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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섬세함과 남성미의 공존, 곽시양이 던지는 '진심'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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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섬세함과 남성미의 공존, 곽시양이 던지는 '진심' 출사표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4.22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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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지난해 영화 '야간비행'을 통해 배우로 데뷔한 곽시양(28)이 이어 출연한 작품은 엠넷 '칠전팔기 구해라'였다. 퀴어영화와 음악드라마. 갓 데뷔한 신인에게 벅찰 수 있었을 작품들에도 '연기력 논란'이 없었다. 극중 그룹 '칠전팔기' 멤버로서 춤, 노래까지 소화한 드라마 첫 주연작 '칠팔구'는 특히 1만 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은 것이기도 했다.

별안간 나타난 신예인 듯하지만 사실 차근히 계단을 밟아왔다. 187cm의 큰 키와 이지적인 외모로 일찍이 모델, 뮤직비디오 출연과 같은 경험을 쌓았다. 스물 여섯에 군 전역 후 본격 도전한 연기에 대한 열정은 그에게 "배우라는 타이틀을 자신감있게 붙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다.

곽시양은 "좋은 분들과 함께 작업하며 배우로서 한 걸음 성장할 수 있었다"며 올해 목표로는 "네 작품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름 '시양(時陽)'처럼 '태양이 떠오르는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스포츠Q 글 오소영 ·사진 이상민 기자] 차분한 말투와 저음의 목소리, 분명 진중하고 엘리트적인 모습도 있지만 한 꺼풀 벗겨내자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가 짙게 다가왔다. "처음엔 낯을 가리지만 친해지면 장난기와 애교가 많다"는 말처럼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에는 웃음과 친근한 농담이 가득했다.

◆ 1만 대 1 경쟁률 뚫은 '칠전팔기 구해라', 흔치 않은 음악드라마 작업으로 소중 

- 1만 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주인공 '강세종' 역을 맡았다. 어떤 비결로 발탁된건가. 아니, 그 전에 일단 1만 대 1은 사실인 건가.

▲ 사실 나도 오디션 당시에는 그렇게 경쟁률이 높은 줄 몰랐다.(웃음) '칠팔구'는 공개오디션 형식이다보니 그렇게 참가자가 많았던 것 같다. 노래, 춤을 보는 오디션이 5번 정도 있었는데, 열심히 준비해 가 세 번 정도 오디션을 보고 났더니 '이렇게 해 놓고 떨어지면 억울하겠다' 생각이 들더라. 누가 이기나 보자는 생각으로 오기가 생겼다. 그 덕에 최선을 다한 모습이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 첫 드라마 주연이다보니 부담도 많았을 것 같다. 만족도는 어느 정도 되나.

▲ 만족도는 말할 수 없을 정도. 매 장면이 너무 아쉽다보니 만족도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주변 분들이 "지금처럼 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안심을 많이 시켜주셨다. 부담을 이기기 위해서 마인드 컨트롤하면서 대본에 '할 수 있다'고 적어놓고, 대본을 몇 십번이고 수시로 봤는데 이런 과정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 특별히 감정을 쏟거나 기억나는 장면이 있었을 텐데.

▲ 동생 세찬(진영 분)의 죽음 후에 혼자 방에서 슬픔을 표현하면서 울었던 장면이 기억난다. 세종이는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표현하지 않는 편이고 감정 표현에 서툴다. 그렇다보니 감정을 터뜨린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 '야간비행'의 용주는 섬세했고, '칠전팔기 구해라'의 세종은 감정 표현에 서툰 캐릭터였다. 실제 곽시양의 경우는 어떤가.

▲ 나는 내 감정에 솔직한 편이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고 표현해야 한다. 물론 상대가 상처받지 않는 선에서. '야간비행'의 용주는 혼자만의 생각이 많은 친구라서 섬세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기분좋은 날'의 희주는 자기 희생을 하는 역할이었고. 세종이의 경우는 둘을 합쳐놓은 면이 있다보니 극중에서 '감정 불합격자'라는 설명이 붙곤 했다.

- '칠팔구' 기자간담회 때 보니 배우들 간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은 것 같았다.

▲ 연기와 함께 노래, 춤도 함께 익혀야 하니 서로 붙어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렇게 3~4개월 동안 지내니 헤어지는 게 아쉬웠다. 배우로서 한 걸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 분들도 정말 좋은 분들이라 나중에라도 다시 작품을 하고 싶더라.

 

- 거의 일주일 내내 촬영 스케줄이었다고 들었다. 힘들기도 했겠다.

▲ 촬영이 디졸브(dissolve:화면이 사라지며 동시에 다른 화면이 점차 나타나는 장면 전환 기법)처럼 연속됐다. 촬영이 없는 날에도 보컬, 안무 레슨, 녹음 등을 하다보니까 잠을 얼마 못 잤다. 체력적인 컨디션 관리가 생각보다 어려워서, 관리하는 법을 좀 배웠다.

(예를 들면 어떤?) 소소한 건데, 잘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자 두는 것. 그리고 피곤하면 입맛이 없어서 안 먹게 되는데 도움될 만한 것들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시간이 날 때마다 잠깐씩 산책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 그런데 가수 연습생 출신 아니었나. 'SM 연습생' 출신. 음악드라마와 관련이 있었을 것 같은데.

▲ 영화 GV 때 한번 말씀드렸다가 'SM 연습생'이 계속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웃음) 잠깐 있었지만 중간에 연습만 하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나왔었다. 그래서 그 회사에서 데뷔를 한 것도 아닌데, 데뷔한 분들이 있는 상황에서 내가 연습생 출신이라고 하는 게 좀 부끄럽다.

(그 영향으로 노래, 춤은 좀 쉽지 않았나?) 10년 정도 안 하다보면 몸이 굳는다. 하하. 기본 바운스 동작부터 다시 배웠다. 아이돌 '칼군무'를 춰야 하니까 너무 힘들더라. 습득력도 어린 친구들을 못 따라가겠고.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다. 그래서 나 때문에 폐를 끼칠까봐 혼자 남아서 좀 더 연습을 하곤 했다. '군무를 추는 아이돌 분들은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사연있는 눈'이 강점, "진실된 연기를 하는 배우는 통한다"

- 모델 활동, 뮤직비디오 출연은 했지만 본격 배우의 길로 들어선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꽤 성공적인 데뷔 아닌가.

▲ 배우라는 말은 너무 어색하고 좀 부끄럽기도 하다. 모든 게 신기하다. 방송국에 연예인이 지나가면 우와, 하면서 쳐다보면서 가고.

인복이 많아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야간비행'은 첫 작품이다보니 생각을 복잡하게 하기보다는 그저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으로 했던 것 같다. '기분 좋은 날'은 첫 드라마 출연이었는데, 카메라 보는 법도 모르고 촬영장에도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에 고생을 좀 했다. 어깨로 카메라를 가리기도 하고. 대본을 보며 순발력을 기르고, 나름대로 고민하며 노력해서 점점 나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하지.

- 외모를 보면 웃을 때와 무표정의 차이가 크다. 얼굴 절반씩 나눠보면 차갑고 따뜻한 모습도 사뭇 다른 것 같고.

▲ 많은 분들이 많이 말씀해주신다. 웃을 때는 강아지, 개 같다고(웃음), 무표정은 화난 것처럼 냉철한 모습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 신인들 중 자신만의 차별점도 갖고 있을 것 같다. 살아남을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면.

▲ 감독님들이 '사연이 많아보이는 눈'이라고 말씀하셨다. 난 잘 모르겠지만 연출하시는 감독님들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무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사연이 많은 편은… 아닌 것 같다. 사연없는 사람 없듯, 다들 있는 롤러코스터같은 굴곡 정도다.

- 신인들은 예능 출연도 많이 하는데, 욕심나는 프로그램이 있나.

▲ 토크쇼나 말을 잘 해야 하는 예능은 잘 못 하겠다. 재밌게 말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말을 걸러서 잘 못 하는 것 같아서 걱정도 많다. 지금도 재미없지 않나?(웃음) 하게 된다면 몸으로 하는 '정글의 법칙', '진짜 사나이'같은 프로그램을 하면 남자다움을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 '진짜 사나이'?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은 다시 하기 싫어하지 않나.

▲ 난 군 생활이 재밌었다. 다같이 생활하고 훈련하면서 전우애도 있었고, 다같이 모여서 전투식량을 까먹는 재미도 있었고. 힘들지만 그 안에서도 재미를 찾았던 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선임 분들도 잘 만났던 것 같고. 지금도 내가 출연한 방송을 보고 '잘 보고 있다'고 연락해 주신다.

 

-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 욕심이 많아서 올 한 해 4개 작품을 해 보고 싶다. 그러면 소처럼 일을 해야겠지. 누가 봐도 '배우 곽시양'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도록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하고 싶다. 내가 연기하는 걸 보고 치유가 될 수 있고 같이 울 수도, 설레고, 기쁘게도 하는 친근감이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 진실되게 연기하고 싶다.

-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나 작품이 있다면.

▲ '파스타'의 이선균 선배님같은 캐릭터다. 로맨스로는 세종이처럼 답답하기보다는 좀 더 달달한 모습으로. 의사, 검사같은 전문직 캐릭터도 연기해보고 싶고, 그리고 누아르도… 사실 고를 처지가 아니다. 시켜만 주시면.(웃음)

- 닮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요즘 인상깊게 본 연기가 있나.

▲ 진구 선배님이 롤모델이다. 선배님처럼 마음을 울리는 연기를 하고 싶다. 요즘에는 '슈퍼대디 열'에 출연 중인 이레를 보며 감탄한다. 이레의 연기력을 보면 '그 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하하. 진실되게 와닿는다.

 

[취재후기] 곽시양이 인터뷰에서 자주 언급한 단어는 '진실'과 진심'이었다. "진실되게, 진심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길 꿈꾸고, 이것이 관객에게 가장 잘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라 믿는다. 이런 진실된 자세로 다가가려는 모습에서 감독들은 '사연이 많은 눈'을 보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인상깊었던 점은 올해 열 살의 배우 이레의 연기에 대해 언급했다는 점. 진심어린 연기에는 나이에는 상관이 없고, 늘 배우는 자세를 엿볼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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