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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음원 총공팀'의 '사재기' 의혹, 그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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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음원 총공팀'의 '사재기' 의혹, 그 오해와 진실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0.01.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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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사재기 의혹’ 때문에 수면 위로 떠오른 아이돌 팬덤 '음원 총공팀'. 그들은 과연 음원 차트 교란의 주범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사재기'와는 무엇이 다를까?

지난 4일 '음원 사재기 의혹'을 파헤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어느 제보자의 말을 빌려 '누군가가 본인의 이메일 계정으로 46개의 아이디를 만들었고, 이 아이디를 통해 41차례 같은 음원을 결제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해당 결제 내역을 모자이크해 내보냈지만, 1프레임(1/30초)이 누락 돼 해당 음원이 보이그룹 뉴이스트W가 지난해 6월 발매한 곡 '데자부(Dejavu)'인 것으로 드러났다.

뉴이스트 '음원 총공팀'은 "한 명의 팬이 개인적으로 뉴이스트 곡의 다운로드를 위해 회원가입을 하던 중 자신의 이메일이 아닌 무작위로 작성한 이메일을 입력했고, 그것이 방송에 나온 제보자의 것이었다"며 뉴이스트를 '사재기 의혹'과 연관 지은 것에 대해 정정을 요청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측 실수로 곤욕을 치른 보이그룹 뉴이스트 [사진=스포츠Q(큐) DB]
SBS '그것이 알고싶다' 측 실수로 곤욕을 치른 보이그룹 뉴이스트. SBS 측은 소속사 플레디스와 '뉴이스트 음원총공팀'의 주장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 그래서 '음원 총공팀'이 뭔데?

'음원 총공'은 주로 결집력 있는 아이돌 팬덤 내부에서 '덕질'(팬 활동)의 필수 요소로 여겨지는 것으로, 차트 순위를 올리기 위해 음원 사이트에서 가수 곡을 반복적으로 스트리밍 하는 것을 말한다. '총공'은 '총공격'의 줄임말이다. 뜻을 알면 사뭇 비장해보이기도 한다.

'음원 총공팀'은 말 그대로 '음원 총공'을 위해 구성된 팀을 말한다. 이들은 '스트리밍 리스트'를 공유하는 등 '총공'을 팬들에게 독려하거나, 모금을 통해 비용을 모아 음원을 스트리밍, 다운로드하는 역할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더해 조직적인 스트리밍을 위한 아이디를 모으기도 한다. 멜론 벅스 등 음원 사이트는 1인 당 생성 가능한 아이디 개수가 제한돼 있을 뿐 아니라 한 아이디 당 한 시간에 한 번만 실시간 집계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SNS를 통해 활동하며 음반 활동마다 기수를 나눠 활동할 인원을 모집한다. SNS를 통해 '음원 총공팀' 활동에 참여해봤다는 A씨는 "까다로운 팬 인증을 거친다. 공식 팬클럽 가입 여부는 물론이고 스트리밍 횟수도 확인한다"고 전했다. 이어 "팀 안에서도 지급 받은 아이디로 스트리밍을 하는 '헬퍼', 외국인 팬을 위해 스트리밍 독려와 안내 공지를 번역하는 스태프, 모금 계좌 관리 스태프 등으로 역할이 나뉜다"고 설명했다.

 

[사진=SF9 음원총공팀 트위터 캡처]
'음원총공팀'은 매 시간 차트 순위를 알리며 스트리밍을 독려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사진=SF9 음원총공팀 트위터 캡처]

 

# '다 똑같은 사재기?' 팬덤이 억울한 이유

아이돌 팬덤의 '음원 총공'은 앞서 말했듯 이미 팬덤 문화로 정착한지 오래다. 하지만 이를 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팬덤 총공도 사재기의 일환'이라는 입장에서는 차트 순위를 올리기 위해 듣지도 않는 노래를 하루 종일 틀어 재생횟수를 늘린다는 점이 '차트 조작'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 2017년 '새벽 실시간 차트 프리징'을 중심으로 한 음원 차트 개편은 '새벽에 과도하게 펼쳐지는 아이돌 팬덤 사이 순위 경쟁을 막자'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A씨는 "뉴이스트의 팬이 아닌데도 이번 '그것이 알고싶다'의 오보가 억울했다"며 "팬들이 자발적으로 한 일과 기업에서 수익을 바라고 한 일을 어떻게 동일선상에 놓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다수 아이돌 팬들은 수익을 목적으로 의뢰를 받아 진행된다고 알려진 '사재기'와 다르게 팬덤 '총공'의 경우 팬들이 음원 사이트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자발적으로 스트리밍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가수 타이거JK, 말보 등이 "수억 원이면 음원 차트 1위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폭로했으며, 한 제보자는 "매크로 작업으로 몇 만개의 아이디를 만드는 업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는 특정 곡이 하루에 3600여회에 걸쳐 재생된 화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반면 피지컬 앨범(디지털 싱글을 제외한 미니·정규 앨범)을 몇 만장 씩 파는 아이돌 팬덤이 조직적으로 음원 스트리밍을 해도 실시간 차트에 들어가긴 '하늘의 별따기'다. 순수한 팬덤의 과잉 열정이 정교한 '기계'를 이기진 못하는 까닭이다.

 

지난 8일 정민당 창당준비위원회 측은 해당 사진과 함께 가수 송하예 소속사 더하기미디어의 음원 사재기 시도 증거를 제시했다. 소속사 측은 반박하며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정민당 창당준비위원회 측은 해당 사진과 함께 가수 송하예 소속사 더하기미디어의 음원 사재기 시도 증거를 제시했다. 소속사 측은 반박하며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 아이돌 팬덤은 '차트 순위'에 왜 목매나

음원 사이트 사용자들의 이용량을 통해 트렌드 정보를 보여준다는 '음원 차트', 결국 '인기 순위'를 가리기 위한 시스템이다.

몇 년 전까지 아이돌 음원 차트 순위에는 의문을 품으면서도 사재기 의혹 가수들의 'SNS 입소문을 통한 인기'라는 해명에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던 것을 떠올려보자. 아무리 '음원 차트'가 아이돌 팬덤 스트리밍으로 얼룩졌다는 오명을 갖고 있더라도 차트 순위는 결국 대중들에게 그들의 인기와 화력을 보여주는 유일한 지표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음원 차트는 음악 방송 순위, 연말 시상식 수상 여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상파 3사 음악 방송에서 음원 차트 반영 비중은 55~65%에 달할 정도다. 팬덤이 스트리밍에 매달리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멜론은 1시간 단위 실시간 차트는 물론 5분 단위 차트도 제공하고 있다. [사진=멜론 홈페이지]
멜론은 1시간 단위 실시간 차트(위)는 물론 5분 단위 차트(아래)도 제공하고 있다. [사진=멜론 홈페이지]

 

한 전문가는 음원 차트를 향한 과도한 경쟁의 근본적 문제는 '실시간 차트' 시스템에 있다고 지적한다. 최대 점유율의 플랫폼인 멜론의 경우 1시간 단위 차트는 물론이고 '다음 순위 예측'을 위한 5분 단위 차트도 제공하고 있어,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최근 업계는 물론이고 누리꾼들 역시 '진짜 대세'를 알기 위해선 객관적인 사용량 중심의 차트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윤동환 부회장은 "이용자들을 자극하고 소비를 촉진시키는 실시간 차트의 폐지"를 주장하며 진실 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윤동환 부회장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실시간 음원 차트 폐지를 요청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대부분 음원 사이트가 ‘실시간 차트'를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두고, 1위 후보를 5분 단위로 중계하며 '아이돌 팬덤'과 '기계'의 경쟁을 손 놓고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아직 음원 사재기 행위에 대한 조사 및 판결은 진행 중이다.

이들이 불법 매크로가 아닌 국내 대형 팬덤들과 같은 방식으로 음원 이용료를 결제하고 이용했다면 결과적으로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다만, 업자들은 '사재기'를 하고 팬덤은 '음원 총공'을 하는 와중에 정작 실사용자들의 이용량 순위를 무시한 채 이득을 보는 자는 누구인지 곰곰 따져봐야 할 시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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