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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남현희-다이빙 김수지, 출발선은 다르지만 [MBN 여성스포츠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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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남현희-다이빙 김수지, 출발선은 다르지만 [MBN 여성스포츠대상]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2.16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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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글·사진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다이빙 김수지(21·울산시청)와 펜싱 남현희(38)는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스타트를 끊는 지점은 다르지만 서로를 통해 얻는 영감과 에너지는 큰 맥락에서 결이 같다. ‘최초’가 ‘최초’에게 전한 메시지가 궁금하다.

16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2019 MBN 여성스포츠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 8회째 맞는 이 행사에는 2019년을 빛낸 한국 여성스포츠 스타들이 총출동했지만 특히 두 명의 수상자가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로 지난 7월 광주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선수 사상 최초로 메달을 목에 건 다이빙 간판 김수지와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는 ‘땅콩검객’ 펜싱 남현희다.

다이빙 역사를 새로 쓴 김수지는 세계선수권대회 성과를 뒤로 하고 2020 도쿄 올림픽만 바라본다.

김수지는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여자수영 사상 처음으로 입상했다. 여자 1m 스프링보드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수영사를 새로 썼다.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이 메달을 획득한 것은 경영 박태환(30·인천시청)에 이어 두 번째다. 

특히 다이빙 종목에서는 전무한 성과다. 또 광주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이 수확한 유일한 메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여자 경영 개인혼영의 김서영에게 집중됐던 스포트라이트는 이내 김수지에게로 옮겨갔다.

이날 김수지는 우수상을 받은 뒤 “이런 큰 시상식은 처음이다. 드레스 입기 전 피팅하러 오라고 해 설렜다. 메이크업도, 헤어도 제대로 받아보는 게 처음이라 두근두근했다”며 웃었다.

국내에서 치르는 세계선수권에서 생각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 10월 전국체전에 앞서 왼쪽 허벅지 부상에도 불구하고 1m 스프링보드 1위는 물론 3m 스프링보드와 플랫폼 싱크로 다이빙 2위, 3m 싱크로 3위 등 총 5개 메달을 확보했다.

“처음에는 비인기종목이라 관심 받는 것만 해도 즐겁고 행복했다”며 “이제 선배가 돼가는 입장에서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는 것보다는 후배를 잘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참 많은 것을 얻은 한해”라는 말로 올해를 돌아봤다.

다음 목표는 자연스레 올림픽이다. 1m 스프링보드는 올림픽 종목이 아니다. 주종목 3m 스프링보드에서 올림픽 티켓을 노린다. 오는 28, 29일 월드컵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다. 세계선수권에서는 12위 안에 들어야 참가자격을 얻는데 21위에 그쳤다. 내년 4월 월드컵에서 18위 이내로 마쳐야 한다.

“선발전 때문에 체전이 끝나고 일주일만 쉬고 진천선수촌에서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훈련하느라 바빴다. 부상은 완벽히 회복했다. 지난 1년 쉬지 않고 달렸다.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한 경향이 있어 난이도를 낮춰 편하게 가고 있다”며 “오늘도 선발전이 열리는 인천에서 적응훈련이 있어 운동하러 간다. 우선 선발전을 잘 끝내야 한다. 선발되면 몸 다치지 않게 챙겨가면서 월드컵만 보고 열심히 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수지는 14세 어린 나이로 2012 런던 올림픽 무대를 밟았지만 4년 뒤 리우 올림픽 때는 선발전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다이빙은 오직 실력대로만 되는 게 아니라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한다. 평생을 준비해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메달을 못 따는 종목이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기회만 기다리며 연습한다”는 그의 말에서 다부진 결의가 느껴진다.

남현희가 선수 생활을 마감하며 '레전드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날 김수지만큼 남다른 감회에 젖은 인물이 있다. 바로 남현희다.

남현희는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여자 플뢰레 개인전 은메달을 따낸 한국 여자펜싱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다. 아시안게임에서는 2002년 부산 대회부터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연이어 출전, 금메달 6개와 동메달 2개를 품었다.

그는 전국체전을 마지막으로 ‘선수’ 타이틀을 내려놓았다. 이날 레전드상을 수상한 그는 “선수 활동하면서 ‘레전드’라는 칭호는 주로 야구나 축구 등 인기종목에서 남자들이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 상을 받아도 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26년 동안 검 하나에 모든 걸 바치면서 지내온 시간들을 토닥여주고 격려해주는 느낌”이라고 했다.

어쩌면 선수로서 받는 마지막 상이다. 그래서 더 새롭고 묘하다. 이날 김수지를 비롯해 피겨 이해인, 육상 양예빈, 배드민턴 안세영 등 각 종목의 현재와 미래들이 모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같은 장소에서 받는 트로피지만 의미가 많이 다르다.

선수의 끝자락에서 지도자 혹 해설위원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아시아, 세계무대를 헤쳐 나갈 후배들을 향한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각 종목마다 반드시 유망주가 필요하다. 올림픽에서 성적을 내면 반짝 관심을 받지만 금방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선배로서 어린 선수들이 꾸준히 잘 해주면서 각 종목을 알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다보면 어려운 일도 생기겠지만 좋아하는 운동을 앞만 보고 재밌게 잘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26년 전 선수로 시작했던 남현희는 이제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섰다. 어떤 각오일까.

“내년에 마흔이다. 감사하게도 지도자 역할을 공부함과 동시에 선수로서도 뛸 수 있는 좋은 여건 속에 있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스포츠에서 특히 여자선수들을 위한 자리가 많이 마련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선배로서 후배들을 주저 없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여자다이빙의 ‘최초’ 김수지는 이날 또 다른 ‘최초’ 남현희를 보며 한 가지 다짐을 더했다. “남현희 선수를 보고 ‘운동선수가 저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는 아직 정상에 가보지 못해 어떤 감정인지 모르기 때문에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설명했다. 

걸어온 길도, 앞으로 나아갈 길도 다르다면 너무도 다른 김수지와 남현희다. 하지만 여자선수로서 비인기종목에서 꿈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앞으로 나아갈 두 사람의 행보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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