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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등급제 등 KBO 대변혁, 일방통행은 아쉬움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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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등급제 등 KBO 대변혁, 일방통행은 아쉬움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1.2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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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번 스토브리그에도 여전히 장기 미계약자가 존재한다. 내년부터는 FA 스타들의 더 활발한 타 팀 이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1일 2020년 첫 이사회를 개최하고 KBO 규약과 리그 규정 개정안 및 새해 예산안에 대해 심의했다.

가장 핵심적 변화는 FA 등급제 시행. FA 거품 시대를 지나 다시 침체기에 빠진 FA 스타들의 입김이 보다 세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로운 변화를 결정하는 KBO의 일처리 과정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올 시즌 뒤 9명의 예비 FA를 배출하는 두산 베어스는 FA 등급제 시행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사진=스포츠Q DB]

 

◆ 고연봉은 A 베테랑-저연봉은 C, 자유로운 스토브리그로 변화?

현재는 FA 스타들을 타 팀으로 보낼 시 원 소속 구단에 직전해 연봉의 300% 보상금 혹은 200% 보상금과 20인 보호명단 외 1명을 보상선수로 내줘야 했다.

빅네임 스타들을 영입할 경우엔 당연하게 여겼지만 문제는 나이가 많거나 계약 규모가 크지 않은 이들을 데려오려고 할 때였다. 보상금은 그렇다 치더라도 보상선수를 내주는 건 적잖은 부담이었다. 그렇기에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질 경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활용하기도 했다.

2020년부터 FA 자격을 받는 이들은 A,B,C 세 등급으로 나눠진다. 기존 FA 계약 선수들을 제외한 선수들 중 최근 3년간 평균 연봉 및 평균 옵션 금액으로 순위에 차등을 매겨 등급이 갈린다. 구단 연봉 순위 3위 이내, 전체 연봉 순위 30위 이내일 경우엔 A등급으로 기존 보상이 유지된다.

구단 연봉 순위 4위~10위, 전체 연봉 순위 31위~60위일 경우엔 B등급으로 분류되는데, 보호선수를 25명으로 확대하고 보상금 또한 전년도 연봉의 100%로 완화한다. 이외 선수들은 C등급인데, 보상 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 150%만 주어지게 된다. 또 연봉과 별개로 만 35세 이상 신규 FA는 C등급이 적용된다.

해당 등급은 구단과 전체 연봉 순위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지만 유예기간 없이 올 시즌 후부터 곧바로 적용되는 것을 고려해 첫해엔 예외적으로 전체 연봉 순위 이내에 들 경우 A등급을 적용하기로 했다. 2번째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신규 B등급, 3번째 이상은 신규 C등급과 동일하게 보상하도록 했다. 신규 FA에서 C등급을 받은 선수는 재자격시 3번째 FA와 동일한 보상을 적용한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선 오주원(만 34세)과 김태균(37), 고효준(36), 손승락(37)이 아직 계약을 하지 못했는데, 오주원과 고효준은 나이 규정에 따라, 김태균은 3번째 FA여서 C등급에 해당한다. 손승락은 2번째 FA이기 때문에 신규 B등급이 적용된다. 김태균과 오주원, 고효준에게 보상선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계산했을 때도 이토록 타 구단들이 소극적일까. FA 등급제가 급하게 시행되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불어 FA 자격 취득은 현행 데뷔 후 고졸은 9년, 대졸은 8년 후에서 2020년 시즌 종료 뒤부터는 1년씩 줄어든다.

 

정운찬 총재가 이끄는 KBO는 다양한 변화를 통해 침체기에 있는 프로야구의 흥행을 도모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 외인 3명 출전-정규리그 1위 결정전 등, 2020년 무엇이 바뀌나

KBO는 이사회를 통해 FA 등급제 외에도 다양한 변화에 대해 논의했다. 당장 올 시즌부터 적용되는 변화와 새 규정들에 눈길이 간다.

종전엔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이 3명 보유, 2명 출전으로 제한됐다. 외국인 투수의 불펜 기용은 사실상 힘들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가 선발로 나설 경우 타자를 활용하지 않는 한 등판이 불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3명 동시 출전이 가능해진다. 팀 상황에 따라 보다 다양한 보직을 외국인 선수들에게 맡길 수 있게 됐다.

현역 엔트리도 종전 27명 등록 25명 출전에서 1명씩을 늘렸다. 9월 확대엔트리도 32명 등록 30명 출전에서 33명 등록 31명 출전으로 변화를 줬다.

지난 시즌 두산은 9경기 차를 뒤집고 SK에 정규리그 역전 우승을 이뤄냈다. 그러나 SK로선 다소 아쉬울 수 있는 결과였다. 두 팀은 승률이 같았기 때문.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KBO는 정규리그 1위팀의 승률이 같을 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우승팀을 가리는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부상자명단 제도를 시행해 FA자격 취득 등에 필요한 등록일수는 인정하기로 했고, 지난 시즌 많은 혼란을 야기한 3피트 라인 위반 자동아웃 규정 폐지하고 실제로 수비에 방해를 준 경우에만 심판 판단 하에 아웃시키기로 했다. 심판 재량 1회에 한했던 비디오판독 횟수도 폐지되고 판독 시간은 5분에서 3분으로 감축된다.

현재 외야수에만 허용하는 전력분석 참고용 페이퍼(리스트밴드)는 투수를 제외하고 모두에게 허용, 벤치에선 모두가 사용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정규시즌 우승팀에 어드밴티지를 주기 위해 홈경기 편성을 2-3-2(홈-원정-홈)에서 2-2-3으로 변경한다.

 

이대호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FA 등급제 등 다양한 변화를 예고한 KBO의 일방통행 일처리 방식에 불만을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

 

◆ 대변혁 긍정효과 기대, 그러나 일처리 방식은...

이밖에도 리그 전력 상향 평준화를 위해 2023년부터 샐러리캡 제도를 시행하고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해 기존 외인의 부상 혹은 부진시 공백을 줄일 수 있도록 한다. 2021년부터는 최저연봉도 27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인상해 신인, 저연봉 선수의 생계의 숨통을 틔워준다.

다양한 변화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썩 만족스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2일 입장문을 발표해 KBO에 유감을 표명했다.

골자는 두 가지다. 하나는 KBO와 협상과정에서 FA 80억 원 상한선, 총액 계약금 상한선 30% 이하, 육성형 용병 제도 등을 수락한 자신들과 달리 보상선수 제도 폐지만을 내세운 자신들의 입장엔 협의 자체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KBO 이사회에 안건조차 상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지난해 11월 KBO에서 제안 받은 개정안에 대해 FA 취득기간 단축 시행시기(2022년)가 너무 늦어 1년 앞당기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KBO가 최근 발표한 내용엔 최종 개정안에 기재되지 않은 내용을 추가 안으로 상정해 발표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다만 KBO는 FA 80억 원 상한선 관련 내용을 제외했기에 보상선수 폐지 상정 또한 이뤄지지 않은 것에 큰 이의를 제기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최근 “선수와 구단 모두가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꾸준한 만남과 소통을 통해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정운찬 총재의 신년사와는 달리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것엔 충분히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큰 변화에도 다소 잡음이 일고 있는 가운데 프로야구 팬들이 바뀐 제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평가할지가 관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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