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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원 해체와 CJ ENM이 짓밟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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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원 해체와 CJ ENM이 짓밟은 꿈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0.01.3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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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스포츠Q(큐) 글 김지원 · 사진 손힘찬 기자] "CJ가 짓밟은 꿈, CJ가 재결합으로 보상하라!"

지난해 방영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을 통해 탄생한 그룹 엑스원(X1), 결성 4개월 만인 지난 6일 해체를 결정했다. 작년 한해, '프듀' 시리즈를 한 번도 시청한 적 없는 사람들까지 주목하게 한 '투표 조작 논란' 때문이다. '국민 프로듀서' 손으로 탄생한 그룹을 표방하던 엑스원은 데뷔 당위성을 잃고 활동을 중단한 끝에 해체라는 안타까운 결말을 맞았다.

엑스원 활동 중단 당시 '프로듀스101' 시리즈를 기획하고 편성한 CJ ENM은 모든 책임을 제작진과 소속사로 돌려 팬들의 지탄을 받았으며, 지난해 12월 30일 CJ ENM 허민회 대표는 엑스원 활동 재개에 힘을 쏟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불과 일주일 만에 해체를 발표, 무능의 극치라는 비판과 비난을 자초했다. 이에 팬들은 CJ ENM을 향해 엑스원 '재결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위 피켓을 든 '엑스원 새 그룹 지지 시위' 참가자 [사진=스포츠Q(큐) DB]
시위 피켓을 든 '엑스원 새 그룹 지지 시위' 참가자

 

# "멤버 뒤에 숨은 CJ ENM", 10대 팬의 눈물 어린 호소

지난 22일 오전 서울 상암동 CJ ENM 센터 앞에서는 '엑스원 새 그룹 지지 연합'이 주최한 엑스원 새그룹 결성 요구 시위가 열렸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모인 수백 명 팬들은 "CJ ENM에 엑스원 해체의 책임과 보상, 새그룹 결성 지원을 촉구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현장 취재에 나선 기자들 규모도 상당했다. '엑스원 새 그룹 지지 연합' 측은 시위 전부터 언론을 상대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취재 신청을 받는 등 체계적인 진행을 위해 힘 쓴 모습이었다. 이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최 측 추산 참가인원은 1000명에 달했다.

CJ ENM 센터 앞 광장에 줄 지어 앉아 빨간색 피켓을 든 시위 참여 팬들은 "무책임한 졸속 해체, 팬덤 기만 중단하라", "활동 보장 기억한다. CJ는 배상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CJ ENM을 향해 피해 보상을 촉구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시위 참여자들은 약 3시간 동안 자유 발언과 단체 구호 등으로 거센 항의를 이어갔다.

 

시위가 시작되자 마이크를 든 '엑스원 새 그룹 지지 연합' 측은 CJ ENM 측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대표 발언자는 "CJ ENM은 향후 계획을 내놓겠다고 약속했으나 갑작스럽게 해체를 발표하며 팬들을 기만하고 대중들의 믿음을 저버렸다"며 "이 과정에서 멤버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을 것이다. 프로그램 조작 사태로 피해를 입은 멤버들에게 해체는 곧 2차 피해"라고 목청을 돋웠다.

이어 연합 측은 멤버들을 향한 피해 보상 방안으로 새 그룹 결성을 요구했다. 이들은 "데뷔 앨범 하프 밀리언셀러라는 기록은 그룹의 조화를 사랑하는 팬덤의 화력으로 이뤄졌다"며 "멤버들이 각자의 소속사로 돌아간다면 나올 수 없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시위에 참가한 팬들의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이날 첫 번째로 자유발언에 나선 10대 팬은 "CJ ENM은 5개월의 시간 동안 멤버들 뒤에 숨어있었다. 비난의 화살은 멤버들에게 갔다. 멤버들도 피해자인데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울먹였다.

다른 발언자 역시 "팬이자 소비자의 권리를 지켜 달라. 이익보다 사람들을 봐주는 기업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새 그룹을 결성해줌으로써 멤버들에게 피해보상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이날 시위에는 케이콘 및 서바이벌 오디션 방영 계획을 밝힌 CJ ENM을 향한 비판도 있었다.

 

# '엑스원 재결성' 위해 거리로 나선 팬들… '갑질'일까, '정당한 요구'일까

요즘 아이돌 팬덤은 과거처럼 맹목적으로 스타를 쫓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활동 방향에 대한 나침반을 직접 쥐고 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시위나 대자보로 목소리를 높이는 팬덤 행보를 향해 '갑질'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아티스트의 활동 계획 수립과 이행은 오로지 소속사와 아티스트 본인 재량에 있으며 이를 좌지우지하려는 팬덤은 소비자라는 이름의 '갑질'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대규모의 시위를 벌인 '엑스원 새 그룹 지지 연합'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은 그저 팬으로서 좋아하고 응원했을 뿐인 그룹의 갑작스러운 해체 과정에서 있던 잡음을 해명하라는 목적으로 모였다.

이날 "팬들이 멤버들을 위해 힘 쓸 수 있는 사람들이란 것을 보여주고 싶어 시위에 참여했다"는 20대 팬 A씨는 "멤버들이 엑스원으로 활동을 원했기 때문에 활동 재개가 최선의 보상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멤버들 의견을 적극 반영해 새 그룹 결성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연합 측 또한 "멤버들 의견을 직접 듣기 위해 각 소속사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소속사 사옥 바깥에 대자보를 붙이는 것은 물론 제안서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연합 측이 피해 보상안으로 내놓은 '새 그룹 결성'이 무리한 요구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엑스원 팬으로 활동했던 B씨는 "접대 및 유착 소속사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수혜자가 있다는 것 또한 공공연한 비밀인 상황에서 그룹이 재결성된다면 또다른 논란거리가 될 뿐"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이날 시위에는 주최 추산 1000여명의 팬들이 모였다.

 

해체 후 각자 소속사로 돌아간 엑스원 멤버들은 개별 활동에 시동을 걸고 팬들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다수 멤버들이 개인 SNS를 개설했으며 이한결, 남도현과 빅톤 합류 예정인 한승우 등은 개인 팬미팅 개최 소식을 전하며 향후 행보에 대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엑스원 새 그룹 지지 연합'은 CJ ENM에 31일까지 새 그룹 결성 의사 표명과 함께, 내달 7일까지 각 멤버들의 소속사 대표단 재회동을 추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긍정적인 피드백이 없을 경우 더 큰 규모의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는 경고 또한 덧붙였다. CJ ENM 측은 29일 현재까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날 팬들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약 3시간여의 시위를 마치고 해산했다. 시위의 목적과 요구사항에 대한 정당성 및 당위성은 차치하고도 한 겨울 거리로 나선 수많은 팬들의 순수한 마음만은 그 누구도 따질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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