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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행 LG트윈스 류중일 "철렁, 이래서 야구가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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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행 LG트윈스 류중일 "철렁, 이래서 야구가 재밌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0.03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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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하하하하하. 철렁했다.”

프로야구 인생에서 가을야구를 수도 없이 경험한 류중일(56) LG 트윈스 감독이지만 위기 앞에 흔들리지 않을 순 없었다. 그러나 믿음의 아이콘인 그는 끝까지 선수들을 믿었고 값진 포스트시즌 첫 걸음을 뗐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LG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3-1로 승리, 준플레이오프(준PO)로 향했다.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가운데)이 3일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리로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뒤 선수단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격수 수비로 골든글러브 2차례를 수상하는 등 삼성의 전설이었던 류중일은 정작 선수시절엔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지도자로선 완전히 달랐다.

코치로 많은 경험을 쌓은 그는 2011년 선동열 감독의 뒤를 이어 삼성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삼성은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정규리그는 5년 연속. 최근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 주목을 받았는데, 그 첫 번째 주인공이 바로 류중일 감독이었다. 둘은 데뷔 직후부터 이뤄낸 결과라 더욱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LG 지휘봉을 잡고 첫 시즌을 보냈던 류중일 감독은 외로운 가을을 보내야 했다. 팀이 8위로 처진 것. 류중일 감독에겐 매우 익숙지 않은 한해였다.

올 시즌엔 4위로 일찌감치 가을에 대비했다. NC가 지난 1일 두산과 최종전에서 혈투를 벌이며 상황은 LG에 더욱 유리하게 흘러갔다.

초반부터 이형종의 적시타로 기회를 잡은 LG. 4회초 무사 1,3루 기회를 맞자 류중일 감독은 승부수를 꺼내들었다. 타석에 들어선 백전노장 박용택은 NC 선발 크리스천 프리드릭을 공략해 우측 커다란 타구를 만들어냈고 LG에 추가점을 보탰다. 이어 이형종은 또다시 적시타를 올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만난 류중일 감독 또한 이 대목을 승부처로 꼽았다.

 

이형종(오른쪽)이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4회말 쐐기 타점을 올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발 케이시 켈리가 6⅔이닝 3피안타(1피홈런) 1실점 호투로 NC 타선을 꽁꽁 묶었고 7회 구원등판한 차우찬이 1⅓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이후 류중일 감독은 마무리 고우석을 불러올렸다. 그러나 믿었던 고우석이 흔들렸다. 첫 타자 박민우를 2루 땅볼로 잡아냈지만 양의지에게 안타, 스몰린스키는 볼넷, 김태진에게까지 좌중간 안타를 맞고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류중일 감독은 “(고)우석이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잘 못잡더라. 큰 경기를 처음하니 긴장이 됐던 것 같다”고 두둔했다.

단타 하나면 동점이 되는 상황. 류중일 감독은 고우석에게 여전한 신뢰를 보였고 결국 박석민과 노진혁을 나란히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매조지했다.

류 감독은 “잠실을 찾아준 팬분들께 감사드린다. 켈리가 실투로 홈런을 맞았지만 최고의 피칭을 펼쳤고 뒤에 나온 차우찬 잘 던졌다”고 제자들을 독려했다.

 

위기 끝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LG 트윈스 투수 고우석(오른쪽)이 유강남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완벽한 투구를 펼친 차우찬을 그대로 올려보냈다면 어땠을까. 류 감독은 “(고우석이) 우리 팀 최고 마무리있는데 맡겨야 된다”며 “우찬이에게 (박)민우까지 맡기고 넘길까 생각도 했지만 만약 주자 생기면 우석이가 더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큰 경험을 했다. 준PO부터는 더 잘 던질 것”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위기의 순간에 대한 질문에 호탕하게 한바탕 웃어보인 류 감독은 “철렁했다”면서도 “8회까지 편하게 이기다 최대 위기를 맞았다. 동점 혹은 역전이 될 수도 있고 오늘 결과처럼 잘 막을 수도 있다. 예측이 힘들다. 야구가 이래서 재밌다”고 가을을 한껏 즐기는 베타랑의 품격을 보였다.

준PO에선 다른 장소에서 다른 팀을 상대한다. “윌슨이 1차전에 나선다. 2차전은 차우찬을 생각 중인데 미팅 후에 결정할 것”이라며 “키움은 선발과 중간, 마무리가 다 좋다. 타석에서도 박병호나 (이)정후, 또 누구지. 아, (김)하성 등 발도 빠르고 장타력도 가진 타자들이 많다. 실점을 최소화하며 경기를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전력투구다. “라인업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엔트리엔 변화가 생길 수 있지만 라인업은 그대로 가야할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감독으로 5차례 경험한 가을야구에서 한국시리즈 4회 우승, 1회 준우승을 거둔 류중일 감독이 LG에선 어떤 가을 스토리를 써낼까. 여유롭고 재치 넘치는 그의 발언에 LG 팬들은 더욱 신뢰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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