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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딛고 포효한 왕표범 김재성 '캡틴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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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딛고 포효한 왕표범 김재성 '캡틴의 자격'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5.03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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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전 2골 1도움으로 서울 이랜드 창단 리그 첫승 견인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동안 잠을 자지 못할 것 같아요."

김재성(32·서울 이랜드)은 지난달 25일 서울 잠실주경기장 레울파크에서 벌어졌던 부천과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챌린지 6라운드 홈경기를 마치고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머리를 긁적였다.

당시 김재성은 전반 20분 최병도의 파울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찼지만 골키퍼 류원우에게 방향을 읽히면서 실축하고 말았다.

이날 결과는 0-0. 서울 이랜드가 K리그 챌린지 5경기만에 첫 무실점 경기를 펼쳤지만 승리에 필요한 단 한 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김재성으로서는 자신 때문에 또 승리를 놓쳤다고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다른 선수들이 골을 넣지 못한 책임도 있지만 김재성은 서울 이랜드 '표범 군단'의 캡틴으로서 느끼는 무거운 책임감에 페널티킥 실축이 못내 아프게 다가왔다.

▲ 서울 이랜드 김재성이 2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 2015 K리그 챌린지 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엠블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러나 김재성은 실패의 아픔을 치유하기까지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김재성이 K리그 데뷔 후 최고 활약을 펼치면서 서울 이랜드의 리그 창단 첫 승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김재성이 2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 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기록한 공격포인트는 2골 1도움. 김재성이 멀티골을 넣은 것은 포항에서 뛰던 지난해 4월 12일 제주전 2골 이후 13개월만이고 3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린 것은 상주 상무에서 활약하던 2012년 8월 22일 울산 현대전 2골 1도움 이후 2년 8개월만이다.

이날 김재성은 칼라일 미첼의 전반 1분 선제골을 어시스트하고 전반 20분에는 타라바이의 어시스트를 받아 결승골까지 넣었다. 수원FC 권용현의 득점으로 3-1로 쫓기던 후반 27분에도 멋진 프리킥 골로 쐐기를 박았다.

김재성의 활약에 서울 이랜드는 6경기만에 리그 창단 첫 승을 따냈다. 페널티킥 실축에 한동안 잠을 자지 못할 것 같다던 김재성은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맨오브더매치)가 됐다.

김재성이 팀내 미치는 영향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김재성은 동갑내기 조원희, 김영광과 함께 K리그 클래식을 경험한 베테랑 삼총사로 서울 이랜드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 김재성은 서울 이랜드의 주장으로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또 김재성은 서울 이랜드의 역사를 쓰고 있다. FC 안양과 벌인 지난 3월 29일 역사적인 창단 첫 경기에서 첫 골을 넣은 것도 바로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김재성이었다.

▲ 서울 이랜드 김재성(가운데)이 2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 2015 K리그 챌린지 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엠블럼에 입을 맞추는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하지만 서울 이랜드는 리그 5경기를 치르면서 4무 1패에 그쳤다. K리그 챌린지의 갈락티코로까지 불렸지만 승리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김재성은 이에 대해 "점점 선수들의 조직력이나 호흡이 맞아가고 있기 때문에 서둘지는 않겠다"면서도 "첫 승으로 선수들의 자신감은 더욱 올라갈 수 있다. 얼마나 빨리 승리를 챙기느냐에 따라 서울 이랜드의 시즌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승리를 고대했다.

6경기면 준수하다. 2003년 K리그에 들어온 대구와 광주 상무도 6경기 만에 승리를 거뒀다. 인천(2004년)은 3경기, 경남(2004년)은 4경기만에 승리했고 강원(2009년)과 광주FC(2011년)은 창단 후 첫 경기에서 이기긴 했지만 고양 HiFC(2013년)은 11경기가 걸려서야 첫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이처럼 준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김재성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라운드에서 언제나 선수들을 독려하고 후배들 앞에서 솔선수범함으로써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서울 이랜드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마틴 레니 감독이 가장 믿는 선수도 김재성이다. 레니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김재성은 환상적인 선수"라며 "좋은 선수이자 리더다. 선수단을 이끌어주는 역할에 상당히 만족한다"고 전폭 신뢰를 보내고 있다.

서울 이랜드는 시즌 전 창단 첫 해에 K리그 클래식 승격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6경기 만에 뒤늦게 승리를 신고하긴 했지만 패배가 적은 덕분에 승점 7로 중위권인 7위에 올라 있다. 선두 대구FC와 승점차가 7이긴 하지만 아직 남은 경기는 34경기나 된다. 이제 서울 이랜드 '표범군단'이 챌린지 무대에서 힘차게 내달릴 준비가 끝났다.

▲ 서울 이랜드 김재성(오른쪽)이 2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 2015 K리그 챌린지 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5-1로 이긴 뒤 환호하는 팬들에게 박수를 치며 화답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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