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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사이영상 1위표 획득, 휘커 "그래서 디그롬이 못 받았냐" 상반된 투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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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사이영상 1위표 획득, 휘커 "그래서 디그롬이 못 받았냐" 상반된 투표 이유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1.14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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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LA 다저스 류현진(32)이 아시아 야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매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 투표에서 1위표를 얻는 쾌거를 이뤄냈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가 발표한 MLB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결과 전체 30명의 기자단 투표에서 1위표 1장, 2위표 10장, 3위표 8장, 4위표 7장, 5위표 3장을 얻어 88점으로 2위에 등극했다. 영예의 수상자는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이었다.

2위에 오른 것만큼이나 1위표를 얻어낸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매우 크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2019 사이영상 투표에서 1위표 한 장 등 총 88점을 획득, 제이크 디그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사진=USA투데이/연합뉴스]

 

잘 나가던 류현진은 2014시즌 이후 왼쪽 어깨 관절 수술을 받았고 거의 2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2017년 성공적 복귀라는 평가를 받고 지난해 잦은 부상 속에서도 평균자책점(방어율, ERA) 1.97로 데뷔 이래 가장 뛰어난 성적을 냈지만 이는 올 시즌을 위한 예고편에 불과했다.

올 시즌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클레이튼 커쇼를 대신해 개막전 선발로 나섰던 류현진은 이후 팀의 1선발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29경기에서 182⅔이닝을 소화하며 14승 5패 방어율 2.32. 아시아 선수 최초로 ERA 1위로 시즌을 마쳤다.

8월 중순부터 치른 4경기에서 19이닝 동안 21실점하며 크게 흔들리면서도 얻어낸 값진 타이틀이다. 이 전까지 류현진의 ERA는 1.45로 MLB 역대 2위에 오를 만큼 뛰어난 성적이었다. 이 때 부진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사이영상 수상도 노려볼만 했기에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성과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디그롬은 32경기 204이닝 동안 11승 8패 ERA 2.43 탈삼진 255개, 3위 슈어저는 27경기 172⅓이닝 11승 7패 ERA 2.92 243탈삼진을 기록했다.

디그롬의 2년 연속 수상이 예상된 가운데 류현진은 3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류현진은 디그롬의 만장일치 수상을 막아내는 1위표 한 장의 주인공이 되며 슈어저를 제치고 2위로 우뚝 섰다.

 

류현진은 아시아 최초 1위표를 획득하며 사이영상 투표 2위를 차지했다. [사진=BBAWAA 홈페이지 캡처]

 

류현진에게 아시아 최초 1위표의 영예를 안겨준 이는 LA 담당 마크 휘커 서던 캘리포니아 뉴스그룹 기자였다. 휘커는 2위표를 디그롬에게 던졌고 3~5위표는 잭 플래허티(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커비 예이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에게 투표했다.

휘커는 이날 트위터를 통한 질문에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포스트시즌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슈어저가 순위 밖으로 밀려난 것에 대해 항의하는 듯한 의견에는 “이건 포스트시즌 시상식이 아니고 정규시즌에 대한 것이다. 그게 룰”이라고 답했고 “당신은 디그롬을 망쳤다”는 트윗엔 “그래서 그가 수상하지 못했나?”라고 반문했다.

디그롬의 만장일치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디그롬이 많은 이닝과 류현진(163탈삼진)에 비해 압도적인 탈삼진 능력을 보이기는 했지만 전통적 지표인 승수와 방어율에서도 우위를 보이지 못했다면 이같은 투표를 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디그롬을 왜 뽑지 않았느냐는 항의성 질문엔 “나도 디그롬이 더 낫다는 걸 알지만 다저스 팬으로서 류현진에게 투표했다”며 또 다른 글에선 “메츠를 싫어하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도 답해 팬들을 디그롬의 팬들을 자극하기도 했지만 이는 휘커와 유사한 아이디를 사용한 사칭계정의 트윗이었다.

 

마크 휘커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류현진에게 1위표를 행사한 뒤 "다저스의 팬이고 메츠를 싫어해 류현진을 뽑았다"고 밝혀 디그롬 팬들의 공분을 샀지만 자세히 보면 위의 계정 아이디와 아래 답글의 아이디의 철자가 숫자 '0'과 영문 'O'로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진=마크 휘커 트위터 캡처]

 

객관적 기록들이 있지만 누가 최고의 투수인지를 가리는 기준은 모두 다를 수 있다. 휘커와 정반대 사례도 있다. 밀워키 담당 로버트 머레이 더애슬레틱 기자는 5위표까지도 류현진에게 행사하지 않았다. 그는 1위표를 디그롬에게, 2~5위표는 스트라스버그, 슈어저, 워커 뷸러(LA 다저스), 플래허티에게 행사했다.

슈어저는 류현진에 비해 뛰어난 탈삼진(243개) 능력, 스트라스버그는 압도적인 이닝소화력(209이닝)과 다승(18승)과 탈삼진(251개), 플래허티 또한 이닝(196⅓이닝)과 탈삼진(231개)에서 류현진에게 우위가 있어 납득할 만하지만 탈삼진(215개)을 빼놓고는 류현진을 크게 앞서지 못한 뷸러보다도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슈어저(72점)가 3위, 플래허티(69점)는 4위를 차지한 반면 뷸러는 머레이에게 받은 4위표 1장으로 2점을 얻어 전체 9위에 머물렀다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반면 최종 3인에 들었던 슈어저를 택하지 않은 기자도 3명이 있었다. 이들은 디그롬과 류현진을 비롯해 소니 그레이(신시내티 레즈)와 마이크 소로카(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예이츠 등을 더 높게 평가했다. 그레이와 소로카는 슈어저와 달리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소화했고 ERA에서도 앞섰다. 예이츠는 마무리 투수로 내셔널리그 구원왕에 올랐기에 그 가치를 인정받을만 했다.

아시아 투수로 사이영상 후보에 오른 선수들은 류현진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 당시 텍사스 레인저스)와 2006년 왕첸밍(당시 뉴욕 양키스)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올랐다. 다만 둘은 모두 1위표는 얻지 못했다. 2019년 11월 14일은 류현진이 아시아 야구 최초의 역사로 기록된 날이 됐다.

류현진은 14일 오후 4시 5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20승을 목표로 내걸었던 류현진은 그에 버금가는 성과를 거두며 뜨거운 환영 속에 다시 고국을 찾아 휴식과 함께 바쁜 일정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아메리칸리그에선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애스트로스)가 1위표 17장과 2위표 13장을 얻어 171득점, 팀 동료 게릿 콜(159점·1위표 13장 2위표 17장)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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