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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송골매군단 '투혼', 우승만큼 값진 두글자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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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송골매군단 '투혼', 우승만큼 값진 두글자 새기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3.27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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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플레이오프 잇딴 악재 속에서도 투혼 불사르며 명승부 연출한 LG

[스포츠Q 이세영 기자]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린 순간 모든 선수가 제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다르다”고 외쳤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체력이 바닥나도록 코트를 누볐다. 하지만 끝내 챔프전행 티켓을 눈앞에서 놓쳤다. 지난 8일부터 포스트시즌 19일 동안 모두 10경기를 펼치는 살인적인 스케줄에 힘이 바닥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즌. 해피엔딩이 되길 원했으나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창원 LG가 두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울산 모비스라는 거대한 산을 넘지 못했다. LG는 26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모비스와 경기에서 67-78로 졌다. 시리즈 전적 2승3패가 된 LG는 결승행 문턱에서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 김종규(오른쪽)와 라틀리프가 27일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LG-모비스전에서 박스아웃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KBL 제공]

러시아리그 득점왕 출신 외인과 겁 없이 골밑을 파고드는 센터, 빠른 농구로 팀 공격을 조율하는 리딩 가드까지 건재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찾아온 대형 악재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비록 LG의 시즌은 막을 내렸지만 그들이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투혼은 오래도록 팬들의 가슴에 남을만큼 감동적이었다.

◆ 주전 부상·컨디션 난조, 롤러코스터 탄 정규시즌

올 시즌 LG의 출발은 지난 시즌 준우승팀 답지 않게 불안했다. 팀을 옮긴 선수는 없었지만 주전들이 체력 저하와 부상에 시달려 제대로 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개막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까지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뛴 문태종은 결승전까지 소화해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함께 출전한 김종규는 발목 부상 때문에 초반 3개월 동안 출전하지 못했다.

여기에 주득점원인 데이본 제퍼슨마저 팔꿈치 부상 등으로 주저앉은 LG는 당초 우승후보라는 예상과는 반대로 순위가 급전직하했다.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인 6위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1월부터 주전들이 하나 둘 돌아온 LG는 급상승세를 타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1월 치른 10경기를 모두 이겼고 2월 6일 원주 동부전에서 2015년 첫 패배를 맛봤다.

그러나 이후 10경기에서 다시 9승을 수확한 LG는 정규시즌 4위(32승22패)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자리를 비웠던 제퍼슨, 김종규가 지난 시즌의 위력을 과시했고 문태종도 컨디션을 회복, 타짜 본능을 뽐냈다.

▲ 김시래(오른쪽)가 27일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모비스전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 PO에서도 닥친 시련, 투혼으로 버텼다

극적으로 6강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쥔 LG. 하지만 이들에게 첫 관문은 쉽지 않았다. 고양 오리온스를 상대로 5차전까지 간 끝에 3승2패를 기록, 4강에 올랐다.

마지막 경기까지 치러 휴식시간이 없었다. 단 하루만 쉰 LG는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패배를 안긴 모비스와 4강에서 리턴매치를 치렀다.

첫 우승 문턱에서 눈물을 줬던 상대이기에 더욱 승부욕이 불타올랐지만 뜻하지 않은 곳에서 악재가 발생했다. 1차전에서 제퍼슨이 애국가가 나올 때 스트레칭을 해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구단 자체 징계로 퇴출당하기에 이른 것.

1차전을 패한 LG는 제퍼슨의 부재로 남은 시리즈 전망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때 또 다른 외국인 선수 크리스 메시가 슈퍼맨으로 변신, 제퍼슨의 공백을 메웠고 김시래도 부지런히 코트를 누비며 승부를 최종 5차전까지 끌고 갔다.

선수들 모두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정신력으로만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미 방전된 체력으로 인해 슛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고 상대의 밀착수비도 버텨내지 못했다. 결국 LG는 올해도 모비스에 져 분루를 삼켰다.

비록 패했지만 LG는 투혼이라는 두 글자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몸소 보여줬다. 5차전에서 10점차 이상 벌어진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끝까지 이를 악물었다. 그런 선수들에게 김진 감독은 별다른 작전을 내리지 않았다. 이미 체력이 떨어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등을 쓰다듬으며 무언의 응원을 보냈다.

아직 유니폼에 별을 달지 못한 LG. 하지만 투혼으로 불사른 송골매 군단의 2014~2015시즌은 우승만큼 가치가 있었던 시간이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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