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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의 마흔즈음] 그룹의 '유리천장'은 언제쯤 깨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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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의 마흔즈음] 그룹의 '유리천장'은 언제쯤 깨질까?
  • 이선영 기자
  • 승인 2020.01.13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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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선영 기자] 우리네 삶은 신산스럽고 복잡다기(複雜多岐)합니다. 청춘은 청춘대로, 중장년층은 중장년층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그들의 고민을 안고 살아갑니다. 중간 허리를 단단히 받쳐야 하는 세대로서 우리의 삶과 일상 그 속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유리천장을 아시는가?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유리천장이란 충분한 능력을 갖춘 구성원, 특히 여성이 조직 내의 일정 서열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invisible barrier)’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것은 조직 내 구성원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CXO연구소가 지난해 1월 진행한 '국내 200대 그룹 내 40대 이하 총수일가 현황 조사'에 따르면 200대 그룹에서 활약하는 40대 총수일가 임원은 130명에 달하는 데 그 중 여성임원은 20명(15.4%)에 그쳤다. 이 중 사장급은 2명으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유경 신세계 사장뿐이었다. 재계 총수일가의 가업 승계자와 임원들 사이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적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재벌 오너 딸들이 CEO로 맹활약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그리 보편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34세 여성 임원 배출’.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세인의 이목을 끈 그룹 중 하나는 LG그룹이었다. '젊음'과 '성과주의'를 골자로 한 '2020년 임원 인사'에서 최연소인 34세 LG생활건강 헤어&바디케어 마케팅 부문장 심미진 상무를 비롯해 LG는 올해 전체 37명 등 여성임원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것.

다수 언론에서는 앞 다퉈 취임 2년차를 맞은 40대 젊은 오너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인사 스타일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후한 평가를 내렸다.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윤세리(손예진 분)는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가 2남 1년 중 막내딸이다. 극중 세리는 오빠들을 제치고 회사 경영권을 넘겨받아 이목을 끈 바 있다. [사진=tvN 홈페이지 캡처]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윤세리(손예진 분)는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가 2남 1녀 중 막내딸이다. 극 중 세리는 오빠들을 제치고 회사 경영권을 넘겨받아 이목을 끈 바 있다. [사진=tvN 홈페이지 캡처]

한데 LG그룹의 경영 승계 전통을 떠올리면 절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LG그룹은 유교에 기반을 둔 장자승계 전통을 고수해 오고 있는 까닭이다. 여성들은 경영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구 회장은 그룹 내 장자승계원칙에 따라 LG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그룹 경영권을 손에 거머쥐었다.

“상속세 수천억을 성실히 납부한다는 이유만으로 착한 세습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 재계의 습관적 경영권 세습에 여성은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회사는 오너일가 개개인의 것이 아니라 주주들의 것이다. 주주들이 공론화 등을 통해 그룹 내 능력 있는 여성임원의 비중을 늘리는 데 역할을 다할 필요가 있다.”

이영숙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여성부위원장이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물론 범 LG가로 범위를 넓히면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가 눈에 띈다. 오빠인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과 식자재 공급중단 관련 법정 분쟁을 벌이고 있는 그는 지난 2015년 2월 아워홈 부사장으로 승진하자 핫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왜냐하면 범 LG계열 기업 중에서 구씨 가문의 딸이 경영에 참여한 사례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구 부사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3남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막내딸이다. 구 부사장의 경영 참여는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차녀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누나인 어머니 이숙희 여사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이부진 정유경 사장의 경우처럼 삼성 家는 여성에게 경영참여의 문호가 열려 있다.

“상장사는 영어로 등록된 회사(listed company)지만 공적 기업(public company)이라고도 쓰는데 한국에서는 아직도 성공한 기업의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준다. 이런 공적인 기업이, 소유권도 아니고 경영권까지 세습을 하는 것은 대단히 이상한 현상이다.”

박천웅 CFA(국제공인재무분석사)한국협회장이 지난해 12월 지적한 말이다.

소유권도 아닌 경영권을, 그것도 장자에게만 세습하고 딸은 경영에서 배제한다.

젊은 여성임원을 다수 배출했다는 LG그룹의 혁신적인 유리천장 깨기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것은 비단 범 LG家만의 광경은 아니어서 씁쓸함을 더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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