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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농구 승리 없는 선후배 감독, 누가 '춘래불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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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농구 승리 없는 선후배 감독, 누가 '춘래불사춘?'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3.13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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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포스트시즌 첫승 간절한 고려대 2년 선후배 서동철·정인교 감독, PO 미디어데이 썰전

[스포츠Q 이세영 기자] “대학시절에 많이 괴롭혔던 선배다. 이번엔 후배에게 괴롭힘 한 번 당해봐야 한다.” (정인교 감독)

“괴롭혔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내가 낸 술값을 생각해서라도 나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동철 감독)

원수가 아닌 선후배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대학시절 괴롭히고 괴롭힘 당하던 관계에서 감독이란 이름으로 마주하게 됐다. 누군가는 챔프전 티켓을 거머쥐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한다.

제대로 맞붙었다. 고려대학교 2년 선후배인 서동철(47) 청주 KB스타즈 감독과 정인교(46) 인천 신한은행 감독이 우승을 향한 첫 관문에서 만난다. 두 사령탑은 오는 15일부터 3전 2선승제로 열리는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한다.

▲ 정인교 감독(가운데)이 12일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8전 전패 vs 4전 전패, '봄농구 첫승'의 주인공은?

2승1패 승부가 나지 않는다면 한 감독은 봄 농구 첫 승의 기회를 다음 시즌으로 미뤄야 한다. 이 가혹한 승부 앞에서 두 감독은 한 치의 양보 없이 승리를 쟁취하겠다는 각오다.

후배인 정인교 감독의 패가 더 많다. 부천 신세계(현 부천 하나외환) 시절부터 플레이오프 8전 전패 중이다. 당시 신한은행에 많은 경기를 내줬는데, 공교롭게도 올 시즌 신한은행 지휘봉을 잡았다. 서동철 감독도 플레이오프 승률이 제로다. 네 번 싸워 모두 졌다.

12일 여자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서 감독은 “지난 시즌 신한은행에 아깝게 지고 탈락했는데, 그 이후에 단 하루도 편하게 잠을 청한 날이 없다”며 “1년 동안 이를 갈았고 많은 땀을 흘렸다. 이제 그 땀의 대가를 얻을 날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맞선 정 감독은 “2년 만에 여자농구로 돌아왔을 때 우려 섞인 시선 때문에 맘고생도 했다. 하지만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며 “2년 동안 타이틀을 뺏긴 선수들이 누구보다 우승하고자 하는 열망이 크다. 나는 선수들이 잘 뛰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양 팀 간 정규리그 맞대결에서는 신한은행이 5승2패로 앞서 있다. KB스타즈는 마지막 두 번의 대결을 모두 지며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서동철 감독은 긍정적인 면을 보려 애썼다. 그는 “두 차례 맞대결 승리는 모두 인천에서 거둔 것”이라며 “1차전이 인천에서 열리기 때문에 우리에게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여유를 보였다.

▲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과 서동철 KB스타즈 감독, 정인교 신한은행 감독(왼쪽부터)이 12일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우승 트로피에 손을 얹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선후배간 아슬아슬 줄타기 설전에 장내는 '웃음바다'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선후배간의 입씨름은 이날 미디어데이의 백미였다.

두 감독은 유독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었다. 중간에 앉은 정인교 감독이 서동철 감독과는 멀리, 위성우 감독 쪽에 더 가까이 앉은 것. 우연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둘 사이가 대학 선후배 관계이기 때문에 편하지만은 않았다.

먼저 입을 뗀 쪽은 정 감독이었다. 그는 “외모로 봤을 때 내가 더 나이 들어 보이지만, 대학교 때 서 감독의 방졸(숙소에서 같은 방 막내)이었다”며 “많은 선배들 중에서는 인간적이시긴 했지만 그래도 많이 고생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후배한테 괴롭힘 좀 당해야 할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후배의 선제공격을 듣고 가만히 있을 선배는 없을 터. 서 감독도 이에 질세라 맞불을 놨다. 그는 “정 감독이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지만, 내가 술도 많이 사줬다. 술값을 생각해서라도 나에게 양보해야하지 않을까”라며 “많이 괴롭힌 건 사실이지만, 그땐 그런 문화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고생시키는 선배가 진정 좋은 선배인데 이렇게 나오니 서운하다”고 말했다. 서 감독의 능청스런 발언에 장내는 폭소의 도가니가 됐다.

신한은행 외국인 선수 크리스마스를 놓고도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정 감독은 “(브릴랜드의 부상 때문에) 크리스마스가 정규리그 절반 정도를 혼자 뛰었다. 체력적으로 힘들텐데 플레이오프에서도 잘 벼텨야 한다”며 “최근에 남자친구가 한국에 왔다. ‘사랑의 힘’을 믿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서 감독은 “나도 크리스마스 남자친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사랑의 힘이 진짜 힘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며 “박종천 부천 하나외환 감독도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하며 ‘너희가 1승 먼저 한 것 같다’며 축하해줬다”고 맞받아쳤다.

두 감독의 유쾌한 신경전이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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