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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축구 회장님축구, 더 이상 설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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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축구 회장님축구, 더 이상 설 곳이 없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9.08.12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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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민기홍·사진 주현희 기자] 지난해 6월 27일은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날이다. ‘카잔의 기적’으로 명명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 우리는 독일을 2-0으로 격파, 세상을 놀라게 했다. 비결은 다름 아닌 활동량이었다. 교체선수 포함 14명이 총 118㎞를 뛰었는데 이는 조별리그에 나선 32개국 중 단일경기 최고 기록이었다.

점유율 시대가 저물었다. 현대 축구의 트렌드는 활동량이다. ‘게겐 프레싱(상대의 공격에 대항, 강도 높은 전방 압박을 가하는 전술)’이 브랜드인 위르겐 클롭 감독의 리버풀이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한 것만 봐도 그렇다. 많이 뛰어야 이긴다. 특히나 약팀이 강팀을 잡으려면 간절함, 투지는 필수다.

 

▲ 황건우 유비스랩 대표. 대기업 연구개발팀에 사직서를 던지고 나왔다.

 

생활체육 축구라고 다를쏘냐. 어슬렁거려선 절대 이길 수 없다. 한데 문제는 누가 더 뛰었느냐, 덜 뛰었느냐를 아마추어 레벨에선 확인할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이젠 아니다. “회장님 축구, 병장 축구 못 하게 객관화 데이터 지표를 제공하겠다”는 일념으로 창업한 스포츠산업 스타트업 ‘유비스랩’이 동네 축구문화를 바꾸고 있다.

축구를 위한 웨어러블 GPS 트래커 ‘사커비’를 구매, 휴대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하면 축구경기를 시청할 때나 접할 수 있는 활동량, 최고 속도, 히트맵, 스프린트 영역, 평점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은 대당 13만8000 원. 팀팩(10개)으로 사면 83만7000 원이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고급 장비의 보급형 버전인 셈이다.

‘사커비’를 제작·유통하는 황건우 대표를 지난 8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났다.
 

▲ 사커비를 모바일 앱과 연동시키면 여러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 반응이 뜨겁다. 왜 아마추어 축구시장을 타깃으로 삼았나.

“제가 써야 하니까 만들게 됐다. 딱 봐도 ‘한 발 더 뛰어야 저 팀을 이길 수 있는데' 안 되는 거다. 답답함이 컸다. 만보기 채우고 ‘뛰어보자’ 했는데도 들어먹질 않더라(웃음).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많이 없었다는 뜻이다. 주로 안 뛰는 분들이 본인 때문에 지는 걸 인지 못하고 남들 지적하기 바빠 나섰다.”

스스로를 ‘위닝일레븐(축구게임) 세대‘라 소개한 황건우 대표는 “데이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사회 초년생 때 한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장비를 10만 원 가량 주고 샀는데 센서가 만보기 수준이라 실망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창업하기 전엔 일주일에 세 번 공을 찼다. 사커비 출시 직전엔 두 번 찼는데 출시 이후엔 바빠서 한 번밖에 못 찬다. 그래도 시간 내서 찰 만큼 축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 창업 스토리는? 유비스랩 설립 이전엔 무얼 했나.

“2017년 6월 법인을 설립했다. 전엔 대기업이 양산하는 대형 패널 칩에 들어가는 알고리즘을 연구개발했다. 주경야독했다. 경력이 쌓였고 업무 스킬이 올라가자 문득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해서 프로토타입 만들고 시뮬레이션 돌려보고. 리서치해보니 생각보다 결과가 괜찮았다. 어느 정도 남들에게 보여주고 테스트할 레벨이 됐다 판단했을 때 퇴사를 결심했다."

 

▲ '회장님 축구'는 이제 그만. 사커비 덕에 아마추어 축구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 캐타펄트 등 웨어러블 EPTS(Electronic performance and tracking systems) 업체들이 있다. 사커비만의 차별성은? 프로 쪽 진출 계획이 있나.

“모바일과 즉시성. 아마추어들이 누구나 쓸 수 있는 콘셉트가 사커비의 셀링 포인트다. 생활체육 축구하시는 분들은 대개 준비운동을 철저히 안 한다. 늦게 집합한다. 미리 작전회의 할 수도 없다. 아마추어들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킥오프 전에 트래커를 켜서 들어가고 경기 종료 후 스마트폰의 전송 버튼만 누르면 축구화를 갈아 신고나서 분석 결과를 바로 볼 수 있는 게 핵심이다."

호주에 뿌리를 두고 1999년 닻을 올린 캐타펄트는 스포츠GPS 업계 선두주자다. 프리미어리그(PL), 미국프로농구(NBA)는 물론 축구대표팀을 비롯한 한국의 팀 다수가 캐타펄트 장비를 사용, 데이터를 수집한다. 

"프로에서 요구하는 게 다르다. 거기에 맞추려면 기능을 많이 추가해야 한다. 사커비가 아마추어 시장을 공략하다보니 유소년 축구도 커버가 되더라. 중, 고등학교에서 몇 천만 원 짜리 장비를 못 쓰기 때문이다. 우리 장점이라면 (전 직장에서의) 양산 경험이다. 많이 해봤으니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안다."

 

▲ 사커비 베스트에 들어가는 트래커.

 

- 댓글은 직접 다나? 피드백이 빠르고 친절하다는 평이다.

“아직은 여유가 있어서 직접 달고 있다. 고객 응대는 웬만하면 직접 하려고 한다. 공통적 반응들은 정리해서 업데이트하고 있다. 문의할 일이 없게끔 하는 게 최종 목표다. 내가 필요한 걸 다른 사람도 공감하게 하려면 번거롭지 않아야 하고 재밌어야 한다. 매뉴얼 안 봐도 쓸 수 있는 제품이 가장 좋은 제품이다.”

(인터뷰 도중에도 황건우 대표의 전화가 울렸다. 사커비 고객의 제품 문의였다.)

- 판로 확장 계획은? 현재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뿐이다.

“오프라인, 온라인으로 확장할 계획은 있는데 서두르진 않으려 한다. 현재 소셜미디어만 하니까 마케팅하고 더 많이 노출하면 판매량이 늘 것 같긴 하다. 현재는 초기 판매 이뤄진 것에 피드백 하고 완성도를 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프로들이 써도 문제없는 수준으로 완성도를 올리는 중이다. 누구라도 다 써도 된다 정도에 이르면 확장하지 싶다. 현재는 50% 정도 왔다.”

- 타 종목으로의 확대, 글로벌 진출 계획은?

“농구, 필드하키, 아이스하키, 럭비로 확장할 수 있지만 나중 문제일 거 같다. 당장은 생각해놓은 것 하기도 벅차다. 할 게 너무 많다. 때가 되면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닫아놓진 않겠다. 글로벌 시장 공략도 준비는 해 놓았다. 막상 나가려 보니 현장에서 대응할 사람이 필요해 홀딩했다. 업에 집중할 수 있는 타이밍이 오면 팔기 시작할 계획이다. 예컨대 아마존이든.”

- 가장 뿌듯할 때가 언제인가.

“이거 진짜 ‘오진다(=오달지다)’는 평이 나올 때. '그동안 지가 많이 뛴다 우기던 놈이 있었는데 이걸로 증명해줬다. 활동량 팩트폭행 했다'는 댓글을 보고 흐뭇했다. '뛸 필요 없어. 골만 잘 넣으면 된다'고 회장님 축구, 병장 축구하던 사람을 우리가 객관화된 데이터로 틀렸다 증명해준 거다. (웃음) '진짜 이런 스타트업은 후기를 알차게 써서 우리가 많이 알려야 한다'던 고객의 글도 잊을 수 없다. 앱은 해외에서도 쓴다. 유학생분들이 한국에서 사서 현지로 가져가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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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하는 모두가 사커비를 쓰는 날이 오길 바란다는 황건우 대표. 

 

- 함께 하는 이들은?

“같이 시작한 멤버가 서준협 이사님이다. 같은 회사에 다녔는데 꼬드겨 ‘함께 해보자’ 했다. 이사님은 핵심인재였다. 운이 참 좋았다. 타이밍 좋게 적절한 사람을 만났다. 에션설한 인재가 초반에 붙어서 2년 만에 사커비를 알릴 수 있게 됐다. 디자이너도 한 분 있다. 이제 본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라 전문 마케팅 인력을 충원하려 한다.”

- 유비스랩의 미래는? 목표는?

“축구할 때 모두가 사커비를 쓰게 하는 게 목표다. 아마추어들이 평점이나 능력치로 실력 이야기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골프와 비교해보자. 입문해서부터 한 타 줄이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쓰지 않나. 아마추어 골퍼는 퍼포먼스 향상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한다. 얼마나 풍성하고 재밌나. 축구도 제대로 배우면서 했으면 좋겠다. 20년 넘게 공을 찼는데 멋모르고 할 때보다 알고 하니 더 재밌다. 이 맛을 모두가 알았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도 축구강국이 되지 않을까.”

유비스랩은 최근 국민체육진흥공단(KSPO)이 진행한 스포츠산업 창업 데모데이에서 탁월한 성적으로 주목받았다. 사커비 사용자가 한 달 2만 명을 돌파하는 겹경사도 누렸다. 황건우 대표는 “키워드는 딱 하나 ‘엔터테인먼트, 펀’이라고 강조했다. 사커비가 단시간 내 연착륙하고 급성장한 비결은 결국 ‘재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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