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1-14 02:15 (목)
'총체적 난국' 에메리, 아스널은 무엇이 문제인가?
상태바
'총체적 난국' 에메리, 아스널은 무엇이 문제인가?
  • 김대식 명예기자
  • 승인 2019.11.08 1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대식 명예기자] ‘A+!’

영국 ‘스카이스포츠’가 지난 여름 이적시장이 끝난 뒤 아스널을 평가했을 때 내린 점수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스널 팬들은 우나이 에메리 감독 체제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목표를 향해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실제로 아스널은 니콜라스 페페, 키어런 티어니, 다비드 루이즈를 영입했으며 레알 마드리드에서 다비 세바요스를 임대로 데려왔다. 필요한 포지션에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며 분명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기 충분할 만큼 좋은 결과물을 얻어냈다.

최근 경질설이 나돌고 있는 아스널 에메리 감독 [출처=아스널 공식 SNS]
최근 경질설이 나돌고 있는 아스널 에메리 감독 [출처=아스널 공식 SNS]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아스널의 요즘 행보를 보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하기 힘든 상황이다. 현지 언론들은 연이어 아스널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들을 쏟아내며 비판하고 있다. 아스널 여름 이적시장 성적표를 A+로 평가한 ‘스카이스포츠’는 10라운드까지의 아스널 성적을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가장 낮은 D로 혹평했다.

사실 현재의 성적만 놓고 보면 아직 아스널의 시즌 목적인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EPL은 4위까지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데, 아스널은 5위로 4위 첼시와 승점 6밖에 차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메리 감독은 EPL에 있는 20명 감독 중 경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감독 중에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대다수 아스널 팬들이 ‘에메리 OUT’을 외칠 정도로 팬들의 지지를 잃었다. 팬들이 등을 돌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전 주장 그라니트 자카와 메수트 외질 기용을 둘러싼 문제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제일 큰 문제는 역시 ‘경기력’이다.

◆ 전술의 ‘핵심’ 윙백 문제

현재 아스널 경기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에메리 감독의 전술과 18/19시즌 리그 3라운드부터 9라운드까지 7연승을 달릴 때 아스널 전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에메리 감독은 공격 시 측면 활용을 강조하는데, 전술 핵심이 되는 포지션은 윙백이다.

18/19시즌 연승행진 당시 아스널 선발 명단
18/19시즌 연승행진 당시 아스널 선발 명단

에메리 감독은 공격 시 2선 자원들에게 중앙으로 침투할 것을 요구한다. 공격 자원들이 중앙에 밀집하면서 측면 공간을 만들어주고 그 공간을 윙백들이 공략하며 측면 기회를 만들어내는 형태를 원한다. 또한 윙백들은 후방 빌드업에도 직접적으로 관여, 공을 전진시키는 역할도 맡게 된다. 에메리 감독이 원하는 윙백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던 자원들이 바로 나초 몬레알과 엑토르 베예린이었다. 몬레알-베예린은 공격에선 속도를, 수비에선 안정성을 보여주며 지난 시즌 7연승 견인차의 핵심 중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측면 공간을 윙백에게 맡기는 에메리 감독의 전술
측면 공간을 윙백에게 맡기는 에메리 감독의 전술

하지만 몬레알과 베예린 모두 장기 부상을 당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두 선수가 전력에서 이탈한 시점부터 아스널 경기력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에메리 감독은 세아드 콜라시나츠, 에인슬리 메잇랜드-나일스를 대체자로 내세웠지만 이들은 몬레알과 베예린을 대체하지 못했다. 결국 몬레알과 베예린의 이탈은 에메리 감독에게 창과 방패를 모두 빼앗아간 셈이 된 것이다.

콜라시나츠와 나일스는 수비와 빌드업에서 제일 중요한 안정성에서 굉장히 문제가 됐고, 가뜩이나 불안한 아스널 수비는 더욱 흔들렸다. 이처럼 후방이 불안해지자 팀 전체가 흔들렸다. 중앙 미드필더로 중용되는 자카와 마테오 귀엥두지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셀틱에서 영입된 티어니가 좌측에서 빠르게 적응해가고 있고 베예린이 장기부상에서 복귀했다는 점이다. 티어니-베예린 라인이 정상적으로 가동된다면 이는 분명 에메리 감독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

◆ 체계를 상실한 수비와 압박

두 번째 문제는 수비와 압박 시스템이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위대한 선수 한 명을 가진 팀보다 제대로 조직된 한 팀이 더욱 강팀이라는 평가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에메리 감독이 아스널을 ‘원 팀’으로 만들기 위해 강조하는 시스템이 바로 ‘좁은 간격’이다. 지난 시즌 아스날 초반 연승행진은 바로 좁은 간격에서 비롯된 빠른 공수 전환이었다.

하지만 지금 아스널은 압박도, 수비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가장 극심하게 드러난 경기가 지난 5라운드 왓포드와의 경기였다. 공격수들의 1차적인 압박이 부실해지면서 미드필더들이 대신 압박을 나서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좁은 간격’이 형성되지 않으면서 당시 리그 꼴등이었던 왓포드에게 31개나 슈팅을 허용하는 최악의 수비력을 보여줬다.

태도논란으로 최근 주장직에서 박탈당한 자카 [사진제공=연합뉴스]
태도논란으로 최근 주장직에서 박탈당한 자카 [사진제공=연합뉴스]

공수 간격이 벌어지면서 아스널은 측면 수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특히 좌측 수비가 허술해진다. 앞서 언급했듯 에메리 감독 전술에서 윙백들은 굉장히 높은 위치까지 전진하게 된다. 그럴 경우 당연히 그 공간을 수비하기 위한 장치가 미리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1차 수비를 맞아야할 세바요스는 공수 전환에 강점이 있는 선수가 아니다. 게다가 자카와 다비드 루이즈는 수비 범위가 넓어지면 약점을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즉 윙백이 전진하면서 생기는 공간을 수비할 장치가 구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아스널은 상대팀에 공간을 많이 내주면서 수비가 약해졌는데, 통계적 지표가 허술해진 수비를 증명하고 있다.

공수 전환 시에 문제가 되는 아스널 좌측 수비
공수 전환 시에 문제가 되는 아스널 좌측 수비

아스널은 현재 경기당 슈팅 16.2개를 허용하며 리그에서 4번째로 많이 허용하고 있다. 슈팅 허용 수치에서도, 4위를 목표로 하는 팀으로선 어울리지 않는 지표를 보여주는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비에서 중요한 태클 성공률(60%→54%)과 가로채기 숫자(경기당 10.9개→7.8개)마저 지난 시즌에 비해 하락했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에도 문제점으로 꼽힌 수비가 이번 시즌 들어서 더욱 나빠졌기 때문에 경기력이 개선될 리가 없다.

◆ 공격은 오바메양 ‘원맨 팀?’

현재 아스널 에이스가 피에르 오바메양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문제는 오바베양에게 너무 의존한 공격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롭게 아스널 공격을 이끌고 있는 오바메양 [출처=아스널 공식 SNS]
외롭게 아스널 공격을 이끌고 있는 오바메양 [출처=아스널 공식 SNS]

오바메양(22득점)과 알렉상드르 라카제트(13득점)는 지난 시즌 아스널이 리그에서 득점한 73골의 절반에 가까운 35득점을 합작했다. 두 공격수가 팀 득점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존도가 심각한 수준인데, 이번 시즌 들어서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오바메양이 아스널이 기록한 16골 중 8골을 득점하면서 혼자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영혼의 파트너’ 라카제트가 부상으로 꾸준히 출장을 못했다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아스널 역사상 최고 이적료로 영입한 페페가 아직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세바요스의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도 없다. 어느 팀이나 에이스 부재는 치명적일 수 있겠으나 아스널에는 더욱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또한 아스널은 점유율도 떨어졌다. 19/20시즌 현재 경기당 497개 패스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 수치는 2010년 530개 이후 최저치다. 물론 점유율이 낮아지는 현상은 경기 결과와 바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만큼 슈팅 기회를 만들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축구의 대명사로 알려진, ‘벵거볼’을 만든 아르센 벵거의 축구에 익숙한 아스널 팬들로선 점유율이 낮아지는 모습이 분명 익숙지 않을 것이다. 이런 낯선 경기 운영에 좋지 못한 경기력까지 더해지자 팬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향후 경기력이 개선되지 못한다면 아스널에서 ‘에메리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듯싶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