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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물] 정찬성, 그 특별한 내유외강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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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물] 정찬성, 그 특별한 내유외강에 대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2.23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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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정찬성(32·코리안좀비MMA·AOMG)은 챔피언의 이름을 외쳤고 관중들은 기립해 ‘좀비’를 연호했다.

지난 21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UFC 부산(FIGHT NIGHT 165)의 주인공은 단연 정찬성이었다. 정찬성에 의해 유치됐다고봐도 무방한 대회였고, 그는 압도적인 기량으로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을 열광시켰다.

화룡점정은 내유외강, 안으로는 한없이 겸손하며 부드럽고, 밖으론 거칠 것 없는 그의 특별한 언행이었다.

 

정찬성이 21일 UFC 부산에서 프랭키 에드가를 KO로 잡아내고 포효하고 있다.

 

◆ 넘치는 자신감, 한국의 자부심이 된다

“내가”, “나는.” 정찬성은 자신을 낮추는 주어인 “제가”, “저는”이라는 표현 대신 이렇게 말을 시작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한국인들, 더구나 공인들에게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표면적으로 자신감의 표현이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어디서든 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도 읽힌다. 해외에서 강력한 파이터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정찬성만의 생존법이었을 수도 있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공식 계체량에서도 정찬성은 “경기장에 오기 전까지 괜찮았는데 지금은 바로 싸우고 싶다”고 싶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전 라이트급 챔피언 프랭키 에드가를 1라운드 3분 18초 만에 KO시켰다. 경기를 마친 정찬성은 옥타곤 인터뷰에선 “저번엔 운이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오늘은 운이 아니다. I want Volkanovski(나는 볼카노프스키를 원한다)”라고 외쳤다. 새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를 자극하는 말인 동시에 다나 화이트 UFC 대표 등 관계자들을 향해 당당히 타이틀샷을 요구한 것이었다.

이전까지 UFC 페더급 챔피언은 맥스 할로웨이였다. 그러나 지난 20일 볼카노프스키와 격돌해 판정 끝에 패하며 챔피언 벨트를 넘겨줬다.

 

승리 후 챔피언 볼카노프스키를 언급했던 정찬성은 기자회견장에선 할로웨이를 소환하며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는 자신감을 과시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정찬성은 할로웨이에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보였다. 에드가의 주특기인 태클을 훌륭히 방어해낸 것에 대해 “할로웨이가 10번 중 9번을 막고도 한번은 넘어갔는데 나는 한 번도 안 넘어가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 당당함으로 한국 대회를 성사시켰고 이젠 타이틀샷까지 요구하고 있다. 스스로 그럴 만한 위치까지 올라섰고 그만한 영향력을 갖췄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찬성은 어느 곳에서도 떳떳한 자세로 한국 팬들로 하여금 긍지를 느끼게 만들고 있다.

◆ 성장하는 좀비, 무엇도 그를 막을 수 없다

데뷔 초반 UFC 최초 트위스터 기술을 선보이고 현 라이트급 2위 더스틴 포이리에를 다스 초크로 잡아냈던 그는 이후 화끈한 타격가로 변신했다. 6승 가운데 4승을 펀치로 끝낸 그다. 매 경기마다 변화하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물불 가리지 않는 훈련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미국 애리조나까지 향해 대회를 준비하던 정찬성은 세계 최고 코치들을 데려와 훈련했고 에드가로 상대가 바뀐 뒤엔 부족한 맞춤 훈련량을 메우기 위해 잘 맞는 레슬러와 한국까지 동행했다. 우스갯소리로 “돈을 많이 썼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였다.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했다.

정찬성은 “내 칭찬을 하긴 좀 그렇지만 모든 경기에서 바뀌고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항상 배우려고 하고 배우는 것에 대해선 돈이든 시간이든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성(왼쪽)의 왼손 펀치가 에드가의 안면에 정확히 적중하고 있다.

 

경기 후 외마디 환호성과 함께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정찬성. 그러나 그의 발언은 듣는 이들을 흠칫 놀라게 할 만큼 무게감이 꽤 컸다.

정찬성은 지금껏 밝히지 않았던 이야기라며 “사실 눈이 안 좋다. 안와골절 수술 부작용 같은 것인데 눈 안에 상처가 껴 있어서 곡시를 맞추는 안경을 쓰고 다녔다. 여러분들이 두 명씩으로 보인다”며 “고개를 기울여야 제대로 보인다. 안 그러면 사람도 2명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물이 2개로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타격이 빗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또 이는 한 방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종합격투기에서 치명적인 장애다.

그러나 정찬성은 “신기한 게 사람이 이 상황에서도 적응을 하더라. 이젠 적응이 됐다. (두 개 중) 어떤 게 진짜인지 안다. (두 사물의 거리는) 손가락 하나 정도의 차이”라고 말했다. 정말 그의 말대로 정찬성은 이를 극복했고 심지어 챔피언 출신 에드가에게 커리어 2번째 KO 패를 선사했고, 그것도 1라운드 만에 눕혀버렸다.

다음 경기 준비엔 차질이 없을까. 정찬성은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큰 수술은 아닐 것이다. 지금 수술하면 한 두 달 뒤에는 회복 돼서 5,6월엔 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터에겐 큰 걱정거리일 수도 있지만 정찬성은 개의치 않았고 전진만을 생각했다.

◆ 팬 바라기 정찬성

대회를 3주 가량 앞둔 이달 초. 정찬성이 그토록 맞붙고 싶었고, 결국 성사시켰던 매치인 브라이언 오르테가와 매치가 무산됐다. 훈련 도중 갑작스런 부상을 당한 것.

정찬성은 충격을 받았다. 오르테가만을 바라보고 미국 애리조나에 캠프를 차렸고 주짓수 훈련에만 전념했다. 그러나 5주 훈련을 마친 상황에서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들은 것이다.

 

상대 변경에도 팬들을 위해 경기 출전을 강행했던 정찬성은 사직실내체육관을 자신에 대한 함성으로 물들이며 이날의 주인공이 됐다.

 

대회를 포기할 수도 있었다. 오르테가를 잡으면 타이틀샷을 약속받은 그였다. 그럼에도 정찬성은 전혀 스타일이 다른 프랭키 에드가를 대체자로 택했다. 지금껏 훈련한 것이 모두 쓸모없어져 버린 셈이었다. 그럼에도 에드가를 고른 이유는 단 하나. 팬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였다.

정찬성은 “한국에서 하는 대회이고 내가 메인이벤트에 서기에 경기장에 오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다는 것도 잘 안다”며 “모이카노를 이기고 한국 대회를 열어달라고 다나 화이트 대표에게 졸랐던 기억이 난다. 안 할 생각도 많이 했지만 내가 이뤄낸 한국 대회를 스스로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책임감과 자신감으로 나선 정찬성은 화끈한 펀치로 에드가를 쓰러뜨린 뒤 또다시 팬들을 떠올렸다.

연말 계획을 묻는 취재진을 향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서울에서 팬들을 모시고 팬미팅을 추진해보고 싶다. 제이팍(박재범) 대표가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일단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미국인 파이터와 겨뤄도 더 큰 응원을 받을 만큼 UFC 대표스타로 자리매김한 정찬성이지만 정작 한국에선 그만한 명성과 인기가 따라붙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로 인해 완전한 한국의 자랑이 됐다.

밖으로는 강하기만 한 정찬성이지만 팬들과 자신의 후배들에겐 한없이 부드러운 면모는 반전매력이다. 팬들의 사랑을 누구보다 잘 알고 그 고마움에 보답하려고 애쓰는 정찬성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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