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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수 DNA' 장착한 김형일, 전주성서 다시 여는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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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수 DNA' 장착한 김형일, 전주성서 다시 여는 전성기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5.08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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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서 영화 누리다 밀려나, 올시즌 이적후 전북 중앙수비 든든한 벽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주장 완장까지 두르고 전성기를 보냈던 팀에서 밀려나 다른 팀에 둥지를 튼 뒤 햇살을 맞은 집념의 수비수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리그와 아시아무대에서 강행군을 벌이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전북의 중앙 수비를 더욱 견고하게 받쳐주고 있는 김형일(31)이 바로 그다.

김형일은 7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한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위클리 베스트에서 전북의 중앙 수비를 든든하게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수비수 부문에 선정됐다. 1라운드에 이어 벌써 두 번째 위클리 베스트의 영예를 안았다.

이에 앞서 김형일은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산둥 루넝(중국)과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6차전 홈경기에서 1-1로 팽팽하게 맞서던 후반 7분 에닝요의 오른발 프리킥을 다이빙 헤딩골로 성공시켰다. 3년 연속 16강행을 확정짓는 천금같은 결승포였다.

포항 주전자리에서 밀려났던 김형일은 올해 둥지를 튼 전북에서 진화를 거듭하며 재도약의 기세를 높여가고 있다. 김형일이 중앙 수비를 든든하게 지켜줌으로써 전북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 포항에서 ACL 우승과 FIFA 클럽 월드컵 및 FIFA 월드컵 출전 등 전성기를 보냈던 김형일(왼쪽)은 전북 현대에서 두 번째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다. 사진은 6일 산둥 루넝전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는 김형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스틸러스 웨이 수혜입은 김형일, 스틸러스 웨이에 밀려나다

2007년 대전을 통해 K리그에 데뷔한 김형일은 2008년 포항 이적과 함께 전성기를 맞았다. 2009년 K리그 30경기에 나서 2골 1도움까지 기록하며 포항의 중앙수비를 확실하게 책임졌다.

25세의 혈기왕성한 중앙수비수 김형일은 세르지오 파리아스 전 감독 밑에서 포항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일등공신이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까지 진출해 3위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김형일은 포항의 '스틸러스 웨이'의 표본과 같은 존재였다. 스틸러스 웨이는 실력뿐 아니라 명문구단으로 거듭나기 위한 포항의 특급 프로젝트. 그 내용에는 김형일 등 젊은 선수들의 발전을 통한 팀 전력 강화도 있었다. 포항이 지금까지도 젊은 선수들 위주로 자원을 끊임없이 물갈이하고 있는 것 역시 스틸러스 웨이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리아스 감독이 팀을 떠난 뒤인 2010년 포항의 주장을 맡았던 김형일은 남아공 월드컵에 참가했다. 주전 자리까지 확실하게 꿰차진 못했지만 대표팀의 든든한 중앙 수비수로 자리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2012년 군 입대로 상주 상무에서 뛰기 시작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2013년말 돌아온 포항에는 그의 자리가 남아 있지 않았다. 벌써 30대에 들어선 김형일은 쟁쟁한 후배들에게 주전 자리를 이미 내줬다. 포항 스틸러스 웨이의 상징과 같았던 김형일은 지난해 14경기 출전에 그쳤다. 김형일에게 새로운 전기가 필요했다.

▲ 전북 수비수 김형일(왼쪽)이 지난 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2015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이상호와 볼다툼을 하고 있다. 김형일은 이날 활약으로 1라운드에 이어 두 번째로 위클리 베스트에 선정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최강희 감독의 러브콜, 닥공과 닥수를 이식받다

때마침 최강희 전북 감독의 러브콜이 왔다. 포항에서 더이상 베스트 포지션을 확보하기 힘들겠다고 판단한 김형일은 최강희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여 올해 전주성에 입성했다.

김형일의 가세로 전북의 포백 수비 역시 새롭고 다양한 면모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미 전북에는 김기희와 알렉스 윌킨슨이라는 든든한 중앙 수비수들이 있다. 여기에 김형일이 합류하면서 다양한 수비 조합을 짤 수 있게 됐다.

김기희-윌킨슨을 기본 중앙 조합으로 가되 윌킨슨이 부상을 당하거나 호주대표팀에 차출되는 경우 김형일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 김형일은 성남FC와 개막전에서도 윌킨슨의 공백을 메우며 1라운드 위클리 베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또 김기희의 오른쪽 풀백 변신도 가능하게 됐다. 최근 최강희 감독은 김기희를 오른쪽 풀백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옵션 덕에 전북의 포백 수비도 한층 안정감을 찾았다.

중앙 수비진에는 김형일 말고도 조성환(33)이라는 또 다른 자원이 있다. 최강희 감독은 2011년 K리그 우승 멤버였던 조성환을 다시 받아들이면서 4명의 중앙 수비수를 보유하게 됐다. 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클래식 정규리그 경기, 대한축구협회(FA)컵까지 모두 치르는 전북으로서는 로테이션을 하며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할 수 있는 여유까지 얻었다.

▲ 김형일(가운데)은 올 시즌 포항에서 이적한 뒤 닥공과 닥수를 이식받으며 전북 현대 중앙 수비의 핵심이 됐다. 사진은 6일 산둥 루넝과 ACL 경기에서 슛을 하고 있는 김형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형일-조성환 조합은 지난 2일 수원 삼성과 K리그 9라운드 홈경기에 등장했다. 김형일은 조성환과 중앙 수비 호흡을 맞추며 정대세, 염기훈으로 무장한 수원의 예봉을 꺾고 2-0 완승을 뒷받침했다.

김형일로서도 전북행은 최고의 선택이 됐다. 포항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김형일은 전북에서 '닥수(닥치고 수비)' DNA를 이식받으면서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김형일은 이제 전북 중앙 수비의 중요한 축이 됐다. 올 시즌 내심 K리그 클래식과 FA컵,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트레블'을 노리는 전북에서 김형일의 존재 가치는 더욱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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