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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의 마흔즈음] 아름다운 용퇴의 본질과 KT 황창규 입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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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의 마흔즈음] 아름다운 용퇴의 본질과 KT 황창규 입김설
  • 이선영 기자
  • 승인 2019.12.0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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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선영 기자] 우리네 삶은 신산스럽고 복잡다기(複雜多岐)합니다. 청춘은 청춘대로, 중장년층은 중장년층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그들의 고민을 안고 살아갑니다. 중간 허리를 단단히 받쳐야 하는 세대로서 우리의 삶과 일상 그 속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아름다운 용퇴’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연말 인사시즌을 맞은 경제계에도, 그리고 물갈이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정치권에도 요즘 용퇴가 핫 키워드로 떠올랐다.

대체 용퇴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에 따르면 용퇴(勇退)란 첫 번째가 조금도 꺼리지 아니하고 용기 있게 물러남, 두 번째가 후진에게 길을 열어 주기 위하여 스스로 관직 따위에서 물러남을 뜻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자의로 용기 있게 물러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용퇴인지 용퇴로 포장한 것인지 그 속내를 도통 알 수 없기도 하다. 한 스포츠기자의 말을 빌리면 한 감독의 경우 과거 불미스런 일을 저지르고 전격 퇴진하면서도 매스컴에서는 아름다운 용퇴 또는 퇴장으로 미화되기도 했다. 또 입지가 좁아져 떼밀리듯 나가면서도 아름다운 퇴장으로 프로모션하는 조직 역시 적지 않다.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면서.

그래서 요즘 용퇴는 진짜 용퇴인지 가짜 용퇴인지 더욱 헷갈리기도 한다. 어쨌든 용퇴라고 칭송하는 것은 그 속사정이 어떻든 떠나는 자에 대한 남은 자들의 예우 성격이 아닐까?

영화 '명량'의 이순신(최민식 분). 충무공(忠武公) 이순신은 임진왜란 당시 혁혁한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파직에 이은 백의종군을 받아들인 인물이다. 그의 이 같은 용퇴야 말로 진정한 용기가 아닐는지-. [사진=영화 '명량' 스틸컷]
영화 '명량'의 이순신(최민식 분). 충무공(忠武公) 이순신은 임진왜란 당시 혁혁한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파직에 이은 백의종군을 받아들인 인물이다. 그의 이 같은 용퇴야 말로 진정한 용기가 아닐는지-. [사진=영화 '명량'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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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용퇴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기사 중 몇 개를 꼽아봤다. 사실 대한민국 재벌 오너 중 별 탈 없이 임기를 마무리하고 떠난 사례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건강상 이유(이건희 정몽구 회장)나 법적 리스크(김준기 전 DB그룹 회장)가 있으면 물러나곤 한다.

이 때문에 오너인 허창수 회장이 15년 만에 건강상 또는 법적리스크 없이 막냇동생에게 회장직을 넘기고 떠나는 것은 용퇴로 평가할만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문 경영인의 경우는 오너와는 사뭇 다르다. 일반적으로 실적이나 성과 그리고 공헌도가 떨어지면 물러나야 한다. 그것은 인사권자인 오너 심중에 따라 결정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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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용퇴 관련 기사다. 여야 모두 한쪽에서는 물러나는 이들이 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아름다운 용퇴의 시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이들 또한 적지 않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지난 4월 50주년에 용퇴한 바 있다. 지난해 깜짝 퇴진했던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은 당시 아름다운 용퇴로 포장됐으나 이후 검찰 수사로 빛이 바랜 경우다.

황창규 KT 회장의 경우도 묘하다. 내년 3월 퇴진을 앞두고 말들이 많다. 먼저 ‘회사 경영 고문 부정 위촉’ 혐의로 고발된 황창규 회장은 최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 3월 KT 새 노조는 황창규 회장의 업무상 배임과 횡령, 뇌물 의혹을 수사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KT 새 노조는 당시 황창규 회장이 2014년 취임 이후 전직 정치인 포함 14명을 경영 고문으로 위촉해 20여억 원의 보수를 지출했고, KT가 이들을 각종 로비에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설상가상으로 요즘 황창규 회장을 둘러싸고 차기 회장 선임 관련 입김설 논란까지 불거졌다.

40여 개 계열사와 매출 23조, 2만3000여 명의 직원. 여느 재벌 회장 못잖은 자리인 KT 차기 회장의 선임은 이달 중순 4~7명의 최종 후보군 윤곽이 드러나면 급물살을 탈 예정이다. KT 회장 선임은 정해진 절차가 있지만, 그동안 그 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이번에도 ‘황창규 회장 입김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실제 황창규 회장이 퇴임 후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를 앉히려 한다는 풍문이 나돌고 있다. 문제는 황창규 회장 재임 기간 중 영입됐거나 가까운 인사들이 포진한 지배구조위원회가 1차로 차기 KT 회장 후보군을 가려낼 수 있다는 데 있다. 황창규 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자신의 입맛에 맞는 후보군을 꾸릴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황창규 회장의 입김이 실질적으로 발현될 경우 KT 내부 간 갈등이 증폭되는 것은 물론이고 역대 급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며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의 안갯속 정국으로 빠져든 상태다.

안타깝게도 외견상 아름다운 용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이 있다. 막상 떠나고 난 뒤 그 빈자리가 크게 다가오는 경우를 말한다. 떠나는 자들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용퇴’라는 수사는 요란하게 내세우지 않아도, 어쩌면 남은 자들의 텅 빈 가슴에서 오롯이 움트는 것은 아닐까?

엄혹한 백세 시대, 손뼉 칠 때 미리 떠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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