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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피곤해도 GO', 김광현 조상우가 말하는 대체불가 존재감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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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피곤해도 GO', 김광현 조상우가 말하는 대체불가 존재감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1.08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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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우리나라 최고 포수.”(김광현)

“던지라는 대로 던졌다.”(조상우)

KBO리그 2번째 포수 타격왕을 차지한 양의지(32·NC 다이노스)를 바라보는 국내 최고 투수들의 시선이다. 양의지가 대체불가 존재감을 뽐내는 건 단순히 타격 능력에만 그치지 않았다.

영리함. 양의지를 평가할 때 가장 자주 언급되는 표현이다. 푸근한 인상 등 겉모습 때문에 ‘양줌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또 다른 수식어 ‘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표현은 그가 얼마나 뛰어난 BQ(야구지능)을 자랑하는지를 방증한다.

 

7일 캐나다와 서울라운드 2차전을 마치고 마무리 투수 조상우(왼쪽)과 포수 양의지가 활짝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슈퍼라운드 진출을 확정한 한국의 앞선 2경기에서도 이 같은 영리함을 잘 읽어낼 수 있었다. 한국은 1경기 통틀어 1실점했는데 포수 마스크를 쓴 양의지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1차전에선 구심의 넓은 스트라이크 존을 활용해 양현종에게 철저히 속구와 체인지업 위주 피칭을 펼치도록 했다. 양현종은 6회까지 67구만 던지는 효율적인 피칭으로 10탈삼진 무실점, 승리 투수가 됐다.

2차전에서도 양의지의 노련한 리드는 이어졌다. 선발 투수 김광현 또한 6이닝 동안 77구 1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큰 위기 한 번 없었다.

변화구에 약점이 있다는 전력분석을 통해 김광현은 이날 속구와 슬라이더를 1대1 비율로 28구씩 던졌다. 그러나 1회엔 속구 위주 피칭을 펼쳤다. 이 또한 철저히 계산 된 것이었다. 김광현은 “속구로 많이 승부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다. 초반엔 힘이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나 1회 전력 투구로 인해 흔들릴 뻔 했다. “2,3,4회 체력이 떨어지기도 했는데 (양)의지 형이 리드를 잘 해줘서 6회까지 잘 마칠 수 있었다”고 호투의 공을 양의지에게 돌렸다.

결정적인 순간 던진 커브도 인상적이었다. 투피치 위주로 던진 김광현이지만 상대가 예상치 못한 커브(9구)로 타이밍을 빼앗으며 자신의 임무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김광현(가운데)은 양의지에 대해 "의지 형은 우리나라 최고의 포수"라며 두터운 믿음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김광현은 “의지 형은 우리나라 최고의 포수다. 안 믿을래야 안 믿을 수 없다. 100% 신뢰하고 던졌다”며 “오늘도 70개 후반 던졌는데 2개 정도 고개를 흔들었다. 그만큼 신뢰하고 있고 믿고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던질 것”

팀이 2-1로 쫓긴 8회 1사 2루에서 등판한 조상우의 호투 또한 양의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상우는 느린 변화구로 카운트를 늘린 뒤 152,153㎞ 속구로 연속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조상우는 양의지에 대해 “편하게 던지라고 말씀하셨다. (홈플레이트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하다”며 “타자보다는 사인만 보고 던진다. 어차피 속구와 슬라이더 두 가지만 던지기 때문에 의지 형이 사인을 내는대로만 정확하고 자신 있게 던지려고 한다”고 호투의 비결을 풀어놨다.

8일 오후 7시부터 열리는 쿠바와 서울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만난 양의지는 전날 상황에 대해 돌아봤다. 2회 심판이 부상으로 교체된 상황에 대해 “전날과 같은 심판이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김광현이 “야구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황했다”고 말한 것과 차이를 보이는 답변. 왜 투수들이 양의지를 믿을 수밖에 없는지가 잘 나타나는 대목이다.

 

타석에선 8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음에도 주전포수로 출전할 수 있는 건 양의지가 얼마나 큰 몫을 차지하는지 잘 보여준다. [사진=연합뉴스]

 

8회 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홈런 맞으면 역전 당하니 장타를 안 맞도록 바깥쪽 속구와 변화구 위주로 요구했던 게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며 “타자로 조상우 만나면 힘들었는데, 워낙 공이 좋으니까 자신 있게 던지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복기했다. 조상우는 사인대로 던졌고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슈퍼라운드 진출은 확정했지만 이날 승리하면 상위 라운드에서 다시 맞붙을 수 있는 까다로운 상대 쿠바를 탈락시킬 수 있다. 선발 투수는 잠수함 박종훈. 양의지는 “타자보다는 종훈이가 갖고 있는 속구 커브 두 구종을 통해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해서 카운트를 잡고 변화구 등으로 잡아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믿음직한 대표팀 주전 포수. 그러나 피로감이 적지 않다. 양의지는 “우승포수(박세혁)이 있는데 왜 나만 쓰는지 모르겠다”고 농담조의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다른 걸 생각하기보다는 승리해서 올라가는 것만 생각하겠다”고 경기에 나서는 각오를 내비쳤다.

타격왕 양의지는 타석에선 8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 누구도 이 부분에 걱정을 나타내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양의지가 대표팀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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