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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감 방전된 안방극장, 유행어 어디로 숨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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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감 방전된 안방극장, 유행어 어디로 숨었니?
  • 이승훈 기자
  • 승인 2019.10.10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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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승훈 기자] “뭐가 있지? (한참을 생각하더니) 모르겠다.”

평소 아무리 바빠도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은 꼭 챙겨본다는 20대 A, B, C 씨. 하지만 “최근 개그 프로그램에서 기억에 남는 유행어, 코너가 있냐?”는 질문에 이들은 끝내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한때는 사소한 말 한 마디도 유행어로 재탄생시키며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빵 터지는 유행어, 안 만드는 걸까, 못 만드는 걸까?

 

개그콘서트 [사진=KBS 제공]
개그콘서트 [사진=KBS 제공]

◆ 이유는 단순했다? “재미없어!”

일각에서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몰락’이라고 지적할 정도다. 시청자들에게 웃음 뿐 아니라 감동까지 전했던 개그감이 점점 퇴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이자 1999년 9월 첫 방송 이후 20년째 장수하고 있는 KBS 2TV ‘개그콘서트’. 지난 5월 19일 ‘개그콘서트’는 무려 1000회를 맞이했다. 현존하는 프로그램 중 1000회까지 순항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개그콘서트’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날이었다.

특히 ‘개그콘서트’ 측은 1000회 방송을 통해 과거 큰 사랑을 받았던 코너와 개그맨들을 대거 소환하면서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실제 ‘개그콘서트’ 1000회, 1001회는 8.0%, 8.4%(이하 전국기준, 닐슨제공)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또 다른 부흥기를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순간에 불과했다. ‘개그콘서트’는 1002회부터 다시 시청률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5%대까지 추락했다. 다수 매체는 TNMS가 측정한 시청률을 언급하면서 “1013회 방송은 2019년 최저 시청률”이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SBS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공개 코미디 입지가 점점 줄어들던 지난 2017년 5월, 간판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를 폐지했다. 당시 ‘웃찾사’ 측은 “시즌 종영일 뿐 폐지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재 부활 소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단순한 시청률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듯, 시간이 흐를수록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안방 시청자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개그콘서트’ 애청자임을 밝힌 H 씨는 간단하면서도 뼈아픈 답변을 내놓았다.

“재미가 없어요. 지치고 힘들 때마다 힐링을 얻고 싶어서 개그 프로그램을 시청했는데 요즘은 코미디 채널보다 리얼리티 예능, 드라마가 더 재밌어요. 굳이 코미디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수많은 콘텐츠를 통해 웃음을 찾을 수 있죠.”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 [사진=SBS 제공]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 [사진=SBS 제공]

◆ 개그 프로그램에만 엄격한 ‘도덕적 잣대’, 일부 시청자들의 ‘과 몰입’

예측 불허 상황들을 약 한 시간 안에 담아내면서 안방극장에 유쾌함을 안기는 리얼리티, 관찰 예능과 달리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다소 짧은 시간과 미리 짜인 대본을 통해 진행된다. 스튜디오 현장을 찾은 관객들과 함께 하는 오픈형 콩트라면 사전 합의도 필수로 이뤄진다.

하지만 안방극장에서 이를 지켜보는 일부 시청자들은 “정도가 지나친 거 아니냐.”면서 종종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곤 한다. 인기와 화제성이 높은 프로그램일수록 일명 ‘불편러’ 또한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 방송 관계자 J 씨는 “가끔 다수 희극인들은 어느 한 명에게 핀잔을 주거나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를 만들며 재미를 극대화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한 명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코미디 프로그램의 남다른 고충을 지적했다.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는 말처럼 개그는 현실과 다른 관점으로 봐야하는데 사소한 소재들에 ‘불편하다’, ‘희화화한다’고 말하는 시청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애초 ‘빡구’나 ‘옥동자’ 캐릭터들이 등장하면 안 됐다. 물론 시대가 변하면서 판이하게 달라지는 비판을 받아들여야하긴 하지만 유독 코미디 프로그램에만 잣대가 엄격한 것 같다.”

 

'개그콘서트' 옥동자 정종철 [사진=KBS 2TV ‘개그콘서트’ 제공]
'개그콘서트' 옥동자 정종철 [사진=KBS 2TV ‘개그콘서트’ 제공]

실제로 ‘개그콘서트’에서 “얼굴도 못생긴 것들이 잘난 척하기는”이라며 외모지상주의를 비웃었던 ‘옥동자’ 정종철은 되레 ‘잘생기고 예쁜 비주얼을 더욱더 우월시하는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J 씨는 “오히려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건 뷰티프로그램과 기형적으로 마른 아이돌”이라면서 희극인과 아이돌의 팬덤 차이를 또 다른 이유로 꼽았다.

“유명 아이돌 멤버가 논란을 빚으면 비판 받기도 하지만 팬클럽이 무조건 옹호 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하지만 공개 코미디 중 논란이 생기면 해당 희극인을 적극적으로 감싸주는 팬덤은 적어요. 때문에 예전과 같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개그 소재를 찾을 수 없죠.”

◆ 신인 개그맨들의 설 자리 無→신선한 개그 역시 無 ‘악순환의 고리’

한 드라마 혹은 영화 인기가 많아질수록 배우의 이름보다 극중 캐릭터 이름이 더 유명해지는 경우처럼 공개 코미디도 희극인이 선보이는 역할 이름이 본명보다 더 큰 화제를 모으곤 한다. 특히 신인 코미디언에게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떨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유행어와 특유의 행동 만들기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우후죽순으로 생기기는커녕,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오히려 자취를 감추면서 신인 개그맨들의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민MC’ 유재석 또한 한 프로그램에서 “신인들이 설자리가 부족하다”며 현 방송가의 세태에 씁쓸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유재석 [사진=스포츠Q(큐) DB]
유재석 [사진=스포츠Q(큐) DB]

한 방송 관계자 K 씨는 “신인들을 발굴하는 제작진도 없다. 프로그램 측에서는 도박일 수도 있다. 동일한 제작비가 투자된다면 신인보다는 유명 개그맨을 기용해 안정성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분명 개그감이 뛰어난 희극인은 많은데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줄어들고 있고, 시청자들이 봐주지 않기 때문에 희극인들은 더 배고파지고, 재밌는 개그 역시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 같은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K 씨는 “방송사에서 희극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야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면서 “시청률에 따라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경우는 없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시청률이 떨어질수록 프로그램 존폐를 고려해야 되는 게 방송국 입장에서는 당연한 과정일 수 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수신료를 받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지원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영 방송’이라고 할지라도 방송국은 사회적 책임이 있는 기업이지 않는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폐지 이유가 ‘시청률 감소’라면 희극인들의 기회를 뺏는 거나 다름없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젊은 시청자들의 웃음 코드가 바뀌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미리 짜인 각본에 의한 웃음보다는 각본 없는 자연스런 웃음코드에 더 뜨겁게 반응한다는 것.

어쨌든 대중들의 입에 매일같이 오르락내리락하며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옛 영광을 다시 찾기 위해선 방송사와 개그맨 그리고 안방 시청자들의 발상의 전환과 각고의 노력, 그리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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