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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망망대해에 선 최태웅 감독, '원팀' 만들기 2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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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망망대해에 선 최태웅 감독, '원팀' 만들기 2대 과제는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4.04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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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카리스마 발휘함과 동시에 김세진 감독의 형님 리더십 벤치마킹할 필요 있어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천안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서비스 시절부터 프로배구의 명가로 자리매김해왔다. 2005년 출범한 V리그에서도 비록 두 번밖에 우승컵을 들지 못했지만 지난해까지 대전 삼성화재와 우승을 양분했다.

하지만 올 시즌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봄 배구를 하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15승21패 승점 52로 5위. 명가와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였다. 단장이 교체되고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사령탑 자리가 빈 상황에서 현대캐피탈의 선택은 플레잉 코치로 뛰던 최태웅(39)이었다. 전임 김호철(60) 감독보다 무려 21세나 어리다. 파격 인사가 아닐 수 없다.

▲ 현대캐피탈이 변화와 안정의 기로에서 변화를 택했다. 최태웅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사진=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제공]

현대캐피탈은 지난 2일 “최태웅 감독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팀 퍼포먼스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구단은 선수단의 변화와 혁신이 선임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은 앞으로 현대캐피탈이 나아갈 방향과 무관하지 않다.

“구단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배구 명가 현대캐피탈만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도록 색깔 있는 배구를 하겠다.”

선임 직후 구단을 통해 밝힌 최 감독의 각오다. ‘원 팀(One team)’을 외친 최태웅 감독의 앞으로 두 가지 과제를 짚어봤다.

◆ 스타군단 하나로 묶는 '유연한 카리스마' 필요 

최 감독의 말대로 현대캐피탈을 원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대표 출신이 많고 개성도 뚜렷한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는 선수들과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이상 함께 생활했다. 팀 구성원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으나 선수시절에 쌓은 친분 때문에 자칫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할 수도 있다. 특정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해야 하는 이유다.

더군다나 현대캐피탈은 주 공격수부터 센터, 세터, 리베로까지 모두 국가대표 출신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이들의 자존감이 강하다. 훈련이나 생활 패턴에서 의견이 부딪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일례로 3년 전 드림식스 선수들이 당시 사령탑을 지낸 박희상 감독의 지도 스타일에 집단 반발하고 나선 적이 있다. 젊은 선수들의 항명을 못 이긴 박 감독은 결국 지휘봉을 반납하고 구단에서 떠났다.

물론 한솥밥을 먹었던 감독에게 선수들이 집단 항명을 할 확률은 적어보이지만 사령탑 자리에서 선수들과 소통은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다.

▲ 플레잉 코치 시절 웜업존에 있는 최태웅 감독(앞). 최 감독이 유연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조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제공]

◆ 김세진표 '형님 리더십', 벤치마킹할 필요 있다

‘스승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말이 있다.

최 감독은 멀지 않은 곳에서 배울 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창단 2년 만에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김세진 안산 OK저축은행 감독의 리더십이다. 김 감독은 삼성화재 시절 최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다. 둘은 3년 선후배 사이로서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김 감독은 직설적인 화법으로 선수들의 투지를 일깨웠다. 자신이 삼성화재 시절 신치용 감독으로부터 경험했던 선수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 김 감독의 말을 들은 선수들은 더욱 기를 쓰고 경기를 하며 무럭무럭 성장했다.

채찍질만 한 것은 아니었다. 팀이 연패에 빠졌을 때는 선수들과 소줏잔을 기울이며 허심탄회하게 풀었다. “세상에 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한 잔 하면서 털어버리자”는 말과 함께.

김세진 감독은 때로는 엄하면서도 직설적인 지적을, 때로는 따뜻하게 감싸주는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운영했다. 김 감독의 조련에 OK저축은행 선수들은 한 명의 낙오도 없이 창단 2년 만에 첫 우승의 기적을 이뤄냈다.

현대캐피탈이 이전까지 행보를 잠시 뒤로하고 새 역사를 준비하려 한다. 그 꼭짓점에 최태웅 감독이 섰다. 그는 불굴의 의지로 림프암까지 이겨냈다. 이제 그 남다른 투지를 선수단에 이식해야할 시간이 왔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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