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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하루만에 20분만 뛴 지소연, 러시아전 결승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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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하루만에 20분만 뛴 지소연, 러시아전 결승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05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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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전 후반 추가시간 여민지 어시스트, 대표팀 최다 37호골

[인천=스포츠Q 박상현 기자]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이 자신의 클래스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지소연이 장시간 비행과 시차 적응으로 인한 피로에도 경기에 나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후원 여자축구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여민지(22·대전 스포츠토토)의 어시스트에 이은 지소연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2002년 8월 27일 중국 우한에서 열린 중국 4개국 친선대회에서 러시아와 첫 대결해 3-2로 이긴 이후 4경기 연속 무패(3승 1무) 및 2연승을 거두며 역대 전적에서 3승 1무 3패로 균형을 맞췄다.

특히 러시아와 가장 최근의 격돌이었던 2011년 3월 키프러스컵에서 2-1로 이겼을 당시에도 지소연과 여민지가 골을 터뜨린 적이 있어 다시 한번 두 공격수의 호흡을 기대케했다.

▲ [인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지소연이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선제 결승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이날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왼쪽 발목 부상을 당한 박은선(29·로시얀카)과 함께 귀국한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지소연을 벤치에 앉혀뒀다.

대신 또 다른 공격 옵션인 정설빈(25), 유영아(27·이상 인천 현대제철), 여민지 등 스리톱을 내세웠다. 정설빈과 유영아를 투톱으로 세우고 여민지가 그 뒤를 받치는 포메이션이 예상됐지만 여민지까지 위로 끌어올려 세 선수가 자유롭게 위치를 스위칭하는 스리톱을 구사했다.

1부터 러시아의 공격을 끊어내며 압박을 펼쳐 상대적으로 한국에 기회가 더 많았다. 그러나 기대했던 골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1998년 10월 26일 하남 미사리구장에서 열렸던 일본전 이후 17년만에 국내에서 음으로 벌어진 여자축구 단일 A매치여서인지 선수들의 얼굴에는 긴장이 역력했다.

관중 규모도 3177명으로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1000여명이 넘는 관중도 어색했는지 다소 몸이 굳어있었다.

그러다 보니 패스미스가 잦았고 그나마 슛도 골문을 외면하기 일쑤였다. 전반 6분 정설민이 페널티지역 왼쪽을 돌파했지만 무위에 그쳤고 전반 13분에는 권하늘(27·부산 상무)이 찔러준 패스를 유영아가 잡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슛을 날렸지만 워낙 약하게 굴러가면서 상대 골키퍼에게 잡혔다. 워낙 약한 슛이어서인지 공식기록에서는 슛이 아닌 패스로 잡혔다.

▲ [인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여민지(왼쪽)가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러시아 골키퍼의 빠른 수비에 공격 시도가 무산되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전반 21분 이은미가 파울을 유도해 얻어낸 프리킥에서 정설빈이 헤딩슛을 연결한 것이 공식기록상 한국의 첫 슛이었다. 이어 러시아의 골키퍼의 골킥 실수를 틈타 공을 잡아 유영아아 페널티지역 중앙까지 치고들어가 오른발 슛을 때렸지만 골문 오른쪽으로 벗어났다. 이후 전반 24분 권하늘, 전반 41분 황보람(28·이천 대교)의 슛이 나왔지만 역시 러시아의 골문을 열기엔 부족했다.

그렇다고 러시아도 공격이 강력한 것은 아니었다. 체격조건은 뛰어났지만 스피드가 느려 한국의 수비진이 막기에 별 무리가 없었다. 공식 기록으로 러시아의 슛은 90분 내내 전반 43분 아나스타샤 포츠디바가 날린 것 딱 하나였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정설빈을 빼고 박희영(24·대전 스포츠토토)을 투입하며 보다 세밀한 패스를 주문했지만 러시아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슛은 계속해서 나왔지만 결정력도 부족했다. 이후 이금민(21·서울시청)과 김수연(26·화천 KSPO)을 잇따라 투입했지만 경기 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소연이 후반 31분 교체 투입되면서 관중석이 들썩이기 시작했고 분위기는 미묘하게 바뀌었다. 교체 투입된지 3분만에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회심의 슛을 날리며 러시아의 골문을 노렸던 지소연은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공중볼 다툼에서 러시아 선수의 머리를 맞고 왼쪽 골 포스트를 때린 뒤 흐른 공은 여민지에게 향했다. 골지역 중앙에 있던 여민지는 이 공을 지켜낸 뒤 지소연에게 연결했고 지소연은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로 슛, 러시아의 골문 왼쪽을 열었다.

▲ [인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지소연이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선제 결승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전날 오전 8시 한국에 도착한 뒤 곧바로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 입소했던 지소연은 귀국한지 불과 30시간도 안돼 경기에 나서 20여분만 뛰고도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17년만의 A매치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A매치 36골로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 가운데 최다골을 기록하고 있는 지소연은 소속팀 첼시 레이디스에서 시즌 마수걸이 골을 터뜨린 상승세를 그대로 이으며 A매치 득점을 37골로 늘렸다.

지소연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피곤했지만 핑계대고 싶지 않았고 17년만에 A매치라는 점에서 꼭 골을 넣고 싶었다"며 "내가 결승골을 넣고 팀이 이기게 돼 기쁘다. 많은 A매치를 뛰었지만 단일 A매치는 처음이기 때문에 데뷔전을 치른다는 생각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하늘과 골키퍼 김정미(31), 조소현(26·이상 현대제철), 지소연 등 역대 A매치 최다 출전 1~4위를 달리고 있는 네 선수는 각각 자신의 A매치 출장 기록은 94경기, 89경기, 77경기, 73경기로 하나씩 늘렸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오는 6일 오전 파주 NFC에서 회복훈련과 점심식사를 한 뒤 대전으로 이동, 7일 오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공식 훈련을 갖는다. 러시아와 A매치 2연전 가운데 두 째 경기는 8일 오후 4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다.

▲ [인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1-0으로 이긴 뒤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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