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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모비스 '스피드 농구', 마지막까지 신경전에도 냉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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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모비스 '스피드 농구', 마지막까지 신경전에도 냉정했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4.04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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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싸움 속에서 냉정함 유지한 모비스, '통산 최다' 6회 우승 금자탑

[원주=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최대성 기자] 시리즈는 일방적으로 끝났지만 코트에는 긴장감이 넘쳤다. 프로농구 전통의 강호들답게 신경전이 대단했다.

원주 동부와 울산 모비스는 심판의 파울콜에 예민하게 반응했고 양 팀을 대표하는 김주성(동부), 문태영(모비스)이 수차례 신경전을 벌였다. 이에 스탠드를 메운 홈 팬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컸다. 승부만큼 양 팀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에 시선이 갔다.

모비스는 4일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4차전 동부와 원정경기에서 22점을 올린 양동근의 활약에 힘입어 81-73 승리를 거뒀다.

▲ 모비스 선수단이 4일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2014~2015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4차전 동부와 원정경기서 승리, 통산 최다 6번째 챔피언에 오른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승리로 4전 전승을 거두며 시즌을 마무리한 모비스는 프로 원년인 1997시즌과 2006~2007, 2009~2010, 2012~2013, 2013~2014시즌을 포함, 통산 최다 6번째 챔피언에 올랐다. 아울러 최초의 3시즌 연속 챔프전 우승컵을 접수, 명실상부 최강의 면모를 과시했다.

모비스 사령탑 유재학 감독은 자신의 챔프전 통산 최다승 기록을 넘어섰다. 20승(11패)을 채우며 대미를 장식했다.

3연패로 벼랑 끝에 몰렸지만 원주의 열기는 뜨거웠다. 원주종합체육관 4600석이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매진됐고 일어서서 경기를 보는 관중도 많았다. 동부 선수들이 득점할 때마다 경기장이 떠나갈 듯 환호성이 가득했다. 본부석 오른쪽 스탠드를 메운 모비스 원정 팬들도 이에 질세라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양 팀 간 신경전도 시선을 끌었다. 2쿼터 38-30 상황에서 박스아웃을 하던 김주성과 문태영이 골밑에서 신경전을 벌였고 이것이 격한 몸싸움으로 번졌다. 더블 테크니컬 파울로 일단락됐지만 원주 홈 팬들이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경기가 5분간 중단됐고 코트에는 긴장감이 더욱 넘쳤다. 두 선수는 3쿼터 중반에도 한 차례 언성을 높이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누가 평정심을 유지하느냐의 싸움에서 모비스가 이겼다. 동부가 급한 마음에 턴오버를 연발할 때 모비스는 속공으로 점수를 쌓으며 격차를 벌렸다.

▲ 동부 김주성(왼쪽)이 4일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4차전 홈경기 3쿼터서 잇다른 반칙을 범한 모비스 문태영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 양동근이 지휘한 모비스, '앞선 싸움'에서 완승

모비스의 승리는 스몰맨 대결에서 승리로 귀결된다. 가드진 싸움에서 완승을 거뒀다.

팀 공격의 출발점인 양동근은 1차전에서 18점을 올린 것을 비롯해 2차전 17점, 3차전에서 23점을 쏟아 부으며 동부의 림을 초토화했다. 4차전에서도 22점을 기록한 그는 시리즈 최고의 선수로 뽑히기에 손색없는 활약을 펼쳤다. 그의 화려한 드리블에 스탠드는 관중들의 감탄으로 가득했다. 기자단 투표 64표 중 60표를 획득, 역대 최다인 세 번째로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박구영 역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4차전에서는 많은 시간 동안 코트를 누비지 않았지만 3차전에서 6점 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 승리에 발판을 놨다. 이대성 역시 악착같은 수비로 존재감을 높였다.

우승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활짝 웃으며 기자회견실에 들어온 유재학 감독은 “시즌 내내 가드진에서 백업 멤버가 부족해 걱정이 됐는데, (양)동근이가 혼자서 제몫을 해줬다”며 “클라크도 포스트시즌 때 잘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 로드 벤슨과 계속 갔다면 우승을 못했을 것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MVP를 받은 양동근은 “좋은 환경에서 훌륭한 코칭스태프,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과 함께 했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 팀을 대표해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한 면모를 보였다.

반면 동부 김영만 감독이 준비한 양동근 봉쇄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젊은피’ 허웅과 두경민을 앞세워 양동근을 마크하려 했지만 수비에서 손발이 맞지 않았다. 베테랑 박지현도 난조를 보였고 안재욱 역시 조커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이에 김 감독은 경기 내내 가드진 운용에 애를 먹었다.

▲ 모비스 선수들이 4일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4차전 동부와 원정경기서 81-73으로 승리, 통산 최다 6번째 챔피언에 오른 후 삼페인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무너진 동부산성, 끝내 메우지 못한 '윤호영 공백'

앞선 싸움에서 이기지 못한 동부는 그동안 장점이었던 높이조차 살리지 못했다. 주전 빅맨들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모비스에 많은 공격 리바운드를 허용했다.

여기에 3차전에서 윤호영이 팔꿈치 부상으로 빠진 것은 동부 입장에서 치명타였다. 4차전이 열리기 전 김영만 감독은 “팔꿈치 인대가 늘어났다. 코트에 나서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윤호영을 라인업에서 제외시켰다.

골밑에서 적극적인 몸싸움을 펼칠 수 있고 외곽포 능력도 장착한 선수가 없다는 것은 동부에 크게 다가왔다. 3차전까지 모비스에 리바운드에서 밀린 동부는 4차전에서도 21-31로 10개나 뒤졌다. 리카르도 라틀리프(4개) 뿐만 아니라 아이라 클라크(6개), 양동근(6개), 문태영(8개)에게도 많은 리바운드를 허용했다.

반면 데이비드 사이먼과 김주성은 각각 4개씩을 잡아내는 데 그쳤다. 공격 기회를 많이 내주다 보니 경기 주도권을 잡기 힘들었다.

김영만 동부 감독은 패배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지난 시즌 꼴찌에 머문 팀을 2위까지 올려놨지만 선수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김 감독은 “올 시즌 7위 정도만 해도 잘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준우승을 해 선수들이 대견스럽다”며 “선수들은 맡은 임무를 충실히 했다. 감독이 부족해서 졌다”고 패배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렸다.

내년 시즌 계획에 대해서는 “(김)주성이가 없을 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수비에서도 세밀하게 다듬을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 모비스 선수들이 4일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4차전 동부와 원정경기서 81-73으로 승리, 통산 최다 6번째 챔피언에 오른 뒤 트로피를 앞세우고 환호하고 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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