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16:06 (화)
구자철 알가라파-김신욱 상하이선화 이적, 비난보다 박수받는 이유
상태바
구자철 알가라파-김신욱 상하이선화 이적, 비난보다 박수받는 이유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8.02 0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분데스리가(독일 1부리그) 아우크스부르크 재계약 제의를 거절한 구자철(30)이 카타르 스타스리그 알 가라파 SC를 새 보금자리로 정했다. 지난달 중국 슈퍼리그(CSL) 상하이 선화로 이적한 김신욱(31)과 함께 30대에 접어든 베테랑의 새로운 도전에 이목이 쏠린다.

알 가라파는 1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를 통해 “구자철이 2일 카타르 도하에 도착해 메디컬 테스트 치른 뒤 전지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몸 담으며 이름을 알린 선수들이 자본을 등에 업은 중동 혹은 중국 무대에 진출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구자철과 김신욱은 소위 말하는 ‘중국화’, ‘중동화’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가 몇 가지 있어 흥미롭다.

▲ 구자철이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를 떠나 차기 행선지로 카타르 알 가라파를 선택했다. [사진=알 가라파 공식 트위터 캡처]

중국화 및 중동화는 한때 한국 축구 최고 화두였다. 더 나은 무대에서 기량을 발전시켰으면 했던 한국 축구의 전도유망한 자원들이 선진 축구로의 도전보다 주전 자리와 고연봉이 보장되는 중국 혹은 중동으로 이적한 뒤 기량이 오히려 퇴보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면서 생겨난 말이다.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박지성과 이영표가 대표팀을 떠났다. 그렇지만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건 황금 세대가 있어 한국 축구의 미래는 밝아만 보였다.

허나 올림픽을 전후해서 김영권이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남태희가 레퀴야SC(카타르), 홍정호가 장쑤 쑤닝(중국) 유니폼을 입는 등 대표팀의 미래 내지 현재로 불렸던 멤버들 중 일부가 중국 및 중동으로 간 뒤 기대만큼의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후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과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부진이 맞물리면서 축구팬들은 대표팀 핵심멤버들이 '유럽 진출 꿈보다 돈과 안정을 좇은 탓에 한국 축구가 성장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가했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전까지 한국축구를 관통하는 듯했던 말이 중국화 내지 중동화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전북 현대에서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한 김민재 역시 ‘중국화’라는 단어와 투쟁하는 양상이다. 한국 축구를 이끌 수비 재목으로 꼽히는 데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군 면제 혜택까지 입은 23세 젊은 센터백의 중국행은 많은 팬들을 등 돌리게 만들었다. 여전히 대표팀에서 독보적인 기량과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지만 ‘유럽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 아쉬움이 쉬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 7시즌 반 동안 독일에서 활약했던 구자철(오른쪽).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반면 이번 구자철과 김신욱의 경우 축구팬들이 바라보는 시선과 들이미는 잣대가 사뭇 다르다.

두 사람 모두 전성기 때 독일과 국내 무대에서 분투했고 대표팀을 위해서도 헌신했다. 30대에 접어들어 보여준 개인을 위한 선택을 나무라는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2007년 K리그(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데뷔한 구자철은 2011년 1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입단하며 유럽에 진출했다. 이후 마인츠,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활약했고, 이번 여름 소속팀과 계약이 끝난 뒤 차기 행선지를 고민했다.

아우크스부르크로는 3년 더 함께 하자는 뜻을 밝혔지만 구자철은 이를 고사하고 중동 클럽을 선택했다. 구자철은 10년 가까이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갔다. 시즌 도중 잦은 장거리 비행으로 소속팀에서 컨디션 난조는 물론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도 악영향을 받을 때가 많았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직후 대표팀 은퇴 의사를 드러냈던 그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요청에 따라 올 1월 아시안컵까지 태극마크 반납을 미루기도 했다. 최근 개설한 유튜브 채널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가 분데스리가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며 축적한 네트워크를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활용할 뜻을 밝히면서 구자철의 그간 행보와 앞으로의 활동에 박수가 따르는 분위기다.

▲ 김신욱(사진)은 2012년 울산 현대에서 ACL 우승을 견인한 이후 숱한 중동 및 중국 클럽의 고액 오퍼를 거절하며 유럽 진출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신욱 역시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소속팀 울산 현대를 우승시킨 뒤 수차례 중동과 중국에서 거액의 오퍼를 받았지만 “유럽에 도전하고 싶다”며 거절했던 인물이다.

그동안 K리그 대표 공격수로 활약하며 2016년 전북의 ACL 우승, 2017, 2018년 K리그 우승을 견인했다. 지난해 16억500만 원의 연봉으로 K리그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받았다. 2009년 울산에서 데뷔한 이후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 혹은 그에 버금가는 결정력을 보여줬다.

2015시즌에는 울산에서 18골을 넣고 득점왕도 차지했다. 전북에서는 지난 3시즌 동안 리그에서 7, 10, 11골씩 기록했고 올 시즌에도 9골 3도움을 적립하며 K리그1(1부) 득점 선두 자리에서 중국으로 떠났다.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가 남긴 이적료는 70억 원, 그가 받게 될 연봉은 50억 원 선으로 전해진다. “팀에 큰 이적료를 선사하고 떠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던 김신욱이다. 전북에서 영광을 함께 했던 최강희 감독 품에 안긴 그는 이적 직후 4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K리그 톱 공격수 출신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기존보다 몇 배가량 되는 연봉을 마다하고 유럽무대에서 '코리안리거'로서 고군분투했던 구자철, 한국 축구 근간인 K리그를 지키며 아시아 최고 리그로 군림할 수 있게 도왔던 김신욱. 두 사람의 늦은 중동, 중국행에 축구팬들이 비난보다 응원을 보내는 배경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