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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겸손왕' 양동근, 만수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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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겸손왕' 양동근, 만수에게 길을 묻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4.14 2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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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역대 최다 MVP 수상에도 겸손함 잃지 않은 양동근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유재학 감독님처럼 멋진 지도자가 되는 게 꿈이다. 감독님의 말을 잘 새겨들어서 훌륭한 지도자가 되겠다.”

양동근(34·울산 모비스)의 목소리에 한결 힘이 실렸다. 선수로서 뿐만 아니라 지도자가 돼서도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나왔다. 그러면서 자신을 11년째 지도한 유재학 모비스 감독을 닮겠다고 선언했다.

양동근은 14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99표 중 86표를 획득, 압도적인 지지로 MVP에 선정됐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양동근(오른쪽 두번째)이 14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한 뒤 자신의 아들을 안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왼쪽 두번째)은 양동근의 딸을 안고 있다.

이날 베스트 5와 우수수비상, 수비 5걸까지 받아 4관왕에 오른 그는 2006~2007시즌 이후 8년 만에 정규리그 MVP를 받았다. 2005~2006시즌 포함, KBL 최초로 정규리그 3번째 MVP 수상의 금자탑을 쌓았다. 아울러 개인 통산 2번째 KBL 역대 6번째로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를 모두 거머쥔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언론 인터뷰를 할 때 ‘모범답안’을 이야기하는 선수로 유명한 양동근은 이날 역시 MVP를 받은 기쁨을 표현하기보다 자신을 응원해준 동료들과 가족에 영광을 돌렸다.

◆ 최고 실력에 탁월한 인성까지 갖춘 캡틴

양동근의 겸손함은 몸에 배어있다. 코트에서 몸이 부서질 정도로 최선을 다하며 경기 운영능력과 득점력이 뛰어나 팀 공헌도도 높다. 플레이 하나하나에 혼이 깃들어있다고 여겨질 정도로 웬만해선 느슨해지지 않는다.

동업자 정신도 솔선수범하며 발휘하고 있다. 자신의 실수로 코트에 넘어져 있는 상대 선수에게 다가가 걱정하는 말을 건네기도 하고 진심으로 사과하기도 한다. 상대팀을 떠나 농구 선후배로서 훈훈한 면모를 보여주는 그다.

이날 역시 양동근의 겸손함이 빛났다. 수비 5걸상과 우수수비상을 받은 뒤 팀 동료들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는 “팀원들이 옆에서 도와줬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MVP가 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정규리그 역대 최다 MVP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고마운 사람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가족부터 구단 트레이너까지 모두 등장했다.

“운이 좋았다”고 말문을 연 양동근은 “항상 기도해 주신 장모님과 응원 보내준 누나에게 고맙다”며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 구단에도 감사하다. 차량을 운전해 주시는 기사님과 선수들의 몸을 챙기는 트레이너, 그리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이다. 이 자리에 와서 축하해준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웃어 보였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양동근(가운데)이 14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유재학 워너비, 모비스 넘어 한국농구를 말하다

어떤 질문을 하든 청산유수다. 양동근은 취재진 사이에서도 언변이 뛰어난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이에 현역 은퇴 후 방송 해설가를 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의 말솜씨를 고려했을 때 충분히 가능한 듯 보였다.

하지만 양동근은 고개를 저었다. “말주변이 없어서 잘 못할 것 같다”고 입을 연 뒤 “유재학 감독님처럼 멋진 지도자가 되는 게 꿈이다. 감독님의 말을 잘 새겨들어서 훌륭한 지도자가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재학 감독은 만 가지 수를 가지고 있다 해서 ‘만수’로 불린다. 경기를 할 때 지략이 뛰어나며 용병술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원주 동부를 꺾고 3년 연속 챔피언이 확정된 순간 “내가 구사하는 농구에서 양동근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고백했다. 양동근이 전술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것. 이제 그 유 감독의 뒤를 양동근이 따르려 한다.

또 양동근은 외국인 선수 규정과 바뀐 파울 규정, 그리고 끊이지 않은 판정 시비 등으로 얼룩졌던 프로농구에 다음 시즌엔 좋은 소식만 가득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표현했다. 자신과 팀을 넘어 리그 전체에 초점을 맞췄다. 가까운 미래에 지도자가 될 선수다운 발언이었다.

그는 “올 시즌에는 농구 기사란에 안 좋은 뉴스가 많았는데, 다음 시즌엔 팀 전술이라든지 선수들의 활약상이 넘쳐나는 기사로 가득했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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