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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임팩트보다 기대를 남긴 '10년전 천재'의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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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임팩트보다 기대를 남긴 '10년전 천재'의 격돌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12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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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동료들 배려로 인한 PK골 외에는 움직임 부족…이천수는 경기력 좋았지만 마무리·체력 뒷받침 안돼

[인천=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때 '축구 천재'로 불렸던 두 사나이가 맞붙었다. 2000년대를 풍미했던 두 축구 천재의 맞대결에 팬들의 이목도 집중됐다. 그러나 기대에는 2% 미치지 못했다.

이천수(33·인천)와 박주영(30·FC 서울)이 1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인천과 FC 서울의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5라운드에서 맞대결을 벌였다.

두 선수의 자존심 대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천수의 소속팀이었던 울산 현대는 천하무적이었다. 그 해 울산은 K리그 정상에 올랐고 이천수는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채 돌아왔던 이천수는 K리그에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인천 이천수(오른쪽)와 FC 서울 박주영이 1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 K리그 클래식 맞대결에서 나란히 그라운드 위를 걸어가고 있다.

동시에 박주영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당시 약관의 박주영은 FC 서울과 계약을 맺은 뒤 팀의 주축 공격수가 됐다. 팀을 우승으로 이끈 이천수와 MVP 경쟁에서 유일한 대항마가 박주영이었다. 박주영은 MVP에는 뽑히지 못했지만 신인왕에 오르며 이천수와 함께 2005 K리그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어느덧 세월은 10년이 흘렀다. 23세의 팔팔했던 이천수는 인천에서 노장이 됐다. 박주영은 AS 모나코(프랑스)와 아스널(잉글랜드)에서 희비를 경험하며 FC 서울로 되돌아왔다. 두 선수 모두 30대의 나이가 되어 있었다.

◆ 언제나 치열한 경인더비, 품격을 올려주지 못한 두 선수

FC 서울과 인천의 '경인 더비'는 언제나 치열했다. FC 서울이 기업구단이고 인천이 재정이 빈약한 시민구단이기 때문에 전력차가 많이 날 것 같지만 늘 경기는 팽팽했다.

최용수 FC 서울 감독은 경기 직전 "이상하게 인천과 경기는 꼬인다. 그렇기 때문에 인천과 경기를 앞두고 단 한번도 쉽게 이긴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인천과 경기에서는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수원 삼성전이나 포항전보다 더 어려운 것이 인천과 경기"라고 말할 정도였다.

김도훈 인천 감독 역시 경인 더비를 통해 자신의 첫승이 중요했다. 4경기를 치르면서 무승부와 패배를 계속 번갈아 해왔다. 김도훈 감독은 "서울과 경기가 첫승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승리에 대한 부담감은 늘 갖고 있다. 되도록 선수들에게 그 부담감을 짊어지지 않도록 편하게 해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FC 서울 박주영(오른쪽)이 1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인천과 2015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전반 9분 에벨톤의 파울 유도로 얻은 페널티킥을 차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하고 부담가는 경기에서 노장이 된 이천수와 박주영에게 바라는 것은 역시 공격포인트다. 두 선수 모두 공격 일선에서 골을 노려야 하는 위치에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상대팀을 꺾을 수 있는 골을 터뜨리는 것이 이들의 임무다.

결과적으로 두 선수 모두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주영은 전반 9분 페널티킥 골로 2008년 4월 6일 광주 상무(현재 상주 상무)와 경기 이후 2562일만에 K리그 득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이것이 전부였다. 박주영은 90분 풀타임을 뛰면서 기록한 슛이 페널티킥 단 하나였다.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경기력 측면에서는 이천수가 더 나았다.

후반 4분 이천수가 오른쪽에서 올린 프리킥이 차두리와 경합하던 케빈의 머리를 맞고 뒤로 흐른 것을 김인성이 오른발 발리 슛으로 연결하면서 동점골이 나왔다. 동점골에 관여한 이천수는 후반 16분 왼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슛으로 서울 골키퍼 김용대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그러나 이천수는 체력이 부족했다. 90분 풀타임을 뛸 수 있는 체력이 되지 못했다. 후반 33분 이진욱과 교체돼 물러났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인천 이천수(왼쪽)이 1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FC 서울 오스마르와 볼다툼을 하고 있다.

◆ 자신감 불어넣는 감독들, 이들의 피그말리온 효과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김도훈 인천 감독이나 최용수 FC 서울 감독 모두 이천수와 박주영에 대한 칭찬이나 기대를 아끼지 않는다. 이른바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해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피그말리온 효과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 직전 인터뷰에서 "박주영의 몸 상태가 현재 75%다. 훈련에서는 좋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훈련이고 앞으로는 실전을 통해서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되도록이면 오늘 공격포인트를 기록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전반 9분만에 에벨톤이 페널티킥을 얻어내자 최용수 감독과 FC 서울 선수들의 마음이 통했다. 몰리나와 김진규 등 페널티킥을 찰 수 있는 선수가 여럿 있었지만 박주영에게 찰 기회를 줬던 것. 박주영은 침착하게 골문 왼쪽 구석을 보고 찼다. 인천 골키퍼 유현도 방향을 잡고 공을 건드리긴 했지만 밖으로 걷어내지 못했다.

이에 대해 최용수 감독은 "페널티킥을 할 수 있는 선수는 많지만 향후 박주영이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직접 차도록 했다"며 "앞으로도 박주영이 페널티킥을 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 감독은 "박주영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지만 기회가 왔을 때 해결해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편안하게 플레이를 펼치라고 했다"며 "다음 경기에서는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FC 서울 박주영이 1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인천과 2015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터치라인 밖으로 나가기 직전 공을 잡고 있다.

박주영도 "골을 넣은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모든 선수들이 만들어준 것"이라며 "팀 동료들이 앞으로 경기를 잘할 수 있도록 나를 배려해준 것 같다. 고맙다"고 밝혔다.

김도훈 감독 역시 이천수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김도훈 감독은 "이천수가 경기는 물론이고 경기 외적으로도 큰 역할을 해준다. 후배 선수들이 이천수의 하나하나를 본받고 이천수도 모범을 보인다"며 "다만 공격 포인트까지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조금 더 골에 욕심을 부렸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고 전했다.

김도훈 감독의 뜻이 전달된 것인지 이천수는 3개의 날카로운 슛으로 서울의 골문을 위협했다. 골키퍼 김용대의 선방에 막히긴 했어도 명품 슛도 보였다.

이천수는 2002년과 2006년, 두 차례 월드컵을 경험했고 박주영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세번의 월드컵에 출전했다. 또 두 선수 모두 프리킥으로 골을 넣은 기록도 갖고 있다. 그렇기에 두 스타들의 경기력이 조금 더 나았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갖고 있다.

김도훈 감독이나 최용수 감독 모두 "두 선수 모두 워낙 잘했던 선수이기 때문에 기대치가 큰 것이다. 30대라는 나이도 이제 생각해줘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동국(36·전북 현대)는 오히려 30대 초중반에서야 기량이 더욱 만개했다. 이천수와 박주영에게도 피그말리온 효과가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인천 이천수(오른쪽)이 1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FC 서울과 2015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자신의 슛이 빗나가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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