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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윤덕여호, 첫 16강 가는 길 '기대 셋, 걱정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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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윤덕여호, 첫 16강 가는 길 '기대 셋, 걱정 셋'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09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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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월드컵 개막 두 달 앞두고 지소연 2경기 연속골 자신감, 골잡이도 풍부…빠른 팀 대처능력은 검증 안돼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윤덕여(54)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을 앞두고 첫 16강 도전을 위해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실로 17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단일 A매치를 통해 경기력을 조율하는 최종 모의고사를 치렀다. 그 상대도 탄탄한 체격조건을 앞세워 몸싸움 능력이 탁월한 러시아였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 5, 8일 두 차례에 걸쳐 인천축구전용경기장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모두 승리하며 여자월드컵에 대한 자신감을 키웠다.

무엇보다도 A매치를 치른 것은 가장 큰 자산이다. 러시아를 맞아 유럽에 대한 적응력도 키울 수 있었다. 러시아가 FIFA 세계랭킹 22위로 한국(18위)보다 낮다고 하지만 1999년과 2003년 미국에서 벌어진 FIFA 여자 월드컵에서 8강까지 올랐던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고 있는 팀이었다.

▲ 지소연(가운데)이 지난 8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추가골을 넣은 뒤 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기대 셋 = 지소연의 존재감·공격옵션 다양화·믿음직한 허리

이번 A매치 2연전을 통해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지소연은 러시아와 첫 경기 전날인 지난 4일 오전 귀국, 곧바로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입소했다. 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볼 기회는 단 한 번의 훈련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지소연은 확실한 존재감을 알렸다. '팬 서비스' 차원에서 1차전 후반 29분 교체 출전한 지소연은 날카로운 슛으로 영점 조정을 하더니 후반 추가시간 여민지의 어시스트를 받아 선제 결승골을 넣었다. 지소연은 첫 경기 1-0 승리의 결승골에 이어 사흘 뒤 2차전서도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자신의 개인기로 추가골을 만들어내며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지소연은 냉정함까지 갖추고 있다. 절대 한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이겼어도 어떤 부분이 잘 풀리지 않았는지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내놓을 정도로 복기를 할 줄 안다.

지소연은 1차전이 끝난 뒤에도 "모처럼 A매치를 치른 탓인지 모든 선수들이 긴장해 패스 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차전 뒤에는 "기쁨은 딱 오늘까지만이다. 여자월드컵에서 맞붙을 팀들은 모두 러시아보다 강하다"며 2연전 승리의 단꿈을 경계했다.

공격옵션이 다양해진 것도 윤덕여호의 큰 강점이다. 지소연 외에 정설빈(25), 유영아(27·이상 현대제철), 여민지(22·대전 스포츠토토), 박은선(29·로시얀카)까지 득점력에서는 절대 남들에 뒤지지 않는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모든 선수들이 이미 A매치에서 두 자리 골을 기록했다.

▲ 유영아(가운데)가 지난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상대의 태클을 피해 드리블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또 공수를 오가는 미드필더 권하늘(27·부산 상무)도 A매치에서 벌써 15골을 넣었고 조소현도 러시아전 득점으로 자신의 A매치 득점을 9골로 늘렸다.

특히 정설빈과 유영아, 여민지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윤덕여 감독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정설빈과 유영아, 여민지는 1차전에서는 스리톱으로 나섰지만 공격형 미드필더로도 설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유영아는 스트라이커 성격이 짙지만 여민지 역시 정설빈과 함께 처진 스트라이커나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할 수 있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포메이션이라면 박은선-지소연 듀오와 함께 정설빈과 여민지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고 정설빈-유영아-여민지로 이어지는 공격 삼각편대를 세우면서 박은선, 지소연과 로테이션을 할 수도 있다. 정설빈-유영아-여민지는 윤덕여호 공격의 '플랜B'라고 할 수 있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든든한 허리다. 권하늘과 조소현은 중앙 미드필더로 중원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다.

이 가운데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조소현은 한국 남자대표팀의 기성용(26·스완지 시티)을 연상하게 하는 중원의 키 역할을 수행했다. 미드필드 지역을 활발하게 움직이며 공격과 수비를 조율하고 상대 공격을 강한 몸싸움으로 막아냈다.

권하늘은 수비 뿐 아니라 공격 지원에도 활발하게 참여하며 공수를 넘나드는 능력을 지녔다. A매치 15골이라는 기록에서 공격 재능을 엿보게 한다. 두 선수는 지난 5일 경기를 통해 중원을 확실하게 지배하면서 승리를 이끌어냈다.

▲ 조소현(가운데)이 지난 8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걱정 셋 = 주전의 부상 공백·상대의 빠른 수비 대처는·지소연 원맨팀 우려

자신감을 얻고 지소연의 존재감을 확인했다고는 하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자 월드컵의 상대가 러시아보다 모두 강하다는 점에서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오히려 긴장감을 갖고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일단 주전들의 부상 공백 또는 컨디션 저하가 눈에 띈다. 박은선은 대표팀 소집 훈련 도중 왼쪽 발목을 다쳐 최상의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경기를 치렀다. 박은선은 1차전에 결장했고 2차전에 지소연과 투톱으로 호흡을 맞췄지만 그리 위력적이지 못했다. 박은선은 이 때문에 골 욕심을 부리기보다 상대 수비와 몸싸움으로 공간을 만들어주고 이를 지소연이 활용하게 하는데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박은선이 공간을 만들어줘 지소연이 이를 뚫는 전술도 좋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또 다른 공격루트일 뿐이다. 박은선 역시 스트라이커인만큼 자신이 직접 결정을 지어줘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여자월드컵까지 몸을 최상으로 만들어 조금 더 활발하게 움직여줘야 한다. "박은선은 위협적이긴 하지만 느리다"는 러시아 선수들과 감독의 말이 있었던 만큼 박은선도 좀 더 공격의 스피드를 높여야만 여자 월드컵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여기에 심서연(26·이천 대교), 김혜리(25·현대제철) 등 기량이 검증된 일부 주전들이 부상으로 아직까지 대표팀에 들어오지 못한 점도 걱정거리다.

러시아와 2연전을 통해 몸싸움에 대한 대처 능력은 키웠다고는 하지만 상대팀의 빠른 스피드까지 적응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러시아는 한국의 첫 상대인 브라질을 가상한 상대였다. 그러나 브라질은 몸싸움도 강하지만 스피드까지 갖추고 있다. 힘은 스피드와 비례하기 때문에 브라질과 러시아의 체격조건이 비슷하다면 몸싸움 능력 역시 스피드가 뛰어난 브라질이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다.

▲ 박은선이 지난 8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상대 수비수 앞에서 슛을 때리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또 브라질은 삼바축구 특유의 개인기까지 갖추고 있다. 스피드와 개인기를 모두 갖춘 브라질의 현란한 플레이에 한국의 포백 수비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브라질이 지난해 부진으로 FIFA 랭킹이 8위까지 떨어지고 지금도 7위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는 하지만 2007년부터 2013년까지 4위 밖을 벗어난 적이 없는 팀이다.

특히 이번 2연전에서 러시아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한국이 2연전에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다보니 수비의 문제점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문제점이 없는 것이 아니라 문제점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못했다.

지소연의 활약은 오히려 대표팀이 '지소연 원맨팀'이 될 위험성도 안고 있다. 지소연이 득점력도 갖고 있고 플레이메이커로서 역할도 잘 수행하는 선수라고 하지만 경기 내내 두 가지를 모두 잘해달라고 기대하기엔 무리다.

실제로 지난 8일 경기에서 지소연은 박은선과 미드필더 사이가 벌어지자 공을 받으러 아래로 다소 내려오곤 했다. 최전방에서 박은선과 함께 기회를 만들어줘야 할 지소연이 아래로 내려오다보니 박은선이 상대 수비에 고립되는 경우도 있었다.

'빅 앤 스몰' 조합은 함께 있어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지소연이 미드필드와 최전방을 모두 넘나든다면 체력도 금방 떨어지거니와 박은선의 공격력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정 선수 원맨팀은 해당 선수가 부진했을 경우 전력이 크게 저하되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지소연이 다쳤거나 컨디션이 떨어진다면 대표팀은 기댈 곳이 없어진다. 결국 정설빈, 여민지, 유영아 등이 있는 '플랜B'도 지소연 못지 않은 화력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 5일 가동됐던 플랜B가 득점을 올리지 못한 점은 너무 아쉽다.

▲ 여민지(왼쪽)가 지난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먼저 공을 따내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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