 다시 돌아왔다. 처음 유도훈 감독도 포웰에 대한 고민이 만만치 않았지만 팀 주장을 맡긴 것이 '신의 한수'가 됐다.

▲ 인천 전자랜드 리카르도 포웰(오른쪽)이 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2014~2015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벤치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신의 한수가 된 주장 선임, 팀을 위해 뛰는 선수로 변신

유도훈 감독은 "포웰이 너무 다혈질이고 개인 플레이를 많이 해서 고민이었다. 주장을 맡기면 그 성격이 좀 고쳐질까해서 맡겨봤다"고 토로했다. 2013~2014 시즌 KBL 사상 두번째 외국인 캡틴이 된 포웰은 주장이 되자마자 대변신했다.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포웰이 다혈질이었던 것은 그만큼 승리에 대한 열망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개인 플레이 역시 자기 나름대로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장이 되자 자신 혼자만 잘한다고 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주장을 맡기자마자 포웰이 확실히 달라졌다. '우리 포웰이 달라졌어요'라고 말할 정도"라며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다 할 정도로 승부욕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포웰은 코트에서 다혈질이다. 그러나 말썽을 일으키진 않는다. 심판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다가도 그냥 씩 웃으며 돌아서는 여유까지 생겼다.

또 훈련에도 열심이다. 포웰은 지난 9일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도 가장 먼저 코트에 나와 슛 훈련을 열중했다. 포웰의 훈련에 자극받은 다른 선수들도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코트에 나와 자유투 훈련과 3점슛 훈련에 열중했다.

유도훈 감독은 "아침에도 슛 훈련을 하더니 여기 와서도 한다. 평소 실력대로 하는 거지 벼락치기해서 되겠느냐고 말했다"고 했지만 이는 핀잔이 아닌 칭찬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기겠다고 마음을 먹은 선수들이 대견해서 한 말이었다.

그 슛 훈련 덕이었을까. 전자랜드는 이날 24개의 3점슛 가운데 14개를 성공시키는 고감도 외곽포로 SK를 침몰시켰다. SK가 수비 스위칭을 할 때 나오는 구멍을 놓치지 않고 한 박자 빠른 3점슛을 쏘면서 성공률이 그만큼 높아졌다. 이를 파고 들어가면 포웰의 솔선수범이 있기에 가능했다.

▲ 인천 전자랜드 리카르도 포웰(오른쪽)이 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서울 SK 애런 헤인즈의 돌파를 막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컨디션 최고 아니지만 PS 잔혹사 깨기 위해 뛴다

포웰은 전자랜드에서 네 시즌을 뛰면서 모두 플레이오프를 경험했다. 하지만 포웰에게 플레이오프는 늘 아픔이었다.

2008~2009 시즌에는 전주 KCC와 맞붙었다. 6위팀으로서 3위팀과 5차전까지 가는 대접전을 벌였다. 1차전을 졌지만 2, 3차전을 내리 잡으면서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4차전에 이어 5차전에서도 지면서 꿈이 무산됐다.

2012~2013 시즌에 비로소 정규리그 3위에 오르면서 서울 삼성에 3연승을 거두고 4강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울산 모비스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2013~2014 시즌에는 4위 자격으로 6강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2승 2패 상황에서 가진 인천 5차전에서 져 부산 케이티에 4강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뺏겼다.

포웰은 이번 시즌이 전자랜드에서 보낼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KBL이 외국인 선수 규정을 변경하면서 재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2015~2016 시즌에 활약할 외국인 선수는 모두 드래프트를 통해 뽑도록 되어 있다.

그런만큼 포웰은 전자랜드에서 보내는 네번째 시즌에서 웃기를 바라고 있다. 컨디션이 최고가 아님에도 부상을 참고 뛰는 이유다.

현재 포웰은 왼쪽 종아리 근육이 0.5cm 정도 찢어졌다. 유도훈 감독도 "만약 0.5cm 더 찢어져 1cm가 됐다면 4주 이상, 최고 3개월 진단이 나왔을 것"이라며 "다행히 1주일에서 열흘의 휴식을 거쳐 6강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었다. 승부욕이 강한 선수여서 기특하다"고 말했다.

▲ 인천 전자랜드 리카르도 포웰이 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2014~2015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포웰은 코트에서 자신을 불태우는 것 말고도 후배 선수들의 훈련까지 도맡는다. 올시즌 신인인 정효근(22)의 훈련을 맡은 것도 바로 포웰이다. 포웰은 정효근의 야간 훈련을 직접 챙겨주면서 전자랜드의 전술에 녹아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정효근이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점슛 3개로 12득점을 올려 팀 승리의 주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포웰과 함께 훈련을 받으며 조언을 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직 신인이라 훈련에 집중하지 못하는 정효근에게 하는 포웰의 잔소리는 선배가 후배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 동료들과 활발한 의사소통, 책임감 넘치는 '캡틴의 품격'

포웰은 "주장을 맡으면서 책임감이 생기니 선수들과 의사소통을 많이 한다. 포웰은 아직 통역관을 통해 얘기를 나누지만 간단한 한국어 정도는 할 줄 아는 수준이다. 다른 선수들과 경기 전 또는 훈련 전에 서로 얘기를 많이 나누면서 개인기도 쌓고 조직력도 가다듬는다"며 "경기를 시작할 때는 전투를 한다는 자세로 임하자고 말한다"고 밝혔다.

또 간혹 유도훈 감독과 의견 충돌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도 포웰은 "감독과 나는 특별한 관계다. 감독이 나를 너무 사랑한다고 하더라"며 씩 웃은 뒤 "어떻게 보면 감독과 나는 공통점이 많기에 오히려 부딪히는 것 아닌가 싶다. 의견 충돌도 팀을 위한 것이고 경기를 잘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나도 알고 감독도 잘 안다. 5초 뒤면 모든 것이 풀린다"고 말했다.

유도훈 감독도 포엘을 전폭 신뢰하고 지지한다. 유 감독은 "간혹 억울한 판정이 나오더라도 주장이니까 참고 집중력을 보여달라고 얘기한다"며 "포웰은 믿을 수 있는 선수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이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전자랜드를 떠나야 하는 포웰은 마지막이 아름답기를 바라고 있다. 전자랜드가 플레이오프 잔혹사를 끊는다면 포웰 역시 홀가분한 마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2년 동안 주장을 맡으면서 키워낸 후배들은 전자랜드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포웰이 전자랜드에 남기는 유산이다.

▲ 인천 전자랜드 리카르도 포웰이 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2014~2015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스마트폰 셀프 카메라 기능을 활용해 눈에서 빠진 컨택트 렌즈를 끼우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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