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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KBL, 불신의 시대에 팬심 회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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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KBL, 불신의 시대에 팬심 회복하려면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4.06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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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룰과 규정, 챔프전 운영 미숙으로 팬심 잡지 못한 KBL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숱한 이야기와 화젯거리를 남긴 2014~2015 프로농구는 울산 모비스의 사상 최초 3연패로 막을 내렸다.

많은 팬들이 모비스 수장 유재학 감독의 지도력에 감탄했고 주장이자 야전사령관인 양동근의 플레이에 뜨거운 찬사를 보냈다. 시리즈는 일방적으로 진행됐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의 열기는 미국프로농구(NBA) 부럽지 않았다.

그러나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논란을 일으킨 이슈들은 앞으로 한국농구연맹(KBL)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새롭게 바뀐 룰에 대한 문제, 외국인 선수 규정 등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 챔피언결정전이 열린 울산동천체육관과 원주종합체육관에는 KBL의 행정력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구단 직원들이 급히 제지했지만 팬들은 KBL의 미숙한 행정력이 프로농구의 질적 하락과 흥행 부진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 심판 판정 논란은 해를 거르지 않고 지적되는 문제다. 주심의 파울 판정에 억울해 하는 오리온스 이승현(왼쪽). [사진=스포츠Q DB]

◆ 애매한 룰·맹점 있는 규정, 손봐야 한다는 지적

판단 기준이 애매한 룰과 작지 않은 맹점을 지닌 규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KBL은 올 시즌 U1 파울과, U2 파울을 새롭게 만들었다. U1 파울은 속공파울, U2 파울은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파울을 뜻한다.

이 가운데 심판이 속공을 고의로 끊었다고 판단했을 때 자유투 1개와 공격권을 주는 U1 파울에 대한 논란이 확산됐다. 속공 시 파울로 끊는 게 득점 감소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만든 룰인데, 심판의 주관이 들어가면서 일관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처음에는 퍼스널 파울을 지적했다가 벤치가 항의를 하자 U1 파울로 바뀐 경우도 있었다.

지난달 6일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현장에서도 이에 대한 말이 흘러나왔다. 김진 창원 LG 감독은 “U1 파울은 선수들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 이것은 심판들이 세운 기준이 문제다”라며 심판들을 겨냥했다. 서울 SK 김선형도 “U1 파울을 속공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다. 선수들은 억울할 때가 많다. 정확한 기준이 없고 너무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김동광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U1 파울의 경우 고의성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다”며 “이와 관련해 심판들의 자질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데, 올 시즌을 앞두고 다섯 명의 2진 심판들이 올라왔다. 거기에서 비롯되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 규정은 시즌 내내 논란거리였다. 이 가운데 팬들은 특정팀의 외인 선수 보유한도를 3년으로 제안하는 규정에 반발했다. 리그 평준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프랜차이즈 스타를 막는 제도라는 목소리가 더 높았다.

현 시스템에서는 6강, 4강 플레이오프에서 끈끈함을 자랑했던 리카르도 포웰과 인천 전자랜드의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챔피언결정 2차전 평일 오후 5시 편성으로 3000여명 밖에 입장하지 않은 울산동천체육관. 빈자리가 적지 않게 보인다. [사진=KBL 제공]

◆ 팬심 건드린 '챔프전 평일 오후 5시 편성'

프로농구 최고의 대결인 챔프전을 평일 오후 5시에 편성한 것은 팬들의 반발을 더욱 일으켰다.

KBL은 지상파 중계를 유치하기 위해 평일 챔피언결정 2차전 개시 시간을 오후 7시가 아닌 오후 5시로 편성했다. 학생들이 방학기간이 아닌 점과 직장인들이 한창 일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관중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였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챔프 2차전 관중수는 3028명에 불과했다. 이 여파로 이틀 뒤 원주종합체육관에서 개최된 3차전 관중도 3375명에 그쳤다. 농구팬들은 KBL의 평일 오후 5시 경기 유치에 ‘최악의 한 수’였다고 성토했다. 현수막까지 걸며 KBL의 무능함을 비판했지만 돌아온 건 강제 철수였다.

KBL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연맹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팬은 “팬들를 완전히 무시한 형태는 더 이상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경기장에 오지 말라는 이야기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른 팬 역시 “지금 상황에서는 경기장을 찾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KBL이 공개적으로 사과할 때까지 관전을 거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운영을 위해 자리를 지켜야 할 계시원이 자리를 이탈한 사건도 발생했다.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유재학 감독과 말싸움을 벌이던 와중에 동부 측에서 고용한 보조 계시원이 경기장을 나가버렸고 5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KBL은 사과문을 통해 “보조 계시원의 중도 퇴장으로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던 것에 팬 여러분께 사과한다. 앞으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유재학 감독까지 4차전을 앞두고 사과해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어수선한 경기 진행에 팬들이 피해를 입었다.

올 시즌 직전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장밋빛 미래를 그린 프로농구. 하지만 미숙한 운영을 한 끝에 돌아온 건 팬들의 따가운 질타였다. 과연 다음 시즌에는 KBL이 팬심에 호응하는 운영을 통해 비판보다 칭찬의 말을 더 들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KBL 불신의 시대’에 풀어야할 과제다.

▲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지난달 2일 인천 삼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 원정경기에서 파울 판정에 대해 심판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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