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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웅-석진욱-장병철 아직 '적'이 어색한 '절친s', 바라보는 가빈 [V리그 미디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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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웅-석진욱-장병철 아직 '적'이 어색한 '절친s', 바라보는 가빈 [V리그 미디어데이]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0.10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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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석진욱 안산 OK저축은행 감독과 장병철 수원 한국전력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최태웅 천안 현대캐피탈 감독까지 과거 대전 삼성화재 ‘왕조’를 건설했던 절친들이 대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에서 서로를 적으로 만나게 됐다.

10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9~2020 도드람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에 석진욱 감독과 장병철 감독, 최태웅 감독까지 44세 동갑내기 친구들이 각자의 팀을 이끄는 수장으로 참석해 새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아직 서로를 다른 팀으로 상대하는 게 어색한지 ‘초짜’ 라이벌의 향기를 풍기는 가운데 2009~2010시즌부터 3시즌 동안 삼성화재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던 특급 외국인선수 가빈(33·한국전력)이 이를 지켜보며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최태웅 감독이 5년차 감독으로서 신임 감독이 된 선수 시절 동료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사진=KOVO 제공]

최태웅, 석진욱, 장병철 세 사람은 1976년생으로 인하대 사범대학 중·고등학교를 함께 나온 동창이자 절친이다. 이후 신치용 진천선수촌장이 지휘봉을 잡았던 시절 삼성화재에서 V리그를 풍미했던 주역들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에서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선 최태웅 감독은 2015~2016시즌 감독으로 데뷔했으니 어느새 5년차 감독이 됐지만 석진욱 감독과 장병철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처음 사령탑에 올랐다. 미디어데이에선 ‘베테랑’ 최 감독이 석 감독과 장 감독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고, 두 사람이 이를 맞받아치는 설전이 연출됐다.  

석진욱 감독은 “친구는 친구고, 코트 위에선 다 이기고 싶다”고 했고, 장병철 감독 역시 “이렇게 나올줄 알았다. 석진욱, 최태웅에게 지고 싶지는 않다. 최소 4승 2패를 거두려고 계획 중”이라고 했다.

최태웅 감독은 오히려 한 발 빼며 여유를 보였다. “석진욱 감독이 술 마실 때 물귀신 작전을 펼치곤 하는데 미디어데이 때도 그런다”며 “좀 봐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석진욱 감독은 차분하게 '감독 선배' 최태웅 감독에게 주눅들지 않고 맞받아쳤다. [사진=KOVO 제공]

이재형 SBS스포츠 아나운서의 제안으로 폭로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다음은 여과 없이 세 사람이 아웅다웅 하며 나눈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온 내용이다.

(최태웅) 어렸을 때부터 어려운 것은 늘 나를 시켰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리더였으니까 (이번에도) 잘 따라올 거지?

(석진욱) 리더라면 끝까지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더라. 셋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참 재미가 없는 친구들이다. 배구 이야기할 때나 흥분하고 서로 욕도 잘 안한다.

(장병철) 배구에 있어서는 워낙 오래 호흡을 맞추면서 뭘 원하는지를 알았다. 기회가 된다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고, 앞으로도 우리 우정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많이 긴장한 듯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던 장병철 감독 역시 절친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사진=KOVO 제공]

장병철 감독이 영원한 우정을 희망하며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지만 최태웅 감독이 삐딱선을 탔다. 그러자 석진욱 감독도 이에 질세라 맞받아쳤다.

(최태웅) 난 그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내가 늘 앞장서야 했기 때문이다. 선수생활 은퇴 전 석진욱 감독이 OK저축은행에서 본인 밑으로 들어오라고 하더라.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석진욱) 최태웅 감독이 굉장히 자신감이 많다. 솔직히 말하면 레벨이 다르다고 본다. 항상 먼저 시작하고 잘 이끌었던 최태웅 감독이니 좋은 건 따라하려고 한다. 하지만 따라하지 말아야 겠다 싶은 게 하나 있다면 바로 멘트 욕심이다. 조금만 자제하면 정말 좋은 감독이다.

행사 내내 미디어의 관심이 세 동갑내기 감독에게 향했다. 이를 지켜본 가빈은 “삼성화재 시절 팀 최고참이 이제 감독이라고 하니 나도 나이가 많이 든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프로배구를 오래 지켜봐 온 팬들이라면 격세지감을 느낄 법한 현장이었다. 세 사람 역시 양복을 입고 서로를 적으로 마주치게 될 '아직은 어색한'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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