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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잊은 베트남 축구, 박항서 감독 적장 니시노도 홀렸다 [2019 SEA게임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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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잊은 베트남 축구, 박항서 감독 적장 니시노도 홀렸다 [2019 SEA게임 일정]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2.06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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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패배를 잊었다. 패색이 짙었지만 박항서(60)호 베트남 축구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숙적 태국을 떨어뜨리며 마침내 4강 진출을 이뤄내며 또 하나의 트로피 사냥에 한 걸음 다가섰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은 5일(한국시간) 필리핀에서 열린 태국과 2019 동남아시안(SEA) 게임 남자 축구 B조 5차전에서 0-2로 끌려가다 2골을 몰아치며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베트남 축구는 4승 1무로 조 1위, 4강으로 향했고 숙적 태국은 3승 1무 1패로 인도네시아에 밀려 짐을 쌌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이 5일 태국과 2019 동남아시안(SEA) 게임 남자 축구 B조 5차전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베트남축구협회 홈페이지 캡처]

 

낮경기임에도 베트남 시내 곳곳은 거리 응원을 나온 이들로 붐볐다. 박항서 감독의 얼굴이 그려진 티를 입고 나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전반 4분 수비수의 패스를 받은 골키퍼 응우옌 반 또안이 찬 킥이 상대 공격수의 몸에 맞고 그대로 실점으로 연결됐다. 이번 대회 보여준 불안함이 또다시 나타났다. 11분엔 허술한 수비 속에 추가실점을 했다. 0-2. 초반 먼저 두 골을 헌납하자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이대로 경기를 마칠 경우 인도네시아-라오스전 결과에 따라 탈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 베트남 축구는 힘을 내기 시작했다. 전반 15분 공격수 응우옌 띠엔링이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문전에서 헤더로 연결, 골망을 흔들며 추격했다.

후반 25분엔 어렵게 잡아낸 페널티킥 기회에서 탄 신이 실축했지만 태국 골키퍼가 먼저 움직인 탓에 2번째 기회를 잡았다. 박항서 감독은 키커를 응우옌 띠엔 링으로 바꿨고 침착한 마무리로 동점이 됐다. 현지 거리응원 현장에선 축제가 펼쳐졌다.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마친 베트남 축구는 60년만의 우승 탈환에 가까워졌다. 1959년 초대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던 베트남이지만 당시엔 통일 이전 남베트남의 우승으로 이번 대회 우승컵을 차지한다면 그 의미는 더욱 남다를 수 있다.

 

태국 선수(오른쪽)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 선수. [사진=베트남축구협회 홈페이지 캡처]

 

태국을 쓰러뜨렸다는 게 더욱 기쁘다. 태국은 이 대회에서 16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팀으로 최근 3연패를 차지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더구나 태국은 베트남 축구와 앙숙 관계이자 니시노 아키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어 작은 한일전 양상까지 띠었으나 박항서호는 완패 위기 속에서도 극적인 추격으로 태국의 탈락에 일조했다.

덕분에 우승을 향한 길이 더욱 무난해졌다. 베트남은 7일 A조 2위 캄보디아와 준결승을 치른다. 2승 1무 1패에 그친 팀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 랭킹 또한 173위로 베트남(94위)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반대쪽에선 A조 1위 미얀마와 B조 2위 인도네시아가 결승 진출을 다툰다. 미얀마와 인도네시아는 피파랭킹 136위, 인도네시아는 173위로 누가 올라오더라도 베트남의 우위가 점쳐지는 상대다. 더구나 인도네시아엔 예선에서 3-1로 승리한 경험도 있다.

2017년 10월 베트남 축구 지휘봉을 잡은 뒤 A대표팀을 이끌고는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아시아축구연맹(AFC) 8강 진출, U-23 대표팀과는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위 대업을 이뤄냈다.

 

베트남은 태국에 2골 차 열세를 딛고 무승부를 이뤄내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베트남축구협회 홈페이지 캡처]

 

숱한 대회 경험으로 승리 DNA를 완벽히 장착한 베트남이다. 이날은 패배의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무승부를 만들어내며 달라진 베트남의 면모를 여실히 살펴볼 수 있었다.

베트남 매체 단트리에 따르면 패장 니시노 감독은 경기 후 “박항서 감독을 잘 안다. 태국은 베트남 축구를 많이 배워야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항서 감독은 “동남아시안게임 들어 가장 힘든 경기를 했다”면서도 “이른 시간 두 골을 내줬지만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불굴의 정신을 보이며 준결승 티켓을 따냈다”고 말했다.

실수로 인해 경기를 내줄 뻔 했지만 위기를 잘 극복한 박항서호다. 선수들을 위하는 마음도 여전했다. 자책골성 실점까지 한 골키퍼 반 뚜안에 대해선 “실수가 나왔지만 전반적으로 잘 했다”고 말했고 페널티킥을 실축한 탄 신에 대해선 “탄 신이 실축에 대한 부담을 느낄 것 같아 바꿨을 뿐이다. 탄 신은 페널티킥 실력이 있는 선수”라고 감쌌다.

재계약 이후 처음 나선 대회에서 곧바로 정상을 노리는 베트남이다. 이 대회마저 우승한다면 박항서 감독의 위상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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