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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공격수 변신 주민규, 잠실의 연습생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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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공격수 변신 주민규, 잠실의 연습생 신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24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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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랜드 와서 미드필더서 포지션 변경…부천전 통해 리그 첫승 주역 기대감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서울 이랜드가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챌린지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K리그 클래식 주전급으로도 손색이 없는 선수들을 영입하며 승격 후보로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경쟁팀들의 집중 견제 속에 아직까지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물론 서울 이랜드가 창단 첫승을 거두긴 했다. 지난 11일 잠실주경기장 레울파크에서 벌어진 선문대와 2015 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팬들과 함께 승리 자축 만세삼창을 불렀다. 하지만 리그 첫승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그러나 서울 이랜드에 새로운 해결사가 생겼다. 라이언 존슨(31)과 에디손 타라바이(30), 보비(30), 로버트 카렌(30) 같은 외국인 공격수가 아니다. 지난해까지 고양 HiFC에서 뛰다가 서울 이랜드로 건너온 주민규(25)다.

▲ 서울 이랜드의 주민규(오른쪽)가 지난 18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안산 경찰청과 2015 K리그 챌린지 원정경기에서 골을 성공시킨 뒤 조원희와 함께 손을 맞잡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레니 감독이 발견한 해결사 본능, 공격수로 변신

대신고와 한양대를 나온 주민규는 183cm의 탄탄한 체격조건을 갖춘데다 축구를 꽤 잘하는 선수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대학 졸업 후 2012년 K리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꿈이 날아갔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고양에 번외로 지명이 됐다. 연습생 신분으로 고양 유니폼을 입었다.

주민규는 "그동안 남탓만 했는데 나를 먼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축구 외의 생활과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 선수나 인간으로서 모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고양에서 2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되돌아봤다.

하지만 주민규는 공격수가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공격형 미드필더였지만 대학교 때는 탄탄한 체격 조건 때문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고양에서도 그의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그가 공격수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마틴 레니(40) 감독의 제의에서 시작됐다. 레니 감독은 지난해 8월 고양과 FC 안양의 K리그 챌린지 경기를 통해 처음 주민규를 보고 공격수로서 재능을 발견했다. 당시 주민규는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지만 후반 들어 최전방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꿔 경기를 치렀고 레니 감독은 여기서 그의 해결사 본능을 발견했다.

▲ 서울 이랜드의 주민규가 지난 11일 잠실주경기장 레울파크에서 벌어진 선문대와 2015 FA컵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레니 감독은 서울 이랜드의 첫 훈련 당시 "K리그 경기를 보면서 등지는 플레이를 잘하는 스트라이커를 발견하지 못했는데 주민규가 바로 내가 찾던 그 선수였다"며 "미드필더로 뛰었기 때문에 기술적인 면이 뛰어나다는 장점까지 갖추고 있다. 앞으로 최전방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활용될 수 있는 재목"이라고 활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 정확한 슛 감각, 리그 3골 포함 시즌 4골…선문대와 FA컵 경기서 창단 첫승 견인

레니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존슨이나 타라바이, 보비 등 다른 외국인 공격수가 아직까지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주민규는 K리그 챌린지에서 3골을 넣으며 맹활약하고 있다. 6골을 넣고 있는 서울 이랜드에서 단연 득점 1위다. 고양에서 두 시즌을 뛰면서 7골을 넣은 것과 비교할 때 분명 괄목할만한 성과다.

주목할 것은 유효슛이다. 슛 대비 유효슛의 비율이 매우 높다. 올 시즌 K리그 챌린지 4경기에서 모두 9개의 슛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8개가 유효슛이었다. 그만큼 정확한 슛을 때릴 수 있는 감각을 갖췄다는 뜻이다.

주민규는 지난 11일 선문대와 FA컵 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자신의 득점 감각을 조율한 뒤 15일 상주 상무와 원정경기에서 1골을 기록했다. 선문대와 FA컵 경기 득점을 통해 서울 이랜드의 창단 첫승을 이끌었다. 상주전은 비록 지긴 했지만 또 다른 우승후보를 상대로 원정에서 아쉽게 2-3으로 패한 것은 선전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서울 이랜드의 주민규가 지난 11일 잠실주경기장 레울파크에서 벌어진 선문대와 2015 FA컵 경기에서 슛을 하고 있다. 주민규는 이날 골을 터뜨리며 서울 이랜드의 창단 첫승을 이끌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18일 안산 경찰청과 원정경기에서도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해내는 골을 만들어냈다. 이날 2-2 무승부로 끝난 경기에서 주민규가 2골을 모두 기록했다.

전반 7분 김영근의 미드필드 왼쪽 프리킥 크로스를 정확하게 오른발로 연결시키며 시즌 리그 2호골을 넣은데 이어 1-2로 뒤진 후반 33분에는 라이언 존슨의 헤딩 크로스를 왼발로 결정지으며 이날 경기 최우수 선수(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됐다. 좌우 양발을 모두 활용해 골을 넣을 수 있다는 능력 역시 주민규의 장점이다.

이제 주민규의 눈은 리그 첫 승에 맞춰져 있다. 서울 이랜드는 25일 잠실주경기장 레울파크에서 부천FC1995와 만난다. 그동안 서울 이랜드가 만났던 네 팀은 안양과 대구FC, 상주, 안산 등 모두 만만치 않은 팀이었다. 그러나 부천은 지난해 K리그 챌린지 최하위였던 팀이다. 올 시즌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하며 5위까지 올랐다고는 하지만 분명 이전 상대보다 승리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분명하다.

특히 부천은 5경기에서 9골을 잃어 11개팀 가운데 가장 많은 실점을 기록 중이다. 반면 서울 이랜드는 4경기에서 6골을 넣었고 모든 경기에서 득점을 넣고 있다. 상주, 안산전에서 2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리그 3골을 넣고 있는 주민규의 양발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면 서울 이랜드의 리그 창단 첫승이 만들어질 수 있다.

 

▲ 서울 이랜드의 주민규가 지난 18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안산 경찰청과 2015 K리그 챌린지 원정경기에서 상대 진영에서 공이 넘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원래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주민규는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 성공을 거두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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