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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수트라이커'로 빛난 '서울 극장' 조연 이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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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수트라이커'로 빛난 '서울 극장' 조연 이웅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5.0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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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이적·김진규 부상 공백 속 중앙수비수 부각…ACL 6차전서는 천금 동점골까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이웅희(27)가 FC 서울의 핵심 중앙 수비수로 거듭나고 있다. 이젠 이웅희가 없는 서울의 수비진은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다. 위기의 순간엔 골까지 폭발하면서 공격 부진에 악전고투하는 팀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서울은 5일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H조 6차전 원정경기에서 3-2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수비수 이웅희는 전반 36분 고명진의 코너킥을 헤딩슛으로 연결해 1-1 동점골을 뽑아냈다. 비겨도 탈락하는 절체절명의 조별리그 마지막 승부에서 공격수 부진이 거듭되는 가운데 빛난 '수트라이커(수비수+스트라이커)' 골이었다.

서울이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아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이웅희의 존재감만큼은 확실하다. 김진규(30)까지 부상으로 10주 동안 나설 수 없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서울의 중앙 수비를 책임지고 있다.

▲ 이웅희가 5일 일본 가시마 사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가시마 앤틀러스와 AFC 챔피언스리그 6차전에서 동점골을 넣은 뒤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웅희가 현재 서울에서 맹활약하고 있지만 그는 철저한 '메이드 인 대전'이다. 대전중앙초와 봉산중, 유성생명과학고, 배재대까지 완전한 대전 토박이다. 초등학교 졸업 뒤 브라질 축구 유학을 1년 다녀온 적은 있어도 대전을 떠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웅희는 대학 졸업 뒤 2011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대전의 지명을 받았다. 배재대 시절부터 일대일 대인마크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182cm로 중앙 수비수로는 특출난 체격 조건을 갖추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전에 들어갈 때도 번외 지명이었다.

그러나 이웅희는 프로 데뷔 다섯 시즌만에 서울의 어엿한 핵심 중앙 수비수로 거듭났다.

◆ 조진호 감독에 의해 중앙 수비수로 개조되다

이웅희가 처음 대전에 들어갔을 때 보직은 수비보다 미드필더 쪽에 가까웠다. 심지어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는 대신 교체 투입되기도 했다.

첫 시즌인 2011년에는 공격과 측면 수비를 오갔고 두번째 시즌인 2012년 역시 미드필더, 공격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다.

그런 그가 중앙 수비수로 변신한 것은 조진호 감독의 역할이 컸다. 2013년 당시 감독대행이었던 조진호 감독은 얇은 선수층으로 험난한 K리그 클래식을 헤쳐나가기 위해 선수들에게 멀티 포지션 소화능력을 요구했고 측면 수비수였던 이웅희에게도 그것은 같았다.

이웅희는 일대일 대인마크 능력이 뛰어났기에 중앙 수비수로 제격이었다. 당시 대전은 시즌 초반 부진을 이겨내지 못하고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됐지만 조진호 감독대행은 '갓진호'라는 찬사를 받으며 기대감을 갖게 했고 이웅희도 성공적으로 중앙 수비수로 변신했다.

그의 중앙 수비 능력을 지켜본 것은 서울이었다. 서울은 지난해 1월 동북중고 출신 미드필더 이광진(24)을 내주고 이웅희를 데려왔다.

▲ 원래 측면 수비와 미드필더를 맡았던 이웅희는 대전에서 중앙 수비수로 변신했다. 이웅희는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빠른 스피드로 강력한 대인마크를 자랑한다. 사진은 지난해 K리그 클래식 성남FC와 경기에서 볼다툼을 하고 있는 이웅희. [사진=스포츠Q DB]

이웅희는 서울 이적 후 최용수 감독의 스리백 라인업의 중심이 됐다. 중앙과 측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수비수여서 활용도가 높았다. 브라질 월드컵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3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김진규, 오스마르(27), 김주영(27·상하이 상강) 등 주전들이 부상이거나 경고 누적이었을 때 빈자리를 채우며 최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올 시즌 다시 서울이 포백을 전환하는데도 이웅희의 역할은 매우 컸다. 최용수 감독이 아낌없이 대표팀 중앙수비수인 김주영을 중국리그 상하이 상강으로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이웅희에 대한 신뢰가 강했기 때문이었다.

◆ 100m 11초대 주파, 국내에 흔치 않은 빠른 중앙 수비수

보통 중앙 수비수라고 하면 빠른 스피드보다 강력한 대인마크와 몸싸움 능력이 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 공격수를 막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능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는 빠르기까지 하다. 182cm, 78kg로 특출날 것이 없는 체격조건이긴 하지만 이를 스피드로 상쇄한다. 100m를 11초대에 주파한다. 측면 수비수와 미드필더, 심지어 공격 일선까지 나섰던 그이기에 중앙 수비수로서는 흔치 않은 빠른 스피드를 갖출 수 있게 됐다.

또 골 냄새도 잘 맡는다. K리그 클래식에서는 아직 4골 2도움밖에 없고 서울 이적후에는 1도움에 그치고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서 소속팀을 위해 2골을 넣었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FA)컵 인천과 3라운드에서는 2-2 동점이던 연장 후반에 귀중한 결승골을 넣었다. 또 다른 한 골은 바로 5일 AFC 챔피언스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나왔다.

▲ 이웅희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대전에서 나온 대전토박이다. K리그 데뷔도 대전에서 했다. 대전에서 조진호 감독에 의해 중앙 수비수로 변신한 이웅희는 이제 서울의 중앙 수비를 지킨다. 사진은 지난달 4월 대전과 올시즌 첫 맞대결에서 볼을 걷어내고 있는 이웅희(왼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 경기에서 이겨야만 자력으로 16강에 나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전반 이른 시간에 실점하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지만 이를 걷어낸 것이 바로 이웅희의 동점골이었다. 고명진이 올려준 코너킥을 이웅희가 상대 몸싸움을 이겨내며 정확하게 머리로 받아 넣었다.

가시마전에서 상대 공격수에게 자주 공간을 허용해  2골을 내주며 수비에서는 만족할 수 없는 플레이를 보여줬지만 이를 공격에서 만회하면서 종료직전 몰리나의 역전 결승골로 16강에 극적으로 진출하는데 교두보 역할을 했다. '서울 극장'에서 또 하나의 조연으로 탄생한 이웅희다.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로 서울로서도 부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반전의 발판을 놨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의 상황은 어둡기만 하다.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격수는 거의 없고 설상가상 공격이 안풀릴 때 골을 넣는 수트라이커 김진규도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으로 10주 진단을 받고 전력에서 이탈했다. 오스마르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기 때문에 중앙 수비수로 내려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래도 서울은 반전을 자신한다. 이웅희가 든든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용수 감독은 지난 시즌 이웅희를 두고 "좋은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시즌 중반부터 적극 기용하기 시작하면서 서울의 중추 수비수로 자라났다. 대전에서 자라나고 키워진 이웅희가 이젠 서울에서 대형 수비수로 성장하고 있다.

▲ 이웅희는 지난해 대전에서 서울로 이적한 뒤 김주영, 김진규와 함께 스리백 수비를 맡았다. 김주영이 중국리그로 이적한 뒤에는 김진규와 중앙 수비를 지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수원 삼성과 경기에서 공중볼 다툼을 하고 있는 이웅희(오른쪽).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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