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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5개월만에 공약 지킨 학범슨 '시민구단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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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5개월만에 공약 지킨 학범슨 '시민구단 매직'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2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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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을 가능으로' 성남, ACL F조서 가장 먼저 16강 확정…원톱 황의조에 중심 잡아준 김두현 맹활약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모두가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김학범(55) 감독은 성남 FC가 시민구단의 새 역사를 쓸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리고 그는 해냈다.

성남은 22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5차전 홈경기에서 김두현과 남준재의 연속골로 2-1로 이기고 6차전 결과에 관계없이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F조에서는 가장 먼저 16강에 올랐다.

성남의 시즌 전 예상은 비관에 가까웠다. 시민구단으로는 처음으로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을 차지하면서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티켓을 따냈지만 '돈의 논리'가 적용되는 대회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더 많았다.

그러나 김학범 감독은 자신만만했다. FA컵 우승 이후 "시민구단의 롤모델이 되겠다"며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깜짝 놀랄만한 성적을 내겠다고 공약했다. 지난해 11월 23일 FA컵 결승전이 끝난 뒤 나왔던 '학범슨'의 공약은 정확하게 5개월만에 현실이 됐다.

▲ 김학범 감독은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주변 예상을 깨고 시민구단 성남 FC를 F조에서 가장 먼저 16강에 진출시켰다. [사진=스포츠Q DB]

◆ 리빌딩 전문가, 7개월만에 성남을 바꿔놓다

김학범 감독은 지난해 9월 6일 성남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6년만에 돌아온 성남은 자신이 이끌었던 그 때 그 모습이 아니었다. 기업의 든든한 자금줄이 있는 기업구단이 아닌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넉넉하지 못한 재정의 시민구단이었다.

게다가 성남은 내홍에 시달리고 있었다. 박종환 전 감독은 선수 폭행 파문 때문에 쫓겨나듯 퇴진했고 두차례나 감독대행을 선임하면서 파행 직전으로 몰렸다. 김학범 감독은 성남의 지휘봉을 잡자마자 선수들의 체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깨닫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성남은 또 6년만에 돌아왔을 때의 모습과 완전히 달라졌다. 전술가이자 리빌딩 전문가인 김학범 감독이 반년만에 성남을 완전히 다른 팀으로 바꿔놨다.

지난 시즌 강등 문턱까지 다녀왔던 김학범 감독은 리그가 끝나자마자 선수 보강과 리빌딩에 나섰다. 몸값이 비싼 선수 한 명 대신 장래가 있고 유망한 선수 여럿을 데려오며 선수층을 두껍게 했다.

김학범 감독은 "자금만 풍부하면 세르베르 제파로프(33)처럼 훌륭한 선수를 내보낼 이유가 없다. 하지만 시민구단은 시민구단 나름대로 살아나갈 방법이 있다"며 김태윤(28), 박태민(29), 남준재(27) 등을 대거 영입했다. 제파로프의 이적이 아깝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성남의 선수층을 더욱 두껍게 하면서 K리그 클래식과 AFC 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치를 수 있는 힘을 갖췄다.

또 동계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체력을 극대화시켰다. 병원 응급실에 갈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이었지만 이제 체력이 떨어져 후반 막판에 무너지는 성남은 더이상 없다.

▲ 황의조는 최대 고비였던 감바 오사카, 광저우 푸리와 2, 3차전에서 연속골을 넣으며 성남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사진은 3월 감바 오사카와 홈경기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는 황의조. [사진=스포츠Q DB]

◆ 황의조의 재발견…클래스를 보여준 김두현의 '화룡점정'

김학범 감독은 동계 전지훈련 일정을 늦추면서까지 김두현(33)의 영입에 신경썼다. 수원 삼성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김두현의 영입은 성남과 김학범 감독에게 날개가 됐다. 김학범 감독이 2000년대 중반 성남의 전성기를 이끌었을 당시 바로 김두현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두현은 FA 이후 소속팀 없이 개인훈련만 하느라 컨디션이 크게 떨어져 있었지만 김학범 감독은 "김두현의 활용법은 내가 제일 잘 안다"며 자신했다. 김두현은 시즌 초반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아 만족할만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김학범 감독은 계속 신뢰하고 기용했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김두현의 경기력은 살아났고 이제 성남 공격의 핵심 축이 됐다.

김두현이 클래스를 보여주며 성남 전력의 '화룡점정'이 됐다면 황의조(22)는 김학범 감독이 새롭게 발견한 '수제자'가 됐다.

황의조는 2년 전 K리그에 데뷔했을 때만 하더라도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그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학범 감독은 체력만 키우면 황의조가 충분히 해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고 동계 전지훈련 내내 황의조의 체력을 키우는데 매달렸다. 황의조 역시 프로 3년차로서 새로운 전기를 만들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지난해 12월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의 제주 전지훈련에 다녀와 이정협(24)이 발탁되는 것을 보면서 더욱 동기부여가 됐다.

이는 대활약으로 이어졌다. 현재 성남의 원톱 공격수는 황의조가 완전히 꿰찼다. 부리람과 AFC 챔피언스리그 1차전에서 상대팀의 자책골을 유도하는 움직임을 보여줬고 최대 고비였던 감바 오사카와 홈 2차전에서 승리에 쐐기를 박는 추가골까지 기록했다. 광저우 푸리와 원정 3차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은 것도 황의조였다. AFC 챔피언스리그 초반 3경기에서 2승이 모두 황의조의 발에서 나왔다.

김학범 감독은 "AFC 챔피언스리그 5경기를 치르면서 수훈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황의조"라며 "대회에서 넣은 6골 가운데 페널티킥 2골과 상대 자책골을 빼면 필드골은 3골이다. 이 가운데 황의조가 2골을 넣어줬고 승리로 이어졌다"고 높게 평가했다.

◆ 16강 이후가 더 험난, 이제부터가 진정한 도전

김학범 감독의 영입 정책으로 인천에서 건너온 남준재도 성남의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짓는 결승골을 부리람과 5차전에서 기록했다.

남준재는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에서는 아직 1경기 출전에 그칠 정도로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했지만 김학범 감독의 로테이션 정책에 따라 부리람전에 전격 기용돼 자신의 몫을 해냈다. 선수층이 두껍게 만든 김학범 감독의 선견지명이 있었던 셈이다.

김학범 감독은 "그동안 남준재가 컨디션이 확실하게 올라오지 않아 출전시키지 않았다"며 "출전 경기가 적어 많이 위축됐을 것이다. 부리람전 기용 여부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는데 선발 카드가 주효했다"고 말했다.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이라는 첫 목표는 달성했지만 아직 김학범 감독은 할 일이 많다. 16강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시민구단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F조에서 1위를 차지해야 한다. 자칫 감바 오사카와 마지막 경기에서 져 2위로 밀린다면 이미 H조 1위를 확정지은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16강전에서 만난다.

여기에 오는 29일부터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치르는 FA컵이 시작된다. 부산교통공사와 부산구덕운동장에서 FA컵 32강전을 치른다.

물론 K리그 클래식 일정도 계속 이어진다. 26일에는 제주를 홈으로 불러들여 경기를 갖고 다음달 2일은 FC 서울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맞대결을 벌인다. 이후에도 포항, 울산 현대, 수원, 전북, 제주와 경기가 줄줄이 이어진다.

김학범 감독은 "16강에 오르긴 했지만 주도적으로 판을 만들 정도로 성남의 전력이 강하진 않다. 우리에게 주어진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AFC 챔피언스리그 마지막 경기의 경우 감바 오사카도 지면 탈락하기 때문에 전력을 다할 것이기 때문에 만만치 않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 남준재(왼쪽)가 22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2015 AFC 챔피언스리그 5차전에서 골을 넣은 뒤 김학범 감독의 손을 맞잡고 있다. 남준재는 올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1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부리람전에 전격 투입돼 결승골을 넣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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