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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반 피셔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 그의 양면성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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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반 피셔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 그의 양면성 표현"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4.2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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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베토벤은 다양한 컬러를 가진 사람이다. 감정적이며 거친 성격의 소유자이면서 굉장히 따뜻한 마음을 지녀 그의 음악 역시 거칠거나 서정적인, 극단의 감정 변화를 드러낸다. 넘치는 사랑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이반 피셔(64)가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열린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 이안 피셔'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짚었다.

그는 이날부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127년 역사의 세계 최정상 악단으로 통하는 네덜란드의 국보급 관현악단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와 함께 베토벤 교향곡 전곡(9곡) 사이클을 진행한다.

▲ 내한 기자회견에서 시종 대가다운 여유와 통찰력을 보여준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이반 피셔[사진=빈체로 제공]

“3년에 걸쳐 베토벤 심포니 사이클 공연을 해오고 있다. 이 작업을 통해서 나 또한 여러 발견을 했다. 베토벤 교향곡을 많이 지휘해왔지만, 항상 새로운 점을 발견한다. 그럴 때마다 이를 청중과 나눌 수 있다는 게 가장 기쁘다.”

세계 톱클래스 오케스트라가 단기간에 베토벤 교향곡 전 9곡을 한국에서 집중적으로 연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대 들어 일본에서는 얀손스-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파보 예르비-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의 사이클을 통해 베토벤 전곡의 진수를 맛본 적이 있다. 이번 공연은 RCO의 아시아 최초 베토벤 교향곡 전곡 사이클이자 한국 단독 프로젝트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공부하고 영국 메이저 오케스트라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피셔는 유럽의 주요 오페라극장을 석권하는 중이다. 1983년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FO)를 조직한 뒤 이를 이끌고 있다. RCO와는 10년 전부터 객원 지휘로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오케스트라마다 연주하는 베토벤의 차이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베토벤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음악"이라면서 "독일 작곡가이기는 하지만 세계적인 음악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9번 교향곡에 그런 점이 나타난다. 그래서 베토벤의 곡을 연주할 때 오케스트라의 국적은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베토벤을 특별히 ‘해석’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작곡가와 그 음악을 듣는 청중에게 맡길 따름이다. 난 작곡가를 이해하고, 그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한다. 청중에게 이 음악을 전달하는데 치중한다. 이번 공연에서도 베토벤의 성격을 드러내는데 공을 들이고 싶다. 베토벤을 알고 싶으면 이번 모든 공연에 꼭 오셔야 한다. 공연이 끝나고 집에 돌아갔을 때 ‘베토벤이 이런 사람이구나’ 깨닫게 될 거다.“

이반 피셔와 RCO는 20일 베토벤 교향곡 1, 2번과 5번 ‘운명’, 21일 3번 ‘영웅’과 4번, 22일 6번 ‘전원’과 7번, 23일 8번과 9번 ‘합창’을 연주한다.

“1번에서 8번까지는 짧은 기간에 작곡을 했고, 긴 공백기 끝에 9번을 내놓았다. 그의 내면성과 고독함은 4번, 6번, 8번에서 볼 수 있다. 표현력이 충만해지고 세계를 변화시킨 면모는 5번(운명)과 9번(합창)에서 엿보인다. 어떤 때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 하다가, 어떤 때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했다. 전곡을 들으면 그의 양면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피셔가 가장 세계적인 면모를 띠고 있다고 강조한 9번(1824년 완성)은 합창을 동반, 이전 교향곡과는 전혀 다른 형식이다.

 

"9번이 작곡될 당시, 시대적 변화가 컸다. 귀족 사회가 붕괴되고 프랑스 혁명을 통해서 일반 시민들이 세계를 장악하게 됐다. 하지만 음악가들은 귀족을 섬기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이든과 모차르트는 왕과 귀족들을 위한 음악을 선사하는데 익숙했다. 새롭게 열린 시대에 걸맞은 음악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질문에 봉착했을 때 베토벤은 1~8번 교향곡에서 실마리를 찾았고, 9번에서 해결 방안을 찾았다. 기존의 교향곡이 아닌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했고, 그것이 바로 모든 사람이 함께 합창하는 거였다. 인간의 목소리를 교향곡에 접목했다. 이를 통해 청중은 기쁨을 느꼈다."

베토벤이 음악으로 추구한 것은 결국 ‘유토피아’라고 했다. 그 역시 베토벤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음악의 사회적 통합 능력, 미래지향성에 깊이 공감한다.

“과거에 음악이 특정 계층을 위해 존재했다면 베토벤을 계기로 계층과 지역, 국적을 초월해 모두를 위해 존재하게 됐다. 그는 시대를 앞서 갔던 사람이다. 베토벤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추구했다. 음악은 화음과 불협화음으로 이뤄졌다. 시대를 반영하고 사회적 기능의 면을 지니고 있다. 음악이 사람들에게 더 많이 노출되고 있으므로 이들을 융화시키고 더 나은 사회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피셔가 한국을 찾은 것은 2010년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이후 5년 만이다. "한국에 올 때마다 언제나 좋은 시간"이라면서 "한국 음식을 굉장히 좋아해 호텔 조식으로 매일 한식으로 준비해달라고 이야기한다"고 웃었다.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굉장한 흥미가 있다. (미국 음악 명문인) 줄리아드 음악원만 봐도 절반가량이 한국 학생이다. 그래서 한국 학생들이 유럽과 클래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솔로이스트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그 다음에 오케스트라 차례가 올 거다. 지금도 한국 오케스트라의 명성은 자자하지만, 곧 세계적인 명성의 오케스트라가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기자회견 말미, 오히려 기자들에게 “이번 콘서트에 대한 한국 청중의 관심이 궁금하다”며 질문을 던지기도 한 그는 “한국말엔 아름다운 멜로디와 리듬감이 있어 듣기가 매우 좋다. 그래서 한국어로 작곡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전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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