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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칼럼] 훌륭한 프로야구 감독이란? '공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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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칼럼] 훌륭한 프로야구 감독이란? '공부합시다'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9.07.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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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박용진 편집위원] 필자가 어릴 적부터 멋모르고 야구를 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 60년이다. 

외길 인생이었다. 긴 세월 야구를 하면서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경험을 해오고 있다. 야구의 지식은 방대하다. 그래서 평생을 야구를 했다고 하더라도 빙산의 일각 정도만 알뿐이다.

모교 선린상고에 1977년 부임해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고교야구 인기는 실업야구의 그것과 쌍벽을 이룰 정도라 부모, 동문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그러나 문제점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선수들은 특권의식에 젖어있었다. 학생이기 전에 야구선수였다.

 

▲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사진=연합뉴스]

 

실업야구 선수 생활을 오래 했으나 하루아침에 지도자로 변해 가르치려니 지식 부족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됐다. 그냥 경험에 의한 가르침으로 일관했다. 제일 답답함을 느낀 사람은 스스로였다. 그러나 실력 배양에 속성 코스가 있으랴. 시간이 걸렸다. 

이때부터 야구 자료 수집을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그러나 수집이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인터넷이 없었던 시대라 일본에서 조금씩 흘러 들어온 자료가 전부였다. 그나마 실업야구 선수 생활을 오랫동안 하면서 터득한 기술이 있어 다행이었다.

덧붙여 열정으로 커버했다. 지도자 초창기를 지나며 자료가 쌓였고 고교야구 지도자 7년, 프로야구 MBC 청룡, 태평양 돌핀스, 삼성 라이온즈, LG(엘지) 트윈스를 거친 11년 등 도합 18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훌륭한 지도자의 길은 무엇인가.

첫째 자료가 풍부해야 한다. 둘째 열정, 셋째 학구열, 넷째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인내성, 다섯째 낙관적 성격, 여섯째 성실성, 일곱째 진취성, 여덟째 티칭의 과학화, 아홉째, 심리학 기초 이론 학습, 열번째 전문성 등이다. 깊고 넓은 지식을 섭렵해야 한다. 짧은 지식으로는 복잡다단한 프로야구 팀을 절대 이끌어 갈 수가 없다. 

올 시즌에만 벌써 김기태(KIA 타이거즈), 양상문(롯데 자이언츠) 등 감독 2명이 도중 물러났다. 시즌이 끝나면 또 낙마할 감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왜, 이러한 현상이 늘상 나오는 것일까. 더불어 성공한 외국인 감독 제리 로이스터(전 롯데), 트레이 힐만(전 SK 와이번스)의 경우를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지도자 중 성공한 감독이 한 명도 거론되지 않는 현실은 다소 안타깝다. 우승 횟수가 많은 김응용 감독(10회), 김재박 류중일(이상 4회), 김성근(3회)을 향한 팬들의 평가는 A+가 아닌 걸로 보인다. 

 

▲ 한화 감독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은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사진=연합뉴스]

 

감독에 대한 평가는 단지 우승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우승을 등외 시 하자는 것은 아니다. 여러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필자가 모 팀에 있을 때 합숙소에서 경험한 일화다. 

우연히 코치 2명의 방에 들어가 여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방안은 TV, 옷가지만 달랑 있었다. 이들 코치는 집이 지방에 있었다. 이런 방의 환경을 보며 다음 날 '무슨 생각으로 선수들 앞에 서겠나'란 의문이 들었다. 코치는 지도하기 전 '무엇을, 어떻게, 왜'를 생각하고 이를 정리해 그라운드를 밟아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 없이 매너리즘에 빠진 상태로 출근한다면 선수가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 티칭은 정확한 이론에 입각해야 빠른 효과로 이어진다.  

필자가 뼈저리게 느낀 점이 있다. 폭넓은 독서가 없는 한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결론이다. 일본, 미국의 지도자와 비교해 한국 지도자가 뒤처지는 이유는 독서의 양이라 생각한다.

일본, 미국인 지도자와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씩 함께 생활 하면서 느낀 바는 이들의 티칭이 구체성, 간결성, 정보성, 논리성을 기반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코치는 어떤가. 정반대다. 차이가 현격하다. 코칭의 격차는 고스란히 선수에게 흘러들어가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선수는 혼란스럽고 효과는 반감된다. KBO리그는 왜 맨날 "기본기가 안 되어 있느냐"는 성토가 터져나오는 걸까. 감독, 코치의 엉성한 지식에서 선수들의 부실한 기본기가 비롯된다고 본다. 

떠난 감독들을 보면서 필자 나름대로 분석한 결과 단적으로 공부가 부족해 나타난 현상이라 하겠다. 적당히 하면 적당한 수준으로 나타난다. 적당히를 뛰어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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