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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송곡여고하키팀, 꿈의 50번째 우승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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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송곡여고하키팀, 꿈의 50번째 우승 GO!
  • 권대순 기자
  • 승인 2014.03.25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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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키팀 탐방] 31년 지도한 최홍규 감독 "운동선수도 영리해야"

[300자 Tip!] 송곡여고 필드하키팀은 최근 유소년 체육계에 화두가 되고 있는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이미 30년 전부터 키워왔다. 최홍규 송곡여고 하키팀 감독은 “영리한 선수가 운동도 잘한다”며 아침 훈련 후 선수들을 모두 수업에 참여시킨다. 그럼에도 송곡여고는 현재 ‘전국 최강’이다. 올해 통산 50번째 우승을 앞두고 있다. 최 감독은 1등의 비결로 ‘훈련’이 아닌 ‘선수단 관리’를 꼽았다. 어린 선수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잡아주면 성적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스포츠Q 글 권대순 · 사진 최대성 기자] 최홍규(60) 감독은 1983년 창단 때부터 송곡여고 하키팀과 함께 해왔다. 최 감독은 1992~1996년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냈고 현재는 대한하키협회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송곡여고는 지난해까지 무려 49번이나 전국대회 우승을 일궈낸 여자 하키 명문 중의 명문이다. 2000년에는 전국대회 전관왕(춘계대회·종별선수권·대통령기·전국체전·한국중고연맹회장기)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에도 4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게다가 역대로 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해냈다. 현 국가대표팀에도 송곡여고 출신 선수가 6명이나 포진해 있다.  

송곡여고 하키팅 선수들은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선수들이 수업에 반드시 참여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취재일에도 수업을 마치고 삼삼오오 모인 선수들이 웨이트 훈련장에서 몸을 풀며 대기하고 있었다.

▲ 송곡여고 필드하키부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면서도 전국 최강의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왼쪽부터 이지영(14번·HB), 박진선(19번·HB), 이정현(18번·HB), 오진영(16번·FW), 신예지(8번·HB), 김나영(9번·FB), 정지연(13번·FW), 김수진(5번·HB), 성보경(12번·FB), 오희진(15번·HB), 이재영(7번·FW), 김예진(6번·FW), 최세영(11번·FB), 골키퍼 최유빈

 31년 째 공부하는 운동선수 배충 중

최근 몇년 사이에 공부하는 운동선수가 대세가 됐다.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열리던 대회들이 주말에 리그전을 치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학생선수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공부하는 운동선수들을 육성하기 위함이다.

송곡여고 하키팀은 이미 팀 창단 때부터 이러한 기조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창단 때부터 감독을 맡고 있는 최홍규 감독의 지도 철학이다.

“학교의 배려로 조회는 빠지고 1교시부터 선수들이 출석한다. 우리는 항상 오전 6시20분에 모여 오전 훈련을 한 뒤 선수들이 학교 수업에 참여한다.”

일반 선생님들은 수업 환경을 해치는 운동선수들을 반기지 않는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운동부 학생은 ‘같은 반’이 아닌 ‘우리학교 운동부 선수’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 최홍규 감독은 “운동 선수도 머리를 써야 더 영리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에게 수업 시간 참여 외에도 책 읽고 독후감을 쓰라고 한다든지, 하키용어, 부모님 이름 한문 등을 깜지(A4 용지가 까맣게 될 정도로 반복해서 쓰는 것)쓰게 한다. 적어도 선수들이 무언가 열심히 하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방해가 되는 일은 없다.”

선수들은 감독님이 내준 숙제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매주 토요일 하키팀 자체로 보는 시험 때문이었다. 주어진 과제와 관련된 시험에서 70점을 넘기지 못하면 해당 선수는 주말에도 쉴 수가 없다.

최 감독은 “운동 선수도 머리를 써야 더 영리하게 플레이 할 수 있다”며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명문의 비결관리가 중요

최홍규 감독은 명문 팀이 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무엇보다 선수단 관리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매년 3~4차례 전국대회 우승을 할 수 있던 원동력은 훈련이 아닌 선수관리”라고 힘주어 말했다.

10대 청소년들은 심리적으로 민감한 시기를 겪는다. 이 시기에 학교 운동부 생활을 경험한 선수들 중에서 일부는 선수단 이탈이나 가출을 경험하곤 한다. 오랜 합숙생활로 인한 답답함과 때에 따라 강압적인 위계질서나 성적부진에 의한 스트레스 등 이유는 다양하다.

“현재 우리는 그런 일탈이 없다. 운동이 하기 싫으면 먼저 감독한테 상의를 한 후 자신들이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을 한다.”

최 감독이 자신있게 말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송곡여고가 이렇게 안정된 팀을 꾸린 것은 아니었다. 학교 교회가 설립된 1994년 이전까지는 송곡여고 선수들도 가출 등의 일탈을 저지르는 바람에 팀에 위기가 온 적도 있다고 했다.

▲ 최홍규 감독은 선수들이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고, 수요일마다 전도사를 만나는 등의 종교 활동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가 미션 스쿨이어서 일요일엔 선수들이 학교 교회에 간다. 또 매주 수요일 저녁에 전도사가 와서 기타를 치면서 찬송가를 불러준다. 이런 것들이 선수들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가져다줬다. 그 이후로 선수들의 가출 등 일탈이 없어졌다.”

선수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가져 온 것은 종교뿐이 아니었다. 최 감독이 고집스럽게 지켜오고 있는 또 한 가지 방침이 있었다. ‘휴대폰 사용 금지’다.

“운동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도 선수들이 휴대폰만 만지다 보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은 휴대폰을 쓰지 않는다.”

아예 휴대폰 구입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학교 안에 있을 때나 운동시에는 절대 사용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선수간, 또 감독·코치와 대화가 늘었다. 이것이 바로 송곡여고팀을 정상으로 이끄는 조직력으로 완성되는 것이었다.

최 감독이 말하는 송곡여고 하키팀을 정상으로 이끄는 하나의 원동력은 바로 선배들이었다.

“이 지역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대학 진학률도 좋지 않고, 집안 환경도 넉넉하지 않다. 하지만 하키를 함으로써 대학 진학, 실업팀 입단 등이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지역적으로도 주목을 받게 되고, 선수들도 자존감이 높아졌다.”

▲ 휴대폰을 쓰지 않는 것이 송곡여고 하키팀을 더 단단히 묶어주고 있다.

송곡여고 하키팀은 지난해에도 3학년 5명 전원이 한국체대·경희대에 진학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 현 국가대표 선수 중 6명이 송곡여고 출신일 정도로 실력적인 면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감독을 100% 신뢰하지 말라”는 얘기도 한다고 했다. 다소 충격적인 말이었다. 그는 선수들에게 “‘감독도 사람이다. 모든 걸 나한테 의지하지 말고 너희가 찾아서 해보고 안되면 나한테 와라”는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선수들을 ‘사육하듯’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통산 50번째 우승을 향해

최홍규 감독과 송곡여고팀은 지난해까지 통산 전국대회 우승컵을 49차례나 들어올렸다. 이제 한 번만 더 우승하면 50번째 우승의 금자탑을 쌓게 된다. 최 감독은 “1년에 평균 3~4번은 우승한 셈”이라면서 기분 좋게 웃었다.

▲ 여고부 하키 무대를 평정한 송곡여고는 올해 통산 50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송곡여고는 현재 여고부에서 독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는 26일 경남 김해에서 개최되는 춘계대회에서 대회 3연패를 노린다. 전국체전은 3년 연속 우승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5차례 전국대회에서 무려 4차례나 우승하는 저력을 보였다.

송곡여고 독주에 다른 팀들의 원성이 자자하다고 한다. 하지만 최홍규 감독은 “한 팀이 앞서나가면 그 팀을 따라잡기 위해 다른 팀들이 새로운 기술 개발 등의 노력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하면서 하키가 점점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제 최 감독의 정년은 2년이 남았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계속해서 정상을 유지한 뒤 현재 그를 보좌하고 있는 김철수(35) 코치에게 팀을 넘기는 것이 그의 목표다. “내가 없어도 항상 강팀으로 남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했다.

최홍규 감독의 지도 철학이 계속 이어진다면 송곡여고팀이 정상을 유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 미니 인터뷰 - 미래 여자하키의 주역주니어 대표 김나영·이정현

김나영(18)과 이정현(17)은 초등학교 때 육상부를 한 계기로 송곡여중 하키팀에 선발되었다. 필드 위에서는 마우스피스를 끼고 격렬하게 상대와 몸싸움을 벌이지만 인터뷰를 위해 만나본 그들은 영락없는 고3 소녀였다.

김나영은 지난 1월 주니어대표팀에 처음 뽑혔다. 그는 “기분이 새로웠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수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친구들 사귀고 책 볼 수 있어서 좋아요”라며 “영어는 수업을 좀 들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수학 시간에는 책을 주로 많이 보는 편”이라고 얘기했다. 자신의 단점으로 ‘성급한 플레이’를 꼽은 김나영은 “올해 모든 대회를 다 우승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 나란히 주니어 대표팀에 선발된 김나영(왼쪽)과 이정현. 앞으로 한국 여자하키를 이끌어 나갈 두 주역이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청소년대표선수 등의 경험이 있는 이정현은 이번이 세 번째 대표팀 선발. 그래도 “열심히 해서 뽑힌 것이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며 “특히 이모가 꼭 TV에서 보자고 했다”며 웃었다. 수비를 맡고 있는 이정현은 “공 뺏은 뒤 동료에게 연결해주는 플레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하며 진지한 표정을 짓다가도 “유아인이 잘생겨서 좋아요”라며 수줍게 웃는 귀여운 여고생의 모습을 보였다.

■ '젖줄' 송곡여중 하키팀은?

송곡여고 하키팀가 창단되고 9년 뒤 최 감독은 송곡여중 하키팀을 창단했다. 아무래도 고교팀만 운영하다 보니 선수 수급에 한계가 있었던 것. 송곡여고와 마찬가지로 선수들은 전원 수업에 참여하고 있고 송곡여고 출신 임미숙(41)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 송곡여중 필드하키팀은 1992년 창단해 언니들을 따라 명문 하키팀의 명맥을 잇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황민영, 이남경, 박주현, 전혜지, 최유진, 김나영, 박주연, 임미숙 감독. 아랫줄 왼쪽부터 양경서, 문예림, 김다솔, 강유나, 김민지, 노효정. 앞은 왼쪽부터 골키퍼 이재은, 이지원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소년체전 3연패 등 명문의 맥을 잇고 있지만 지난해엔 중고연맹전 2위, 대통령배 3위를 기록했다.

[취재 후기] 현재 초등부 하키팀이 없는 국내 현실상 선수들은 중학교 때 본격적으로 하키를 시작하게 된다. 최홍규 감독은 “세계 랭킹 7위인 우리나라가 대학생 선수 200명뿐인 걸 아는 외국인들은 모두 ‘기적’이라고 한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한편으로 대단하고, 또 한편으로는 웃을 수 없는 현실이다.  

iversoon@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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