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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흐름 역행하는 V리그 경기구,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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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흐름 역행하는 V리그 경기구,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SQ이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2.0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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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프로배구 남자부 경기에서 지난 시즌 경기구가 사용되는 촌극이 발생했다. 2020 도쿄 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세계적인 흐름에 반하는 공을 사용구로 쓰는 것에 많은 이들이 반문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어이없는 해프닝까지 벌어진 것이다.  

지난 6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도드람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안산 OK저축은행과 인천 대한항공의 경기 중 대한항공 측에서 “공이 이상하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한국배구연맹(KOVO) 확인 결과 지난 시즌 경기구가 사용되고 있던 사실이 밝혀졌다.

양 팀은 경기구를 다시 올 시즌 것으로 바꿀 경우 경기감각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사용 중이던 지난 시즌 경기구로 경기를 재개해 마무리했다.

프로배구 경기구가 논란의 연속이다. [사진=KOVO 제공]

대한항공 베테랑 세터 유광우가 2세트 5-7로 뒤진 상황에서 “공 색깔이 다른 공들과 다르다”며 항의했고,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이 정의탁 경기감독관에게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박 감독은 “경기구가 아닌 공을 사용할 수 있느냐”며 언성을 높였고, 정 감독관은 해당 공과 다른 공들을 대조하기로 결정했다. KOVO가 공을 직접 비교한 결과, 시합구가 지난 시즌 경기구인 것으로 확인됐다.

프로배구는 생산업체가 매 경기 경기구를 박스째 홈팀에 전달한다. 해당 공은 공기압 체크 등 확인 작업을 거쳐 경기감독관의 사인을 받고 경기에 사용한다.

생산업체의 착오로 지난 시즌 경기구가 전달됐는데, 경기가 펼쳐지기 전까지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담당자들의 관리 소홀이다. 

V리그 규정이 따로 있긴 하지만 ‘경기운영’의 경우 국제배구연맹(FIVB) 룰을 따른다. 경기구 점검 역시 마찬가지다. FIVB 규칙 3(볼)-2항에 따르면 부심은 경기 시작 전 경기용 공 5개를 보유하고 공의 특성(색상, 둘레, 무게, 압력)이 동일한지 확인한다. ‘부심은 경기 내내 볼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명시됐다.

이날 경기감독관이 “그냥 (경기)하자”며 절차를 무시하는 행동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대기심은 박기원 감독이 이의를 제기하자 “왜 우리에게 뭐라 하느냐. 우리도 받은 공으로 그냥 하는 것”라며 언성을 높여 팬들의 공분을 샀다.

KOVO는 올 시즌 반발력이 큰 공으로 경기구를 바꿨다. [사진=KOVO 제공]

유광우가 항의한 '다른 색상의 공'은 경기마다 사용하는 하나의 예비용 공으로 색깔만 다를 뿐 올 시즌 경기구가 맞았지만 나머지 공들은 지난 시즌 경기구였다.

KOVO는 올 시즌 지난 시즌보다 반발력이 큰 경기구를 도입했다. 시즌 초 많은 선수들은 달라진 사용구에 적응하고자 개인 훈련을 병행하기도 했다. 그만큼 배구에서 민감한 게 공이다. 

박기원 감독은 경기 후 “경기구가 아닌 공으로 정식 경기를 한 건 처음”이라며 “운영에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심판들도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 역시 “홈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신경 쓰인다.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7, 8일 긴급회의를 거친 KOVO는 이번 논란을 일으킨 관계자들에게 출장 정지 등 징계를 내릴 계획이다. 박 감독과 언쟁을 벌인 대기심은 경기구 점검 책임이 없지만 중계에 잡힌 장면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팬이 많은 만큼 징계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 팬들에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한 사과 차원에서도,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KOVO는 그렇잖아도 사용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불미스런 해프닝까지 터졌다.

KOVO는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지난 8월 각 구단에 새 경기구를 지급했다. 예년과 국내업체 ‘스타’ 제품이지만 제조 공법을 바꿔 국제대회 공인구 일본 ‘미카사’ 공만큼 탄성을 높여 국제 대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내년 1월 도쿄 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대표팀에 소집될 선수들은 리그 새 경기구에 적응을 마치자마자 국제 공인구에 또 다시 익숙해져야만 한다. [사진=FIVB 제공]

하지만 이는 국제적 추세에 역주행하는 ‘엇박자’ 행정이었다. V리그 새 경기구는 미카사 MVA200을 벤치마킹했지만 FIVB는 지난해 11월 미카사의 새 모델 V200W로 국제 공인구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V200W는 MVA200보다 탄성이 떨어지는 공으로 지난 9월 일본에서 열린 여자 배구 월드컵부터 공인구로 적용됐다.

국가대표 경기를 관장하는 대한민국배구협회(KVA)는 최근 KOVO에 리그 경기구를 국제 공인구(V200W)로 교체하자고 요청했지만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데다가 후원사와 계약 및 용품 지급 문제, 국제대회에 차출되지 않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끼칠 영향 등이 고려된 결과다. 

KVA는 지난 4월 FIVB 총회를 통해 도쿄 올림픽 때 사용될 새 공인구에 관한 내용을 접했다. KOVO가 V리그 경기구 변경을 고민한 건 5~6월경으로 전해진다. KVA와 KOVO의 의사소통이 원활했다면 세계적인 흐름을 거스르는 행정도 없었을 터다.

내년 1월 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대표팀에 소집될 선수들은 시즌 초 새 경기구에 적응해야 했는데, 이제 태극마크를 달고 다시 반발력이 낮은 국제 공인구에 익숙해져야 하는 ‘이중고’와 싸워야 한다.

박기원 감독은 이번 촌극에 관해 “크게 문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프로배구 발전을 위해선 실수가 건설적인 부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말로 취재진에 부정적인 기사를 지양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일이 분위기가 좋은 프로배구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시청률은 물론 평균관중 등 많은 지표에서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배구다. 높아진 인기에 걸맞은 세련된 행정이 동반될 때다. 특히 경기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공에 관해서라면 더 확실하고 철저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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