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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영준, 무명 좌완의 '미친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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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영준, 무명 좌완의 '미친 존재감'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9.10.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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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많이 이름을 알린 이, 단연 이영준(28·키움 히어로즈)이 아닐까 싶다.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프로야구) 최강팀을 가리는 무대라 10구단 팬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영준이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좌완 계투 이영준은 LG(엘지)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SK 와이번스와 플레이오프,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를 통틀어 단 한 점도 안 줬다. 6경기 3⅔이닝이지만 야구에서 경기 막판 얼마나 혼돈한 상황이 일어나는지를 고려한다면 평균자책점(방어율) 0 행진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올 가을야구에서 이영준이 처리한 타자들의 면면을 보자. 김현수, 카를로스 페게로, 오지환(이상 LG), 김재환, 오재일(이상 두산) 등 주전들이다. 연봉 2900만 원인 무명 원포인트 릴리프 앞에서 김현수(13억), 김재환(7억3000만) 등 2019 프리미어12에 나설 국가대표마저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완벽 자리매김한 키움 이영준. [사진=스포츠Q(큐) DB]

키움 전력분석원은 “이영준은 일단 구속이 나와 요긴하게 쓰고 있다”며 “게다가 패스트볼이 자연스럽게 커터성으로 휘어 왼손 타자들이 상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중계했던 이순철, 이승엽 SBS 해설위원도 공감한 대목이다. 이영준의 ‘내추럴 커터’성 바깥쪽 패스트볼에 김재환, 오재일이 애를 먹었다.

덕수고, 단국대 출신 이영준은 2014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2차 7라운드 전체 75순위로 KT 위즈에 입단했다. 그러나 2016년을 끝으로 방출됐다. 프로에서 통할만한 장점이 없었다. 패스트볼 구속은 130㎞대 중후반에 불과했다. 그러니 1군을 밟을 수 없었고 자신감이 떨어졌다. 다행히 좌완 수집에 열을 올린 넥센(키움 전신) 덕에 선수생명을 연장했다.

이영준의 세리머니. [사진=스포츠Q(큐) DB]

두 시즌 동안에도 빛을 보지 못했던 이영준이다. 페넌트레이스 288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단 12차례 등판, 10⅓이닝만 책임졌다. 그러나 이영준은 성장하고 있었고 지난 5월 12일 신재영의 대체자로 엔트리에 진입했다. 2019년을 29경기 33⅓이닝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방어율) 2.97로 마쳤고 포스트시즌 명단에 들었다.

이젠 패전조가 아닌 이영준이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한국시리즈 5-3 리드 8회말 1사 1,3루에 이영준을 호출했다. 이영준은 스승의 기대에 완벽 부응했다. 김재환, 오재일을 연속 삼진 처리하자마자 폴짝 뛰면서 주먹까지 불끈 쥐었다. 키움이 9회말 역전패 당하지 않았다면 이날의 하이라이트로 손색없는 장면이었다.

키움이 KBO에 제출한 포스트시즌 명단에서 이영준은 예진원(2700만)을 제외하면 가장 연봉이 낮다. 그러나 존재감만큼은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이젠 키움 팬 아니라도 이영준을 인지한다. 빠른공 던지는 수준급 불펜이라고, 키움이 강한 건 이영준 같은 선수가 있어서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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