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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초심으로 뒷심 키운 염기훈 '미친 왼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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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초심으로 뒷심 키운 염기훈 '미친 왼발'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22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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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가 된 '수원극장' 종료 5분전 여섯차례나 득점…염기훈 왼발로 1골 3도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수원 삼성의 '수원극장'이 2015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전북 현대의 무패행진 못지 않게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수원 극장은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에서 수원이 무려 네 차례나 후반 40분 이후에 득점을 올린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수원극장은 비단 K리그 클래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경기를 치르면서 벌써 두 번이나 '대박'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염마에' 염기훈(32)이 있다.

염기훈은 21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에서 벌어진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일본)와 2015 AFC 챔피언스리그 G조 5차전 원정경기에서 1-1이던 후반 44분 카이오의 역전 결승골을 도왔다.

수원은 후반 24분 즐라탄 류비얀키치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고차원과 카이오의 연속골로 2-1 역전승을 거두고 K리그 클래식 팀 가운데 가장 먼저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 K리그 클래식 4번의 수원극장서 1골 1도움

수원은 지난달 8일 포항과 홈 개막전에서 0-1로 지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엿새 뒤 인천과 홈경기에서도 경기가 거의 끝날 때까지 1-1로 가면서 초반 2경기에서 승점 1에 그치는 대위기를 맞았다.

이 때 염기훈의 왼발이 빛났다. 정대세가 미드필드에서 잡은 공을 왼쪽으로 파고 들어가던 염기훈에게 연결했고 염기훈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골키퍼를 제대로 보고 왼발로 결정지었다. 이때부터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며 수원극장이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수원이 지난 4일 김은선의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로 부산에 2-1로 이겨 수원극장 2막을 연 가운데 지난 18일 슈퍼매치에서도 후반 44분 골이 터졌다. 수원이 4-1로 넉넉하게 앞선 상황에서 정대세의 이날 경기의 두번째 골이 나왔고 그 도움 역시 염기훈의 것이었다.

염기훈표 수원극장은 후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후반 시작과 끝 5분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은 바로 염기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때문에 염기훈은 팬들로부터 '미친 왼발'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염기훈은 지난달 22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졌던 성남 FC와 경기에서 전반 추가시간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은 뒤 후반 5분에도 골을 넣으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이 때도 수원은 후반 추가시간 카이오의 추가골이 나왔다.

◆ ACL에서도 통한 염기훈 왼발, 우라와를 두번 울리다

수원이 5경기만에 승점 10을 따내며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특정팀을 상대로 승점 6을 챙겼기 때문이다. 베이징 궈안(중국)과 원정경기에서 0-1로 지고 브리즈번 로어(호주)에 1승 1무로 승점 4를 챙긴 수원으로서는 우라와를 상대로 2승을 거둔 것이 16강 조기 진출을 결정짓는 힘이 됐다. 반대로 수원에 당한 2패에 우라와가 조기 탈락했다는 말도 된다.

그러나 수원도 우라와와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만 했다. 지난 2월 25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졌던 1차전과 21일 사이타마 원정 5차전 모두 우라와에 선제 실점했다. 선제실점을 만회하지 못했다면 탈락의 고배는 우라와가 아닌 수원이 마실뻔 했다. 수원이 끝까지 따라붙으며 동점골을 만들긴 했지만 승리를 위해서는 한 골이 더 필요했고 이 때마다 염기훈이 있었다.

우라와를 울린 염기훈의 왼발은 이미 홈 1차전에서 선보였다.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염기훈이 올린 왼발 프리킥이 그대로 레오의 머리를 맞고 우라와의 골망을 흔들면서 2-1 역전승을 거뒀던 것. 레오의 골이 나온 시간도 후반 42분이었다.

또 1-1 동점에서 나온 카이오의 후반 44분 역전 결승골 역시 염기훈의 왼발 어시스트가 있었다. 염기훈은 0-1로 뒤지던 후반 29분 고차원의 동점골을 만들어주는 왼쪽 측면 어시스트를 올렸다. 염기훈의 2개 어시스트에 힘입어 수원이 16강행 티켓을 잡을 수 있었다.

염기훈이 이처럼 후반 막판에 더욱 강한 면모를 보일 수 있는 것은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후반 막판까지 집중력을 보여줄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 수비가 지치기 시작해 집중력이 떨어지는 후반 막판으로 갈수록 염기훈은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하며 진가가 더욱 빛난다.

◆ 후반에 강한 수원, 그 중심엔 초심 찾은 염기훈

서정원 감독은 우라와와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수원을 맡은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변화시킨 부분은 '후반에 강한 팀'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축구는 후반에 승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라며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바꾸면 승률도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서정원 감독의 말대로 수원은 뒷심이 강한 팀이 됐다. 수원은 AFC 챔피언스리그 5경기과 K리그 클래식 7경기 등 12경기를 치르면서 모두 24골을 넣었고 이 가운데 18골이 후반에 나왔다. 특히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9골이나 후반에 나왔다. 브리즈번 로어와 홈 4차전에서 전반에는 숨고르기를 하면서 후반에 3골을 넣고 승리했다.

또 K리그 클래식에서도 14골 가운데 9골을 후반에 넣었다. 수원이 K리그 클래식을 치르면서 후반에 골을 넣지 못한 것은 0-1로 졌던 포항전과 1-1로 비겼던 전남전 뿐이다. 나머지 5경기에서는 모두 후반에 골을 넣었고 서울과 슈퍼매치에서 5-1로 이겼을 당시에도 전반은 1-1 동점으로 마쳤다.

K리그 클래식에서 4골 5도움으로 수원의 14골 가운데 9골에 관여한 염기훈의 공격포인트도 대부분 후반에 나오고 있다. 염기훈은 전반에는 1골 2도움을 기록했지만 후반에는 3골 3도움으로 더욱 힘을 내고 있다.

염기훈은 올 시즌 재계약이 늦어져 스페인 동계훈련에 늦게 합류했지만 개인 훈련을 통해 만회했다. 특히 자신의 왼발을 더욱 가다듬기 위해 매일 오전 한 시간씩 개인훈련으로 왼발 킥을 연습, 그 감각이 절정에 이르렀다. 서정원 감독도 염기훈의 노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현재 수원의 공격 축은 염기훈이다. 염기훈을 중심으로 해서 수원의 공격이 조직적으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올 시즌 주장까지 맡은 염기훈은 "재계약이 늦어져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선수들끼리 잘 맞춰놓은 호흡이 나 하나 때문에 무너지지 않을까 두려워 더 열심히 개인 훈련을 했다"며 "생각보다 컨디션이 빠르게 올라와 기대는 했다. 워낙 자신감이 있다보니 요즘엔 경기 중 페널티지역 근처 프리킥 기회가 더 기다려진다"고 미소지었다.

또 염기훈은 "올 시즌을 앞두고 80kg이던 체중을 3kg 가량 줄여 프로에 처음 입문했을 때로 맞췄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라며 자신의 상승세를 설명했다.

▲ '왼발의 마술사'인 염기훈은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공격력에 빛을 발하고 있다. 수원이 올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넣은 14골 가운데 9골이 후반에 나왔고 이 가운데 6차례가 염기훈의 왼발에서 비롯됐다. 사진은 지난 18일 FC 서울과 슈퍼매치에서 골을 넣은 뒤 지휘자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염기훈.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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