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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얄궂은 무승행진' 발톱 무딘 표범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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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얄궂은 무승행진' 발톱 무딘 표범군단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25 1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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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락티코' 명성 아직까진 무색…레니 감독 "경기마다 성장중, 첫 승 그리 머지 않아"

[잠실=스포츠Q 박상현 기자] 서울 이랜드는 창단되자마자 'K리그 챌린지의 갈락티코'로 불렸다. K리그 클래식에서도 주전으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1983년생 삼총사 김재성과 김영광, 조원희까지 데려오면서 탄탄한 전력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창단 첫 시즌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할 수도 있다는 예측까지 있었다.

하지만 아직 서울 이랜드의 창단 첫 승리 축포는 터지지 않고 있다. 2015 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선문대를 2-0으로 꺾고 창단 첫 승을 거두긴 했지만 리그 승리는 아직까지 없다.

그렇다면 '갈락티코'는 역시 허황된 것이었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처럼 그냥 '짝퉁'이었던 것일까. 서울 이랜드가 25일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레울파크에서 벌어진 부천FC1995와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챌린지 6라운드에서도 득점없이 비기면서 전력을 너무 과대평가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 [잠실=스포츠Q 최대성 기자] 서울 이랜드 선수들이 25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레울파크에서 열린 부천FC1995와 2015 K리그 챌린지 홈경기 직전 전의를 다지고 있다.

◆ 될듯말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리그 첫승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챌린지를 치르면서 성적은 4무 1패. 축구팬 사이에서는 '무재배'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울 이랜드가 리그에서 5경기 연속 무승을 거뒀다고 해서 전력이나 경기력을 깎아내리는 것은 시즌 직전 우승후보로 평가했던 것만큼이나 성급하다.

실제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전력을 평가절하하기에는 서울 이랜드의 경기 과정이 참 얄궂다. 될듯말듯 하면서도 승리가 안나온다.

지난달 29일 FC 안양과 창단 첫 경기에서는 김재성의 페널티킥으로 전반 37분 먼저 앞서가고서도 후반 4분만에 김선민에게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왼발 슛으로 생각하지도 못한 골을 내줬다. 거의 각도가 없는 상황에서 골키퍼 김영광도 손을 쓸 틈도 없이 실점했다.

지난 4일 대구FC와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전반 19분 김재성의 도움을 받은 황도연의 골로 리드를 잡고도 후반 1분만에 이재안이 스로인 상황에서 시간을 끌었다는 애매한 이유로 두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당했다. 수적인 열세 속에서 결국 후반 추가시간 노병준에 동점골을 내줬다.

두번이나 다 잡았던 창단 첫 승을 놓친 서울 이랜드는 상주 상무에 2-3으로 졌고 안산 경찰청과 2-2로 비겼다.

▲ [잠실=스포츠Q 최대성 기자] 서울 이랜드 김재성(가운데)이 25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레울파크에서 열린 부천FC1995와 2015 K리그 챌린지 홈경기 직전 30골-30도움 기념상을 수상하고 있다.

오히려 서울 이랜드의 잠재력은 상주전, 안산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상주전과 안산전 모두 원정경기였던데다 일방적으로 밀리는 경기가 아니었다.

상주전에서는 전반 6분 임상협의 헤딩골로 선제실점했지만 주민규와 칼라일 미첼이 번갈아 골을 넣으면서 2-2로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특히 신일수가 전반 18분과 24분 연달아 경고를 받아 퇴장당하고 마틴 레니 감독까지 항의하다가 퇴장 명령을 받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 후반 44분 여성해에게 결승골을 내주기 전까지 팽팽하게 맞섰다.

안산전 역시 레니 감독이 없는 상황 속에서 전반 7분만에 주민규가 선제골을 넣었다. 비록 연속 2골을 내주긴 했지만 후반 33분 주민규가 동점골을 넣으며 승점 1을 챙겼다.

보통 창단팀은 경기를 잘 풀다가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종종 보이곤 한다. 경험이 부족해 위기 관리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 이랜드는 여태까지 단 한번도 무너지는 모습이 없었다. 패배도 한차례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한 골차였다. 오히려 서울 이랜드가 창단팀답지 않게 경기를 끌고 가는 힘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잠실=스포츠Q 최대성 기자] 서울 이랜드 이재안(왼쪽)과 부천FC1995 알미르가 25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레울파크에서 열린 2015 K리그 챌린지 맞대결에서 볼다툼을 하고 있다.

◆ 꿰지 못한 구슬, 보배가 되기 위한 시간이 필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서울 이랜드의 선수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분명 구슬이다. 이 구슬을 하나로 꿰어 보배로 만들기까지 시간이 걸릴 뿐이다.

사실 리그 5경기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고 해서 전력을 평가절하하는 것도 성급하다. 2003년 창단한 대구도 6경기만에 승리를 챙겼고 2006년 경남도 4경기가 걸려서야 비로소 첫 승이 나왔다. 2013년 K리그 챌린지 출범과 함께 창단한 고양HiFC는 무려 11경기가 걸려서야 리그 첫승이 나왔다. 서울 이랜드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지, 전력이나 경기력 자체는 아직까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대팀 감독들도 아직까지 서울 이랜드를 경계한다. 최진한 부천 감독도 "선수 구성만 놓고 보면 분명 부천이 불리하다. 원정경기이기도 해 수비형 미드필더 둘을 세워 상대의 오버래핑을 막았다"며 "한 경기로 상대팀을 평가하기엔 무리다. 서울 이랜드가 여전히 무서운 팀인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서울 이랜드의 진정한 힘은 언제나 나올까. 레니 감독은 지금보다 리그 중반에 더 무서운 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 이랜드 관계자는 "레니 감독이나 댄 해리스 피지컬 코치 모두 중반부터 강해지는 팀이 되는데 맞춰 컨디션 조절을 하고 있다"며 "레니 감독도 서울 이랜드가 자신이 원하는 팀이 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구단에서도 계속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 [잠실=스포츠Q 최대성 기자] 서울 이랜드 주민규(오른쪽)가 25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레울파크에서 열린 부천FC1995와 2015 K리그 챌린지 홈경기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레니 감독은 "부천전에서는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갔지만 골 결정력 부분이 부족했다. 다만 타라바이가 내가 원했던 침투 능력을 보여줘 앞으로 전망이 밝다"며 "라이언 존슨도 아직 나쁘지 않고 보비(로버트 칼렌)도 측면에서 수많은 기회를 만들어냈다. 외국인 공격수 삼총사가 더 힘을 내준다면 더욱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레니 감독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선수들이 점점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 보인다"며 "내가 원하는 팀으로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려면 3~4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창단팀으로서 할 것이 많다. 그래도 점점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리그 첫 승도 그리 머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페널티킥을 실축하면서 리그 첫승의 기회를 놓친 김재성도 "레니 감독은 언제나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제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서두를 것이 없다고 말한다"며 "대구전이나 상주전 모두 생각하지도 못했던 퇴장을 당해 내용이 꼬였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마음을 잡는 계기가 됐다. 지금은 새롭게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성장통"이라고 말했다.

골키퍼 김영광도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급한 마음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 급하게 마음을 먹으면 더 꼬인다"며 "리그에서 처음으로 무실점 경기를 했다. 특히 칼라일 미첼이 부친상을 당해 빠진 상황에서 신일수가 그 자리를 훌륭히 메웠다. 이것만으로도 서울 이랜드는 충분히 강하고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자신했다.

팬들 역시 서울 이랜드를 낙관적으로 본다. 한 팬은 "아직 미드필드에서 부족한 모습이 보이지만 그래도 경기력까지 나쁘진 않다"며 "라이언 존슨과 타라바이 같은 선수들이 여름부터 힘을 내기 시작하면 분명 순위도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 실망은커녕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

▲ [잠실=스포츠Q 최대성 기자] 서울 이랜드 라이언 존슨(왼쪽)이 25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레울파크에서 열린 부천FC1995와 2015 K리그 챌린지 홈경기에서 돌파를 시도하려다 발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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