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OK저축은행, '성탄쇼크' 지운 집중력... 남자배구 순위 '점입가경'
상태바
OK저축은행, '성탄쇼크' 지운 집중력... 남자배구 순위 '점입가경'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1.03 22: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안=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안산 OK저축은행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안방에서 당했던 수모를 씻어냈다. 적지에서 천안 현대캐피탈을 잡고 승점 30 고지를 돌파했다.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올 시즌 첫 승전보를 올렸을 뿐만 아니라 리그 상대전적 9연패에서 탈출했다.

OK저축은행은 3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도드람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방문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을 세트스코어 3-1(27-25 25-18 22-25 25-21)로 이겼다.

불과 열흘 전인 지난해 12월 24일 홈 맞대결에서 당한 셧아웃 완패를 설욕했다. 11승 9패로 대전 삼성화재(승점 32)와 승점이 같지만 세트득실률에서 앞선 4위로 점프했다. 선두 그룹을 형성한 인천 대한항공, 서울 우리카드(이상 승점 36), 3위 현대캐피탈(승점 33)을 바짝 추격했다. 

V리그는 5일부터 13일까지 2020 도쿄 올림픽 대륙별(아시아)예선 경기일정으로 휴식기에 들어간다. 4일 대한항공과 우리카드의 전반기 마지막 맞대결이 남아있긴 하지만 1위와 5위의 승점 차가 단 4에 그쳐 역대급 순위경쟁을 예고한다.

OK저축은행이 현대캐피탈전 9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사진=KOVO 제공]

석진욱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크리스마스 때 경기력은 다시는 나와선 안 된다. 그날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팬들 앞에서 캐럴이라도 부르라고 할 만큼 팬들에게 미안했다. 오늘 경기는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새해를 맞이하며 선수단에 정신력을 강조했다. “우리 팀은 투지가 아쉽다. 끝까지 소리 지르고 몸도 던져가면서 해야 한다”며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서기를 요구했다.

석 감독의 주문은 주효했다. 1세트 시소게임을 듀스 끝에 승리로 장식하더니 2세트에 현대캐피탈 리시브라인을 초토화시켰다. 3세트를 뺏긴 뒤 4세트도 8-13까지 끌려갔지만 허리 통증을 안고 뛴 레오(25점) 대신 코트에 들어선 조재성(8점)이 맹활약하며 승리를 완성했다. 

지난해 12월 28일 순위가 맞물린 삼성화재를 3-0으로 제압한데 이어 현대캐피탈까지 잡아냈다. 국가대표로 단 한 명도 차출되지 않아 완벽한 전력을 갖춘 덕을 톡톡히 봤다. 해당기간 2연승으로 후반기를 위한 승점 관리에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현대캐피탈은 3라운드 첫 경기에서 대한항공에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한 뒤 5연승을 달리며 승점 16을 쌓았다. 다섯 판을 내리 따내면서 단 한 세트도 주지 않았고, OK저축은행과 직전경기에서는 전광인, 신영석, 최민호 등 대표팀 공백에도 아랑곳 않고 완승을 거뒀다.

OK저축은행으로서는 그래서 더 값진 승리다. 시즌 중간 5연패를 당할 때 석진욱 감독은 “5연승도 해봤다. 이번에는 5연패 했을 뿐”이라며 ‘돌도사’다운 면모를 보였다. 선수들이 전반기 마지막 경기 집중력을 발휘하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OK저축은행은 국가대표가 소집된 이후 경기일정에서 2승을 따내며 상위권을 압박했다. [사진=KOVO 제공]

자신감을 잔뜩 안고 충분한 휴식 후 후반기 일정에 돌입할 수 있다. 국가대표 차출이 없으니 선수단 운영은 가장 안정됐다고도 볼 수 있다.

경기를 마치고 석진욱 감독은 “현대캐피탈만 만나면 선수들 몸놀림이 무거워지고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는 듯했다. 자신감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밝혔다. 현대캐피탈전 9연패를 끊어냈으니 다가올 5, 6라운드 매치업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게 분명하다.

그는 또 “오늘 선수들의 정신력에 만족한다. 그래서 역전할 수 있었다. 감독은 분위기를 바꿔줘야 한다. 미팅도 많이 갖고, 술자리를 열까 고민도 했었다. 선수단과 단체로 농구 영화 ‘글로리로드’를 보면서 팀워크를 다졌다”며 준비 과정을 돌아봤다.

이날 블로킹 1개가 빠져 트리플크라운 달성에 실패할 만큼 좋은 경기를 펼친 송명근(19점, 블로킹 2개, 서브 3개)은 “상대팀 주축이 빠진 것도 사실이나 우리가 기회를 잘 잡았다. 국가대표가 빠진 뒤 치른 3경기에서 2승을 따냈다. 잘 쉬고 나서 후반기가 더 중요하다”며 각오를 다졌다.

송명근은 "지난 시즌보다 잘 할 수 있는 포지션에서 뛰고 있다. 팀이 더 나은 성적을 거두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고, 조재성은 "원포인트 서버, 레프트, 라이트 가리지 않고 주어진 역할을 잘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레오 역시 "시즌 끝날 때까지는 배구만 생각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OK저축은행이 후반기 다시 비상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