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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외친 김하성, '반쪽 성공' 강정호 그 이상을 위해선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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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외친 김하성, '반쪽 성공' 강정호 그 이상을 위해선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2.10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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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또 다른 평화왕의 등장, 그리고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

2019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 9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 당초 20년만의 2년 연속 수상에 도전하는 조쉬 린드블럼과 최다 득표를 노리는 양의지(NC 다이노스)에 시선이 쏠렸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단숨에 김하성(24·키움 히어로즈)에게로 향했다.

93.7%(325/347)의 득표율로 최다 득표 영예를 차지하며 2년 연속 국내 최고 유격수 자리를 지킨 김하성이 전격 메이저리그 진출을 공언했다. 1년이 남은 시점에서 이미 구단과 협의도 마쳤다.

강정호 이상의 장밋빛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을까.

 

[코엑스=스포츠Q 손힘찬 기자] 김하성이 9일 2019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최다득표로 유격수 수상자로 호명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하성은 9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앞두고 열린 사전 인터뷰 자리에서 깜짝 발표를 했다. 내년 7번째 시즌을 보내는 김하성이 2020시즌 이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겠다는 것.

단순한 목표가 아니었다. 이미 구단과 충분한 이야기를 나눴고 이날 최종 승인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놀랄 일만은 아니다. 2014년 데뷔한 김하성은 첫해 강정호에 밀려 많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유격수 직속 선배의 빅리그 진출 이후 빠르게 키움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20홈런-20도루가 가능한 흔치 않은 자원에 뛰어난 유격수 수비까지 갖췄다.

지난해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은 올해 투고타저 흐름 속에서도 타율 0.307 19홈런을 기록했고 데뷔 후 첫 100타점-100득점을 달성하며 진일보한 면모를 과시했다. 국가대표로도 맹활약을 펼쳤다. 메이저리그 진출 전 유격수 부문을 평정하며 논란을 없애 ‘평화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강정호를 떠올리게 하는 그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그를 주목하고 있다. 흔치 않은 타격이 되는 유격수 자원이고 대학교를 거치지 않은데다가 국가대표 활약으로 군 면제 혜택까지 누렸기 때문이다. 내년 성공적으로 협상이 이뤄진다면 만 25세부터 빅리그를 밟게 된다. 적지 않은 구단이 그에게 눈독을 들일만 하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김하성은 장타력 증가라는 커다란 숙제를 안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게 된다. [사진=스포츠Q DB]

 

시점 또한 좋다. 5년 전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외쳤을 때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된 건 너무도 늦었던 빅리그 진출 선언이었다. 각 구단들이 충분한 정보를 모을 만한 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올 시즌 후 돌연 빅리그 도전에 나선 김재환도 마찬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김하성은 오래 전부터 메이저리그 진출을 희망했고 구단과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쳤고 일찍이 메이저리그 구단에 존재감을 알릴 준비를 마쳤다.

물론 이러한 점들이 김하성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잘해야 해외 진출을 추진할 수 있다. 올해와 비슷한 성적을 내선 힘들다는 게 전제조건”이라는 자신의 말에 답이 있다.

강정호가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김하성과 비슷한 길을 걷던 강정호지만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인 2014년 벌크업에 각별히 신경 썼고 커리어하이인 타율 0.356과 40홈런을 기록하며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향할 수 있었다.

 

김하성(왼쪽)에게 2020 도쿄 올림픽은 쇼케이스 성격이 될 전망이다. [사진=스포츠Q DB]

 

김하성에게도 홈런수 증가가 가장 큰 과제다. 지금 활약으로도 빅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얻을 수는 있지만 장타력에 따라 몸값 차이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자기 관리 또한 중요하다. 강정호는 모두가 알다시피 뛰어난 첫 2시즌을 보냈지만 음주운전 뺑소니 사건으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긴 공백기 이후 팀에 복귀했지만 과거와 같은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다. 경기장 외에서 문제가 된 적이 없는 김하성이지만 그러한 자세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내년 잘해내야 한다는 지나친 부담은 독이 될 수도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재수를 통해 2021년 FA 신분으로 빅리그 도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직 나이가 어리기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내년 도쿄올림픽은 좋은 쇼케이스가 될 수 있다. 이미 프리미어12에서 맹활약을 펼친 김하성이지만 연이어 국제무대에서 활약한다면 메이저리그 구단들에 자신의 가치를 쉽게 어필할 수 있다.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나서는 김하성의 도전에 야구 팬들의 뜨거운 성원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바란다. 여러모로 아쉬웠던 강정호를 넘어서는 한국야구의 보물이 돼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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