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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작계더비' 지배한 염기훈·정대세 싸움닭 '기·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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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작계더비' 지배한 염기훈·정대세 싸움닭 '기·세'의 힘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22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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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책임감 새긴 염기훈 프리킥 등 멀티골 폭발…희생정신 무장한 정대세도 염기훈과 콤비플레이 어시스트

[성남=스포츠Q 박상현 기자] 수원 삼성이 성남FC와 까다로은 '작계(鵲鷄)더비'에서 승리하며 A매치 휴식기에서 다소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작계전을 승리로 이끈 것은 바로 '기세' 듀오 염기훈(32)과 정대세(31)였다.

염기훈과 정대세는 22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3라운드에서 선발로 나서며 나란히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왼발의 달인' 염기훈은 왼발 프리킥 선제골과 함께 결승골까지 넣었고 정대세는 후반 5분 염기훈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염기훈의 왼발 프리킥 선제골 때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성남의 파울을 유도하며 프리킥 기회를 얻어내기도 했다.

올 시즌 우승후보 가운데 한 팀으로 꼽혔던 수원은 사실 출발이 매끄럽지는 못했다. 포항과 홈 개막전에서 0-1로 지고 인천과 홈경기에서는 가까스로 2-1로 이겨 승점 3을 획득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일본)과 첫 경기에서만 1-0으로 이겼을 뿐 이후 2경기에서 1무 1패에 그쳤다.

성남이 약체로 평가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ACL 분위기는 수원에 좋을 것이 없었다. 수원은 호주 원정이었지만 성남은 바로 옆 나라, 중국 원정이었다. 게다가 성남은 광저우 푸리(중국)와 3차전에서 1-0으로 이겨 상승세였다. 하지만 수원은 정대세-염기훈 듀오를 앞세워 하나의 큰 고비를 넘겼다.

▲ [성남=스포츠Q 최대성 기자] 수원 삼성 염기훈(왼쪽에서 두번째)과 정대세(오른쪽)이 22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성남FC와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3라운드에서 후반 5분 골과 어시스트를 합작한 뒤 어깨동무를 하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정대세의 희생정신, 시민구단 성남 상대로 첫 승리

수원과 성남의 더비 매치는 수원-서울의 '슈퍼매치' 못지 않은 뜨거운 대결의 역사였다. 성남이 시민구단 출범 이전이던 성남 일화였을 당시 마스코트 천마 이름을 따 '마계(馬鷄)대전'이라는 호칭이 있었다. 수원 팬들은 자신의 팀을 닭으로 비유했다며 이 명칭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지만 마계대전은 경기 지역에 연고를 둔 두 팀의 치열한 더비로 유명했다.

이후 성남이 시민구단으로 출범한 지난 시즌부터는 '작계더비'가 됐다. 성남이 시조(市鳥)인 까치로 마스코트를 바꿨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수원은 지난 시즌 성남과 세 차례 맞대결에서 2무 1패에 그쳐 전구단 상대 승리를 놓쳤다. 김학범 감독과는 지난해 10월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나 2-2로 비겼다.

올시즌은 진정한 '작계더비'가 됐다. 성남이 홈 유니폼을 검은색으로 바꾸면서 '진짜 까치'가 됐기 때문이다. 수원의 하얀색 원정 유니폼과 큰 대조를 이뤘다.

이 경기에서 진정한 '싸움닭'은 정대세였다. 정대세는 이날 기대했던 시즌 마수걸이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염기훈의 2골에 모두 관여했다.

전반 44분 정대세가 미드필드에서 나오는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가려고 할 무렵 윤영선에 밀려 아크 오른쪽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조금만 더 들어갔더라면 페널티킥까지 얻어낼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아크 오른쪽 역시 왼발의 마술사 염기훈이 좋아하는 위치였다. 아니나 다를까. 염기훈은 왼발 프리킥으로 성남 골망 왼쪽 상단을 흔들었다.

팽팽한 접전에서 나온 염기훈의 골로 전반을 1-0으로 마친 수원은 흐름을 그대로 이어갔고 후반 5분만에 염기훈의 추가골이 나왔다. 정대세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내준 패스를 염기훈이 잡아 그대로 왼발슛으로 연결, 추가골로 연결했다. 이 골은 결승골이 됐다.

정대세는 1개의 도움을 올린 것 못지 않게 최전방에서 활발한 무브먼트를 선보였다. 슛은 단 한 개도 없었지만 자신보다 훨씬 좋은 위치에 있는 팀 동료를 활용할 줄 아는 성숙한 움직임이 돋보였다.

▲ [성남=스포츠Q 최대성 기자] 수원 삼성 정대세(오른쪽)이 22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성남FC와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3라운드에서 공을 몰며 공격에 나서고 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아직 정대세의 몸상태는 70% 정도 수준밖에 안된다.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카이오가 컨디션이 훨씬 좋지 않기 때문에 정대세를 내보낸다"며 "하지만 이제 정대세는 컨디션이 나쁜 상태에서도 어떻게 공격을 풀어가야하는지를 잘 아는 성숙함을 보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 감독이 정대세가 지난 시즌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하는 것은 바로 희생정신이다. 그것을 발휘하면서 정대세가 스스로 팀 조직력에 흡수되고 융화된다는 것이다.

서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정대세가 최전방 원톱으로서 자신이 어떻게 해결하려는 '독불장군'의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경험이 묻어난다. 오히려 조금 더 골에 욕심을 부렸으면 한다"며 "자신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는 팀 동료에게 도움을 주거나 자기가 직접 끌고 나오면서 공간을 창출하는 능력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염기훈의 후반 5분 결승골이 나온 장면은 정대세가 왼쪽으로 치고 가면서 성남 수비를 분산시킨 측면도 없지 않았다. 정대세에 기울어진 성남 수비를 잘 활용해 염기훈에게 패스를 전달했고 염기훈은 각도가 좋은 골라인 근처에서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 더욱 강해진 왼발, 정대세와 찰떡호흡 맞추는 염기훈

수원이 인천과 경기에서 극적인 2-1 승리를 따냈을 당시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의 주인공은 염기훈이었다. 이날 염기훈은 경기 최우수선수인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염기훈의 골에는 바로 정대세가 있었다.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나온 패스를 잡은 정대세가 빠른 역습 과정에서 왼쪽으로 치고 가는 염기훈에게 빠르게 연결했고 이를 왼발로 연결시켰다. 정대세와 찰떡 호흡이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염기훈과 정대세의 콤비 플레이는 성남전에서도 더욱 빛났다. 정대세가 얻어낸 프리킥을 직접 골로 연결해주는가 하면 후반 5분 어시스트를 받아 결승골까지 기록하며 두 경기 연속 맨 오브 더 매치에 뽑혔다. 특히 자신이 뽑은 3골을 모두 왼발로 뽑아내면서 왼발 스페셜리스트로서 더욱 강력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 [성남=스포츠Q 최대성 기자] 수원 삼성 염기훈(가운데)이 22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성남FC와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3라운드에서 전반 추가시간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올 시즌 수원의 주장을 맡으면서 더욱 성숙하고 노련해졌다는 것이 서정원 감독의 설명이다.

서 감독은 "팀의 주장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성숙해졌다. 주장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며 "특히 운동장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서 훈련하는 선수가 염기훈이다. 염기훈의 이런 솔선수범에 수원의 어린 선수들이 보고 배우고 있다"고 뿌듯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실제로 염기훈은 지난 21일 마지막 훈련에서 왼발 프리킥을 더욱 가다듬었다고 했다. 서정원 감독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저렇게 훈련하는데 하나 안들어갈까"라며 읊조렸다. 서 감독은 전반 마지막에 프리킥 기회가 나왔을 때 염기훈의 왼발이 한 건 해줄 것이라고 끝까지 믿었다.

서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얼마나 준비하고 정성을 다하느냐에 따라 그라운드에서 경기력은 크게 달라진다"며 "팀의 고참 선배로서 좋은 본보기가 되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염기훈과 정대세의 콤비 플레이가 맞아들어가면서 수원의 공격력도 날로 강해지고 있다. 두 선수의 콤비플레이로 골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 영향은 다른 공격수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이상호의 빠른 침투 돌파로 기회를 만들어내고 결국 카이오의 시즌 첫 골이 만들어진 것도 정대세-염기훈의 콤비 플레이에 자극받은 영향이다.

서정원 감독은 "정대세가 워낙 많이 뛰어서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었는데 이럴 때 카이오가 들어가 제 역할을 해주고 골까지 넣어주니까 더없이 기쁘다"며 "모든 선수들이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수원은 성남전 완승으로 이제 공격에서 한껏 기세를 올릴 수 있게 됐다. 그 기세의 근원은 단연 염기훈-정대세 듀오다. 이들이 잘해주면 잘해줄수록 수원의 공격 시너지 효과는 한층 올라갈 것이다.

▲ [성남=스포츠Q 최대성 기자] 수원 삼성 염기훈(오른쪽)이 22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성남FC와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3라운드에서 3-1 승리를 이끈 뒤 의기양양하게 라커룸으로 향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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