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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김승현 우지원 단순 말실수? 농구계 그릇된 의식 돌아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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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김승현 우지원 단순 말실수? 농구계 그릇된 의식 돌아볼 때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2.03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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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건 팬과 선수 모두의 잘못이다. 그날만큼은 아이의 부모님이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게 뒤에서 잡아줬다면 어땠을까.”

지난달 23일 전주 KCC는 안방에서 안양 KGC인삼공사에 64-90 대패했다. 문제는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었다. 하이파이브를 요청하는 어린 팬들을 무시하고 그냥 지나쳐 간 선수들의 태도 때문이었다.

KCC는 어설프게나마 사과문을 냈지만 김승현(41), 우지원(46)이 자신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내놓은 발언이 다시금 논란의 불을 붙였다.

 

김승현 스포티비 농구 해설위원이 지난달 29일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논란이 되는 발언으로 사과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프로는 팬이 있기에 존재한다. 팬이 없는 프로는 생존할 수 없다. 프로스포츠에서 팬 서비스가 강조되는 이유다.

그러나 KCC 선수단은 이러한 기본 정신을 새까맣게 잊은 듯 했다. 그 많은 선수들 중 라건아와 한정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모른 채 지나쳤다.

KCC는 하루 만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이 또한 논란을 키웠다. 팬을 무시하거나 외면한 것이 아니라 어린이 팬이 뻗은 손을 보지 못한 선수들도 있었다는 것. 사과가 우선시 돼야 할 상황에서 변명에 급급한 것처럼 보였다.

그나마 이후 어린이 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 팬과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했고 사과의 말을 전했다고 밝히며 달라질 것을 다짐했다.

하지만 한국 농구의 대들보로 활약해온 김승현과 우지원은 가라앉으려던 논란을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지난달 29일 EBS 팟캐스트 ‘김승현 우지원의 농구농구’를 통해 이 주제를 다뤘는데, 스포티비에서 농구 해설위원으로 활약하고 있기도 한 김승현은 “NBA를 즐겨보는 보는 사람으로서 아이들이 요청한다고 해서 모든 선수가 다 해주진 않는다. 이건 팬과 선수 모두의 잘못”이라며 “만약 그때처럼 점수 차이가 거의 30점 넘게 지게 되면 선수들이 의욕도 상실되고 굉장히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전주 KCC 홈경기를 찾은 한 소녀팬이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선수들에게 하이파이브를 요청했지만 외면을 받고 있다. [사진=MBC 엠빅뉴스 캡처]

 

그러면서 “그날 만큼은 아이의 부모님이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게 뒤에서 잡아줬다면 어땠을까”라며 “영상을 자세히 보셨다면 여자 아이가 손만 내밀었지 손만 내밀었지 아무런 말도, 제스처도 없었다. ‘하이파이브 해주세요’라고 말했다면 안 해줄 선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보탰다.

김승현은 다시 한 번 선수들과 팬들의 잘못임을 강조하며 “100% 선수들의 잘못이라고만 보는데 대패를 당한 상황에서 기분과 분위기가 안 좋은데 하이파이브를 라건아나 한정원은 볼 수 있었다“고 구단의 변명에 힘을 싣는 말까지 더했다.

농구 팬들은 분노했다. 특히 화려한 패스플레이로 많은 농구 팬들을 보유한 김승현의 발언이기에 배신감은 더욱 컸다. 황당한 발언에 “이러니 농구가 인기가 없지”, “개그를 해라” 등 조소가 잇따랐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제작진은 사과 방송을 예고했고 5일 0시로 예정된 방송 업로드를 이틀 앞당겨 이날 0시에 올렸다. 

김승현과 우지원은 방송 초반 댓글들 따가운 질책에 마음이 무거운 주말을 보냈다며 “다시 한 번 들으면서 좀 섣불리 판단을 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 청취자뿐 아니라 모든 농구팬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 너무 상처를 많이 드린 것 같다. 정말 죄송하다. 앞으로는 팬 여러분들과 좀 더 많이 공감할 수 있고 소통도 하며 다가가는 김승현이 되겠다”고 말했다. 공동 진행자인 우지원도 이에 공감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승진은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선수들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100% 선수들이 잘못한 것이라며 따끔히 지적했다. [사진=하승진 유튜브 방송하면 캡처]

 

말실수를 깨달았다면 사과를 하고 반복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한국 농구에 기여한 이들을 역적 취급하는 것은 너무도 가혹한 행동일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의 발언이 과연 말실수로만 덮어둘 수 있느냐다. 농구인들의 머릿속에 박힌 뿌리 깊은 사고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건 기우일까.

인기 유튜버로 자리잡고 있는 하승진은 ‘한국 농구가 망해가는 이유’라는 동영상으로 224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번에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선수들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수들이 100% 잘못한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더군다나 그 팬은 어린 소녀팬이었다. 갓 농구라는 스포츠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할 수 있는 시기인데 벌써부터 선수들에게 상처를 받는다면 두 번 다시 프로농구를 안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과대해석일 수도 있지만 분명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하승진의 말에 답이 있다. 프로와 아마의 차이는 팬의 유무다. 팬들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게 프로이고 그렇기에 더욱 팬 서비스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어린이 팬들은 프로스포츠의 잠재적 소비자이고 선수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소중히 대해야 하는 존재다.

KCC와 김승현, 우지원만의 문제에 국한된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농구계가 진지한 자성의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사소한 문제로 여기고 안이하게 대처하다가는 자칫 암흑기가 더욱 길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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