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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린 후배 감싼 '의젓한 언니' 변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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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린 후배 감싼 '의젓한 언니' 변연하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3.12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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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아란 대신 1번자리 맡은 변연하 "어느 포지션이든 상관없다"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어느 포지션을 보든 상관없지만, 체력적인 면에서 1번(포인트가드)을 보는 게 낫다. (홍)아란이는 충분히 2번(슈팅가드)을 소화할 수 있다.”

자신의 포지션을 대신 맡은 선배에게 미안한 마음에 눈물 흘린 홍아란(23)을 감싸줬다. 오히려 본인이 1번 포지션을 보는 게 낫다고 했다.

청주 KB스타즈 변연하(35)가 팀 후배 홍아란을 격려했다. 팀을 위한 길이라면 포지션을 바꾸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변연하가 12일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WKBL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1999년 용인 삼성생명(삼성 전신)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변연하는 삼성생명에서 뛸 때는 우승을 경험해봤지만, 2008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KB스타즈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엔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특히 KB스타즈가 6개 구단 중 유일하게 챔피언 반지를 끼워보지 못한 터라 그와 팀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절실하다.

◆ 1번이 버거운 홍아란, 맏언니와 바통터치

올 시즌이 시작됐을 때 KB스타즈의 주전 포인트가드는 홍아란이었다. 시즌 초반에는 주어진 역할을 그럭저럭 소화했다. 하지만 중반에 접어들면서 한계에 부딪쳤다. 상대의 압박 수비를 이겨내지 못하고 공을 뺏기는가 하면, 경기 운영능력이 미숙해 템포 조절에도 실패했다.

홍아란의 성장통을 지켜본 서동철 KB스타즈 감독은 “아란이가 포인트가드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KB스타즈는 경험이 풍부한 변연하에게 1번을 맡겼고, 홍아란을 2번에 배치했다. 변연하가 그동안 2번과 3번(스몰포워드)을 오갔지만 팀을 위해 희생하기로 한 것.

홍아란은 자신 때문에 포지션을 바꾼 선배에게 미안함에 눈물을 흘렸다. 12일 WKBL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베스트5상을 받은 그는 “언니가 힘든데도 불구하고 1번으로 뛰어주셨다. 내가 많이 부족하다. 언니는 한국 최고의 포워드인데…. 항상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꼭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홍아란(오른쪽)이 12일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WKBL 시상식에서 베스트5상을 받은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혜진이 그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 "포지션 다시 바꾸면 혼란 생긴다. 지금 체제로 갈 것"

바뀐 포지션에서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변연하는 포인트가드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오랜 경험으로 체득한 노하우로 탁월한 경기 조율능력을 보여줬다. 특히 골밑에서 공간이 생겼을 때 한 박자 빨리 찔러주는 패스는 십중팔구 득점으로 이어졌다. 올 시즌 변연하의 경기 당 어시스트 개수는 4.20개. 이미선(삼성)에 이어 2위다. 정통 포인트가드인 이경은과 최윤아, 신지현도 변연하를 넘지 못했다.

팀 선배에게 자신의 자리를 넘겨주고 슈팅가드로 변신한 홍아란 역시 물 만난 물고기처럼 빼어난 슛을 자랑했다. 그는 KB스타즈가 자랑하는 ‘양궁농구’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2월부터 꾸준히 3점포를 터뜨린 그는 6일 삼성전에서 3점슛 4방을 폭발하며 절정의 슛 감각을 보였다. 시즌 3점슛 성공 6위(43개), 성공률 8위(32.8%)를 차지했다.

변연하도 이 점을 높이 샀다. 그는 “아란이가 미안해하는 부분은 자신이 가드라는 포지션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함께 뛰면서 충분히 나보다 더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라고 느꼈다. 그리고 내가 조금 더 아란이나 (강)아정이에게 공격을 양보하는 게 낫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15일 시작되는 신한은행과 3전 2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정규리그의 라인업을 이어갈 참이다. 변연하는 “나는 1번이든 2번이든 상관없다. 차라리 1번이 낫다. 이미 많은 경기를 그런 체제로 했기 때문에 지금 포지션을 바꾼다면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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