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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패자는 말이 없지만 기억해야할 2인자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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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패자는 말이 없지만 기억해야할 2인자들의 눈물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4.01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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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팬·배구팬 울린 서동철 감독·니콜의 뜨거운 눈물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오로지 승리가 목표인 프로 스포츠에서 패자는 말이 없다. 승자에 쏟아지는 관심은 냉혹한 승부를 이겨낸 보상과도 같지만 무대 뒤로 쓸쓸히 퇴장하는 패자들에겐 승자만큼 시선이 가진 않는다.

하지만 여기 스포츠팬이라면 기억해도 좋을 두 가지 눈물이 있다. 선수들을 끔찍이 사랑한 사령탑의 눈물과 한국을 제2의 조국이라 여긴 선수의 뜨거운 눈물이 바로 그것이다.

여자프로농구(WKBL) 청주 KB스타즈와 V리그 여자부 성남 한국도로공사는 나란히 챔프전에 진출했지만 리그 최강팀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창단 첫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이들을 꺾은 춘천 우리은행과 화성 IBK기업은행은 각각 3회와 2회 우승트로피를 들었으나 KB스타즈, 도로공사의 경우 어렵게 잡은 첫 번째 우승 기회를 놓쳤기에 아쉬움이 컸다.

▲ 서동철 KB스타즈 감독은 우리은행과 챔프전에서 패한 뒤 "선수들이 열심히해줬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사진=WKBL 제공]

◆ "선수들에게 고마워" 덕장 서동철의 눈물

“이런 모습 보이기 싫은데 창피하다.”

서동철(47) KB스타즈 감독이 참았던 눈물을 쏟은 뒤 털어놓은 첫 마디다.

그는 지난달 27일 챔피언결정 4차전을 패한 뒤 “결과에 승복한다. 위성우 감독을 비롯해 우리은행 선수들에게 우승을 축하한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고 패배를 받아들였지만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1차전을 이기고도 내준 시리즈라 아쉬움이 컸다. “많이 아쉬운 시리즈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잘 해줬다”며 “챔프전에서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해준 것이 고맙다”고 눈물을 훔쳤다.

이어 “우리 선수들은 절대 지지 않았다. 경기에선 졌지만 열정은 지지 않았다. 오늘도 힘들었을텐데 팬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보여준 게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KB스타즈는 주포 변연하가 장기간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도 홍아란, 강아정, 정미란이 돌아가면서 제몫을 해주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정규리그의 기세로 플레이오프에서 신한은행을 누른 KB스타즈는 챔프전 1차전을 잡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끝내 우리은행의 관록을 넘지는 못했다.

서 감독은 “이번에 부족했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다음 시즌을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 우리만의 색깔을 갖고 재밌는 농구로 다시 나타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V리그 3년차 니콜(오른쪽)은 코트 안에서는 리더로, 밖에서는 친근한 동료로 선수들과 감독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진=스포츠Q DB]

◆ 제2의 조국 떠나는 'V리그 3년차' 니콜의 눈물

그나마 서동철 감독은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있지만 올 시즌을 끝으로 V리그와 작별하는 외국인 선수는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한국 무대에 돌아올 수 없다. 도로공사의 에이스 니콜 포셋(29)의 이야기다.

2012~2013시즌 도로공사에 입단한 니콜은 올해까지 세 시즌을 한 팀에서 뛰었다. 그는 매년 리그 정상급 공격력을 자랑했지만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미치지 못해 두 시즌 연속 봄 배구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이효희, 장소연, 정대영 등 베테랑 3인방과 문정원이 뒤를 받쳐줘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 챔프전에 직행할 수 있었다.

야심차게 오른 챔프전 무대. 그러나 도로공사의 저력이 챔프전에서는 발휘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주전들이 크고 작은 부상 때문에 100% 몸 상태가 아니었다. 큰 경기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들은 경기가 풀리지 않자 우왕좌왕했다. 결국 니콜은 3경기에서 총 74점을 올리는 괴력을 발휘하고도 팀 패배에 눈물을 흘렸다.

더군다나 니콜은 바뀐 규정 때문에 다음 시즌부터 V리그에서 뛸 수 없다. 당분간은 한국과 영영 이별이다.

V리그 여자부는 다음 시즌부터 트라이아웃을 통해 외국인 선수를 선발한다. 미국 국적의 만 21~25세 대학교 졸업예정자와 해외리그 3년 이하의 선수 경험자만 트라이아웃에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스물아홉 나이에 해외리그 경험이 많은 니콜은 트라이아웃에 나설 수 없다.

아버지가 주한 미군 출신이라는 가정사가 소개되면서 배구 팬들에게 더 친숙해진 니콜은 코트 안에서는 든든한 리더로, 밖에서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이제 한국에서 니콜을 볼 수는 없다.

서남원 도로공사 감독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실력과 인성 모두 최고인 외국인 선수”라며 니콜을 떠올렸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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