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불가능을 100% 확률로 바꾼 차바위 헌신
상태바
불가능을 100% 확률로 바꾼 차바위 헌신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3.12 1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서 종료 직전 천금같은 리바운드 잡아내며 팀 역전승 견인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종목을 막론하고 단기전에서는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인천 전자랜드 호화군단 서울 SK와 비교했을 때 분명 언더독이지만, 미친 선수가 나와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다.

1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2차전. 전자랜드에는 키는 크지 않지만 공에 대한 집중력 하나로 천금 같은 리바운드를 잡은 선수가 있었다.

프로 3년차 차바위(26·192㎝). 그가 자신의 세 번째 플레이오프에서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알리고 있다. 놀라운 집중력으로 득점과 리바운드 모두 시즌 평균치를 훌쩍 넘겼다.

▲ 차바위가 11일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SK전에서 드리블을 펼치고 있다. [사진=KBL 제공]

◆ 100% 확률 잡는 길, 멀고도 험했다! 천당과 지옥 오간 마지막 1분

농구에서 3번 포지션인 스몰포워드는 리바운드보다는 득점에서 더 역할을 해줘야 하는 자리다. 주로 슈팅가드(2번)가 3번을 병행할 때가 많다. 스몰포워드가 파워포워드를 겸하는 경우는 자주 발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차바위에게는 포지션이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팀 승리만이 중요할 뿐이었다. 신장이 좋은 김민수(200㎝), 코트니 심스(206㎝) 사이에서 악착같이 리바운드를 잡아낸 차바위는 11일 팀의 76-75 역전승을 이끌었다.

역대 6강 플레이오프 1·2차전을 모두 이긴 13개 팀은 한 차례도 빠짐없이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차바위는 전자랜드가 100% 확률을 잡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경기 종료 직전 승부를 뒤집은 리카르도 포웰의 연속 득점도 눈부셨지만, 그에 앞서 차바위가 건져 올린 리바운드 역시 박수 받을만했다.

사실 이날 차바위의 가슴을 철렁하게 한 순간이 있었다. 72-72에서 경기 종료 52초 전 SK 김선형의 3점슛이 림에 꽂혔다. 이때 차바위가 김선형을 막지 못했다. 심스의 스크린에 순간적으로 걸렸기 때문.

▲ 차바위(왼쪽)가 11일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SK전에서 김민수와 박스아웃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차바위는 SK의 장신 선수들 사이에서 리바운드 10개를 잡아냈다. [사진=KBL 제공]

1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3점차 열세. 결코 쉽지 않았지만 포기는 없었다. 차바위는 알토란같은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팀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72-75에서 김선형의 자유투가 모두 림을 외면하자 몸을 날리며 리바운드를 따냈다. 이는 포웰의 레이업슛으로 연결됐다. 뒤이어 SK 박승리가 자유투 2개를 실패했고, 이번에도 키가 큰 선수들 사이에서 리바운드를 잡았다. 포웰의 역전 결승골을 만들어낸 영양 만점 리바운드였다.

◆ SK에 뒤지지 않는 포워드 라인업 갖춘 전자랜드

이날 10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한 차바위는 6강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11.5점 6.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시즌 평균 5.3점 2.8리바운드에 비하면 폭발력이 살아난 활약이다. 앞서 뛴 두 차례 플레이오프와 비교해도 기록 면에서 월등히 발전했다.

차바위의 선전은 SK에 비해 상대적으로 포워드진이 약한 전자랜드에 희소식이다. 루키 정효근이 2경기에서 평균 10점 4리바운드의 활약을 펼치고 있고, 에이스 포웰 역시 건재하다. 더군다나 SK에는 부상으로 이탈한 주득점원 애런 헤인즈의 3차전 출장이 불투명한 상황.

기본 기량과 신장에서는 열세일지 모르지만, 현재 분위기는 전자랜드가 더 좋다. 2연승으로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확실히 돼 있고, 조직력도 더욱 단단해지는 중이다.

차바위는 2차전 승리 뒤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늘 내 얘기를 들어주셨나보다. 너무 보고 싶어요. 항상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합니다"라고 한양대 재학시절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감사의 글을 바쳤다.

그동안 6강 플레이오프에서 번번이 주저 앉았던 전자랜드. 차바위의 열정과 헌신이 언더독 전자랜드의 비상을 견인하고 있다.

▲ 차바위(가운데)가 11일 SK전에서 승리한 뒤 SNS를 통해 대학 재학 시절 돌아가신 어머니(오른쪽)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진=차바위 인스타그램 캡처]

syl015@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