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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V6' 두산베어스, 김태형호는 어떻게 미라클 완성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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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V6' 두산베어스, 김태형호는 어떻게 미라클 완성했나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0.26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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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기자] 역시 ‘미라클’ 두산 베어스였다. 4전 전승을 하고도 이토록 짜릿한 경기를 연출할 수 있는 건 두산이 아니면 상상하기 힘들었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도 지난 2년 마지막에 웃지 못했던 두산은 삼수 끝에 결국 6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김태형(52)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1-9 승리, 스윕승으로 2019년 프로야구의 최강자로 등극했다.

 

두산 베어스가 26일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승리, 우승을 확정한 뒤 김태형 감독(위)을 헹가래 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우승후보로 손꼽혔지만 예년과 같은 강력함은 부족했다. 광복절까지 선두 SK 와이번스에 9경기 뒤진 3위였다.

믿을 수 없는 상승세와 SK의 부진이 겹치며 정규 시즌 최종전을 맞은 두산. 마지막까지 화려했다. 올 시즌 두산의 주인 안방마님으로 거듭난 박세혁(29)의 끝내기 안타로 승률에서 동률을 이룬 SK에 상대전적 우위로 한국시리즈 직행티켓을 따냈다.

그리고 나선 한국시리즈. 상대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막강한 전력을 자랑한 키움 히어로즈였지만 두산은 LG 트윈스, SK와는 또 달랐다. 매 경기 치열했지만 결국 웃은 건 두산이었고 4차전에도 5점 차 열세를 뒤집고 5시간에 이르는 연장 혈투 끝에 끝내 우승 축포를 터뜨렸다.

두산의 ‘미라클’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포수 박세혁(왼쪽)은 올 시즌 양의지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고 조쉬 린드블럼은 최고 투수 반열에 오르는 활약을 펼쳤다.

 

◆ ‘전력 유출-줄 부상-컨디션 난조’ 잠재운 선봉장 박세혁-페르난데스-린드블럼

2019년 두산은 여전히 우승 전력으로 손꼽혔지만 그 힘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FA(자유계약) 선수로 4년 125억 원에 NC 다이노스로 떠난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32) 공백 때문이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최주환은 부상으로 87경기만 소화했고 세스 후랭코프와 이현승 등도 부상으로 이전과 같이 많은 기여를 하진 못했다. 오재원은 1할 대 타율로 시즌 내내 고전했다. 직전 시즌 MVP 김재환의 홈런은 44개에서 15개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박세혁 없이 상상하기 힘든 시즌이었다. 35년 만에 포수 타격왕에 오른 양의지를 완전히 대체할 순 없었지만 침착한 리드와 준수한 공격력, 양의지에겐 없었던 기동력까지 보였다.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는 포수로 믿겨지지 않는 활약이었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그는 김태형 감독 마음 속 MVP였다. 가을에도 활약은 이어졌고 타율 0.417(12타수 5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둘렀고 전승을 이끌며 그토록 원하던 ‘우승포수’가 됐다. 이젠 양의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가대표 포수로 활약을 이어간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1)는 두산의 또 다른 복덩이였다. 지난해 외국인 타자의 큰 도움을 받지 못했던 두산이지만 페르난데스는 ‘역대급’ 활약으로 아쉬움을 완벽히 털어줬다. 타율 0.344(2위) 맹타를 휘두른 그는 197안타로 최다안타 타이틀 홀더가 됐다. 지명타자로만 나섰음에도 그의 공헌도는 높디 높았다.

마운드에선 조쉬 린드블럼(32)이 돌격대장 역할을 맡았다. 30경기 194⅔이닝을 소화하며 20승 3패. 평균자책점(2.50) 1위는 놓쳤지만 다승, 탈삼진(189), 승률(0.870) 3관왕에 올랐다. 한국시리즈에서도 5이닝 1실점 호투하며 제 역할을 해냈다.

 

프로 3년차 이영하(왼쪽)는 다승 2위에 오르며 대표팀 투수가 됐고 최원준은 신인왕 후보로 꼽힐 법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 잠자는 곰 타선, ‘마운드 화수분’으로 극복

두산은 타격의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올 시즌은 달랐다. 부상과 부진 등이 겹쳤고 김재환의 침묵 속 홈런 개수가 확 줄었다. 지난해 1위였던 팀 홈런은 9위까지 내려앉았다.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마운드의 활약이었다. 그동안 타선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얼굴들이 활약하며 ‘화수분 야구’라는 별명을 얻은 두산이지만 올 시즌엔 마운드에서의 발굴된 원석들이 많았다.

이영하(22)가 으뜸별이었다. 프로 3년차, 풀타임 선발 역할은 처음이었는데 놀라운 상승세로 17승 4패 평균자책점(ERA) 3.64를 기록했다. 다승 공동 2위. 특히 9월 이후 4승 ERA 1.93으로 ‘미라클 두산’의 선봉장을 맡았고 가을에도 2선발의 특명을 받았다.

이적생 이형범(25)도 두산에서 꽃을 피웠다. 양의지의 보상선수로 두산의 유니폼을 입은 그는 시즌 초부터 승리조로 시작한 이형범은 6월 이후 마무리로 맹활약했다. 6승 3패 19세이브 10홀드 ERA 2.66. 한국시리즈서도 3경기 1홀드 무실점. 올해 5500만 원을 받은 그는 어느덧 억대 연봉자 대열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 2년차 최원준(25)도 올 시즌 히트작 중 하나다. 두산에 부족했던 ‘옆구리 투수’ 최원준은 1승 2패 1세이브 4홀드로 숫자상으론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34경기 54⅓이닝,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 마운드에 올라 제 몫을 다해냈다.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도 3회 2사 1,3루에서 등판해 아웃카운트 4개를 깔끔하게 잡아내며 대역전극의 발판을 놨다.

 

26일 오재원(가운데)이 적시타를 때려낸 뒤 기뻐하고 있다.

 

◆ 경험의 가치, 베테랑은 빛났다

최근 10년 2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가을야구를 경험했고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만큼 두산은 2010년대 최강팀이다. 이 시대를 경험하며 성장한 선수들의 가치는 두산이 진정 무서운 이유 중 하나다.

두산의 왼손 대표 투수 유희관(33)의 반등도 인상적이었다. 지난해 유희관은 ERA 6.70으로 10승을 챙기며 야구 팬들의 비아냥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올 시즌 11승 8패 ERA 3.25로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중 하나로 돌아왔다.

김승회(38)도 두산 팬들에겐 고마운 존재다. 2003년 두산에 입단한 14년차 김승회는 FA 보상선수로 2013~2015년 롯데, 2016년 SK에서 생활한 뒤 2017년 두산에 복귀했는데, 올 시즌 55경기 3승 3패 3세이브 7홀드 ERA 3.07로 맹활약했고 그가 자리를 비웠던 2015,2016년 두산이 연속 우승하는 바람에 없었던 우승 반지까지 이번엔 손에 낄 수 있게 됐다.

황혼기에 두산에서 다시 기회를 얻은 백전노장 배영수(38)와 권혁(36)도 빼놓을 수 없다. 필승조는 아니었지만 반등에 성공하며 팀 마운드에 힘을 보탰다. 

타선에선 주장 오재원(34) 효과가 컸다. 투지 넘치는 태도와 뛰어난 수비 등으로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두산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였지만 올해는 타율 0.164로 허덕였고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가을엔 달랐다. 명불허전 센스 넘치는 2루 수비는 물론이고 5할 타율(10타수 5안타)로 4차전 데일리 MVP까지 수상했다. 우승 직후 마이크를 잡은 오재원은 “너무 감사드린다. 평생 잊지 못할 하루다. 오늘만 바라보고 1년을 버텼다. 최선을 다해 다시 기회를 얻고 그만두는 날까지 후회없이 하겠다”며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두산 팬들의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10회초 이정후의 타구를 걷어내고 있는 정수빈.

 

◆ 가을야구는 수비시리즈, 차이 가른 건 수비였다

살아나지 못한 타격의 힘을 마운드로 메웠다면 그 뒤엔 물샐 틈 없는 수비가 있었다. 국가대표 키스톤 콤비 오재원과 김재호, 수비의 달인 정수빈이 구성하는 센터라인 안정감은 10개 구단 중 단연 최고였다. 뛰어난 센스의 1루수 오재일과 국가대표 3루수 허경민의 수비도 더 설명이 필요치 않았다. 빠른 발과 강한 어깨의 우익수 박건우, 타격 못지않은 수준급 수비 좌익수 김재환도 있었다.

두산은 올 시즌 83개의 실책을 범했다. 이 부문 최소 기록. 가을야구에 나선 키움(99개), SK(87개), LG(95개)와 비교해봐도 차이가 있었다.

가을야구에서 이 차이가 두드러졌다. 결정적인 몇 장면만 언급해도 이번 시리즈를 요약할 수 있다. 1차전 4회초 박건우는 무사 만루에서 나온 우익수 뜬공에 이은 홈송구로 발 빠른 3루 주자 이정후의 발을 묶었다. 이후 더블 플레이로 무실점 이닝을 가져가며 키움에 승기를 내주지 않았다.

끌려가던 2차전에서도 8회초 송성문의 짧은 번트를 병살 플레이로 연결하며 위기를 넘겼고 3차전에선 박건우의 강력한 송구로 2차례 실점을 막아낸 데 이어 박세혁의 노련한 송구까지 더해지며 키움의 반격 기회를 묶었다. 4차전에서도 두산은 오재원의 노련한 수비와 연장 10회초 이정후의 타구를 걷어내는 정수빈의 뛰어난 수비 등으로 키움을 좌절시켰다.

반면 키움은 1차전 9회말 끝내기 안타의 빌미를 제공한 김하성의 뜬공 수비 실책, 2차전 김혜성의 클러치 실책 등 불안한 수비로 시리즈를 그르쳤다. 단기전에서 수비가 얼마나 큰 차이로 나타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우승을 확정한 뒤 장정석 키움 감독(오른쪽)으로부터 축하를 받는 김태형 두산 감독. KBO 감독상 수상과 함께 300만 원을 받았다.

 

◆ 김태형은 운장? ‘신 명장’ 앞 보인 클래스

키움은 앞서 LG와 SK를 상대하며 위세를 떨쳤다. 핵심은 장정석 감독의 ‘벌떼야구’였다. 지략야구로 정평이 난 염경엽 SK 감독에 완승을 거둔 장 감독은 ‘명장’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두산을 만나선 작아졌다.

김태형 감독만큼 억울한 지도자도 또 없다. 감독 데뷔 후 5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킨 건 류중일 LG 감독(삼성 시절) 이후 처음 이뤄낸 대업이지만 적지 않은 팬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2차례 우승을 비롯한 성과 또한 ‘선수덕’으로 치부하며 그를 ‘운장’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올 시즌 성과는 이러한 비판마저도 잠재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선수들의 잦은 부상과 부진 등으로 시즌을 치른 그다. 우승 확정 후 마이크를 잡은 그는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였다. 선수들이 샤워실에서 테이핑을 온몸에 감고 있는 걸 보고 샤워하러 갔다가 못 본 채하고 나온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선수단을 잘 추슬러 후반기 엄청난 상승세를 탈 수 있게 만들었고 기적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선수 시절부터 강력한 카리스마로 잘 알려진 김태형 감독은 권혁, 배영수 등 베테랑들을 부활시켰고 신구 조화를 이루며 팀 내 잡음이 생기지 않을 수 있도록 선수단 장악력도 보였다.

한국시리즈 매 경기 접전 상황에서도 모두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용찬의 과감한 마무리 기용, 박건우, 오재원 등 부진했던 선수들에 대한 굳은 믿음, 2차전 박세혁을 교체아웃시키는 과감한 등 덕분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재계약이 달려 있다. 우승해야 한다”고 특유의 농담을 던지며 “지난 2년 우승을 하지 못했다. 3번째 도전이기에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5년 동안 3차례, 두산에 6번째 우승을 안기며 미라클을 완성한 김태형 감독. 본인만 원한다면 두산과 함께 할 시간은 더욱 길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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