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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분석] 차두리로 주장까지 바꿨건만, 멀고먼 서울의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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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분석] 차두리로 주장까지 바꿨건만, 멀고먼 서울의 '반등'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5.02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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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전 선제골 뒤 너무 앞으로 치고 올라가다 역습 실점…체력 떨어진 후반 허리 장악당하며 열세

[상암=스포츠Q 박상현 기자] FC 서울이 5월 첫 경기에서도 웃지 못했다. 그야말로 잔인한 3월과 4월을 보낸 서울이 5월을 맞아 반등을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마음만 앞서고 몸은 따라주지 않았다.

서울은 2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성남FC와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4분 만에 몰리나의 어시스트에 이은 김현성의 헤딩골로 앞서나가고도 이를 지켜내지 못하고 전반 33분 남준재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1-1로 비겼다.

서울은 최근 2경기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하고 1무 1패의 부진에 빠져 있었다. 2골 이상을 넣기가 어려웠다. 울산 현대와 원정 개막전에서 0-2로 진 이후 7경기 연속골을 넣고는 있지만 모두 한 골씩에 그쳤다.

▲ [상암=스포츠Q 최대성 기자] FC 서울 선수들이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FC와 2015 K리그 9라운드 홈경기에서 1-1로 비긴 뒤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최용수 감독은 다득점을 위해 성남전에서 '공격 앞으로'를 다짐했다. 성남의 공격력이 그다지 강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공격적으로 나서도 되겠다는 계산이 섰다. 특히 지난해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전에서 너무 수비적으로 경기하다가 승부차기에서 성남에 패한 아픔을 되갚기 위해서라도 다득점 승리를 별렀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그때 성남과 결승에서 가장 후회된 것은 너무 수비적으로 경기를 풀어갔던 것"이라며 "성남이 원정팀이기 때문에 수비를 강화할 것이라는 것은 예상된 것이었고 밀어붙였어야 했다. 똑같이 지키는 경기를 하다가 망쳤다"고 회상했다.

◆ 너무 공격 일변도로 하다가 당한 서울

최용수 감독은 이날 김현성을 최전방으로 세우고 윤일록과 몰리나, 고요한까지 위로 한껏 끌어올렸다. 오스마르와 이상협의 수비형 미드필더만 있으면 선수들을 위로 올려도 크게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최 감독의 생각은 크게 잘못된 것이 없었다. 최근 성남도 득점력 부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성남은 최근 리그 4경기에서 단 2골만 넣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2골이 히카르도와 김두현이 넣은 페널티킥골이다. 필드골이 제로다.

범위를 다른 공식 경기로 넓혀봐도 성남의 득점력은 우려될 정도다. 지난달 29일 부산교통공사와 FA컵 경기에서도 후반 37분 황의조의 결승골로 1-0으로 겨우 이겼다. 당시 경기는 성남이 이겼어도 경기 내용에서는 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 [상암=스포츠Q 최대성 기자] FC 서울 최용수 감독이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FC와 2015 K리그 9라운드 홈경기에서 선수들의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최 감독의 생각은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전반 4분만에 몰리나의 미드필드 오른쪽 지역 프리킥 크로스가 성남 수비에 의해 먼저 끊기면서 코너킥 기회가 왔다. 몰리나는 오른쪽에서 코너킥을 올렸고 김현성이 머리로 받아넣었다. 이후 서울은 포백 수비진까지 더욱 끌어올리며 성남을 압박했다. 김치우-김남춘-이웅희-차두리로 이어진 포백 수비진이 하프라인 근처까지 올라왔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성남의 역습 한방에 동점을 허용했다. 성남의 미드필드 오른쪽 지역에서 임채민이 길게 크로스를 올려준 것이 차두리와 볼 경합을 벌이던 남준재의 발 앞에 떨어졌다. 교묘하게 바운드된 공을 맞추지 못한 차두리가 남준재를 놓쳤고 남준재는 골키퍼를 제치고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동점골이 나온 이후 서울 선수들의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전반 39분 김현성을 시작으로 서울의 선수들은 무려 4개의 경고를 받았다. 이 가운데 윤일록은 골 지역 왼쪽에서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유도했지만 오히려 헐리우드 액션으로 옐로카드를 받았다.

후반에는 아예 허리까지 내줬다. 성남의 강한 허리 압박에 전반 중반까지 점령했던 미드필드 우위를 뺏기면서 몰리기만 했다. 서울은 후반에 고작 3개의 슛만을 기록한 반면 성남은 무려 9개의 슛을 서울의 골문을 향해 날렸다. 좋았던 기회는 성남이 더 많았다. 오히려 성남이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 [상암=스포츠Q 최대성 기자] FC서울 김현성(앞)이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성남과 홈경기 후반전 치열한 몸싸움을 이겨내며 드리블하고 있다.

◆ 더워진 날씨에 체력까지 뚝, 침착한 성남이 더 영리했다

서울은 침체된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주장까지 바꿨다. 한번도 주장을 맡은 경험이 없는 고명진이 너무 부담감을 갖게되자 팀내 맏형으로서 굳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차두리에게 완장을 맡겼다. 최용수 감독은 "차두리가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누빌 것을 생각하니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을 정도로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차두리의 기용도 결과적으로는 독이 됐다. 차두리는 지난달 18일 수원서 벌어졌던 수원 삼성과 슈퍼매치에서 전반 막판 종아리 근육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진단명은 오른쪽 종아리 근육 부분 파열로 재활 치료만 3~4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 감독은 "차두리가 생각보다 일찍 회복이 됐다"며 전격 투입했다.

문제는 차두리가 회복한지 얼마 되지 않아 체력과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했다는 것. 그래도 최용수 감독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김진규가 부상으로 두 달동안 나서지 못하고 코뼈 골절을 당한 오스마르까지 마스크를 쓰고 출전하는 상황에서 차두리가 너무나 절실했기 때문이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바로 이 점을 파고들었다. 차두리가 체력이 떨어지는 기미가 보이자 성남은 왼쪽 측면(차두리 입장에서는 오른쪽 측면)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후반 성남의 좋았던 기회는 대부분 왼쪽 측면 돌파로 이뤄졌다.

▲ [상암=스포츠Q 최대성 기자] FC 서울 김치우(왼쪽)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FC와 2015 K리그 9라운드 홈경기에서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넘어지고 있다. 주심은 페널티킥이 아닌 김치우의 헐리우드 액션으로 판정했다.

김학범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아무래도 차두리가 훈련량이 부족한데다 날씨가 더워 체력적으로 제한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그쪽으로 공격 루트를 집중시켰다"며 "아무래도 비기는 것은 양팀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적극적인 공격을 주문했다. 비겨서 아쉽지만 내용은 좋았다"고 말했다.

또 김 감독은 어차피 경기는 90분이기 때문에 이른 시간 실점에도 당황하지 않도록 선수들을 독려했다. 김학범 감독은 "이른 시간 실점이 있었지만 어차피 90분 경기이기 때문에 우리 플레이를 유지하자고 얘기했다"며 "이런 마음이 동점골을 넣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용수 감독은 급한 마음에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최 감독은 "초반 득점 뒤 정상적인 경기를 했어야 했다. 정상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경기 했더라면 후반 들어가 밀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무더운 날씨에다 컨디션까지 떨어져 힘든 경기를 했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중원 압박과 공수 전환 모두 내줬다"고 아쉬워했다. 결과적으로 초반 이른 득점에 오버페이스를 하다가 후반 중원 싸움에서 밀린 것을 시인한 것이다.

서울은 분명 분위기를 바꿔 전환점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러나 서울은 마음만 급했지,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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